엄마의 답답함만 풀면 ‘대박 기회’
요즘 일본에선 여성 인재의 활용 요구가 높아졌다. 소비 시장에선 여성 고객을 향한 러브콜도 거세다. 생산·소비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주도해 나갈 대안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에 빠지기 쉬운 20~30대 기혼 여성이 타깃이다. 키워드는 ‘엄마 시선’이다. 엄마로서의 본능적인 눈높이를 설득 지점으로 잡자는 얘기다.

엄마 시선은 주로 소비 주체로서 일상생활의 틈새 욕구를 발굴할 때뿐만 아니라 일부에선 생산 현장에까지 투입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고 애쓴다. 아쉽게도 첫째 아이 출산 후 이직하는 여성 비율이 60%에 달할 만큼 일하는 엄마의 고충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살림하는 주부와는 다소 구분된다. ‘살림+육아’가 합쳐진 의미에서 엄마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메시지다. 구체적으로는 엄마 시선에 비춰 상품 개발과 판촉 전략 등을 강구하려는 조류다. ‘육아 응원 편리 제품’이란 타이틀이 대표적이다.

엄마 맞춤 설계로 ‘대박’ 행진
먼저 부동산 업계에의 엄마 시선이 특이하다. 유명 건설사인 아사히카세이홈은 자사의 임대주택에 엄마 시선을 도입했다. 즉 ‘모력(母力)’으로 명명한 육아 전용 주택으로 육아 공감 임대주택을 지향한다. 가령 ‘마마스테이션’이라고 부르는 공유 중정(中庭)을 만들어 육아 엄마의 기대 수준과 눈높이에 맞췄다. 자연스레 중앙 마당에 모여 즐겁게 정보를 나누며 자연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다. 명칭 자체가 ‘엄마+아이’를 위한 장소로 붙여지다 보니 동네 공원 혹은 놀이터처럼 외부의 방해를 받을 일도 거의 없다. 엄마들의 의견을 듣고 만든 최적의 육아 환경답게 입소문이 대단하다. 월 14만7000엔으로 주변 시세보다 다소 비싸지만 빈집이 없다. 입주 희망자가 늘면서 인기 지역은 대기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5탄까지 나왔다.

육아 엄마가 원하는 수요 조사는 2년에 걸쳐 이뤄졌다. 기존의 제품·서비스로는 채워지지 않는 진짜 필요한 공간이 뭔지 물었다. 그 결과가 부담 없고 가까운 육아 사교장이었다. 서로 아이들을 자연스레 돌봐주고 지킬 수 있는 분위기도 요청됐다. 단어로 정리하면 ‘교제+신뢰+공감+지역+자연’의 공통분모다. 커뮤니티가 실현되는 공유 중정은 이를 아우르되 비용 부담조차 적은 최선책이다. 반면 충실한 내부 설비 등은 의외로 응답률이 낮았다. 워낙 고효율의 범용 구성이 확산되다 보니 어지간한 차별성으론 설득력이 낮아진 것이다. 그 대신 작지만 꼭 필요해 만족도가 높은 틈새 발견의 가치가 커졌다.
한편 ‘모하우스’는 수유복 전문 점포다. 언제 어디서든지 편리하고 부담 없이 수유할 수 있는 옷만 모아 판다. 특이한 것은 직원이나 손님 대부분이 자녀 동반 엄마 부대란 점이다. 아이를 업거나 안은 채 서로 얘기를 나누는 판매·구입 풍경이 펼쳐진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목에 걸린 회사 신분증뿐이다. 본사도 비슷하다. 90여 명의 임직원 중 90%가 엄마 부대다. 아이를 품에 안고 일하는 직원이 많다. 그렇다고 특별한 육아 지원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무실 구석에 돗자리 비슷한 걸 깔아두고 몇 가지 장난감을 가져다 둔 공간이 전부다. 이른바 ‘키즈 스페이스’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 이색 상품 등장
회사가 자칫 상식 파괴적일 수 있는 육아 엄마에게 주목한 것은 업무 효율 때문이다. 특유의 엄마 시선을 사업화하면 여러모로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고경영자(CEO) 역시 육아 경험을 지닌 엄마 사장이다. 선심성 경영 정책을 펼 만큼 회사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선택은 옳았다. 2014년 8만4000장의 수유복을 판매했다. 덩달아 육아 엄마의 고용 확대도 발생해 선순환의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회사를 찾는 외부 견학도 늘어났다. 또 경력 단절 함정에 빠지기 쉬운 육아 엄마의 고용 창출을 위한 정부 시책과도 맞다. 이미지 제고 효과는 덤이다. 육아 엄마를 위한 새로운 고용 모델로 인식되며 회사의 고용 실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육아 시장의 경쟁 구도는 치열하다. 출산 감소로 해당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1인당 지출 수준은 되레 증가세다. 자녀가 적은 만큼 일찍부터 많은 걸 투자해 소중하게 기르려는 부모 심리의 발현 때문이다. 실제 1인당 연간 육아 비용은 0~1세 때 약 93만 엔에 이른다(내각부). 즉, 육아 시장은 사실상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무대다. 부모 수요를 정확히 읽어내면 사업 성공이 가능해도 심리 설득에 실패하면 사업 존속이 힘들다. 엄마 시선이 이럴 때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경험적 확신이 사업적 결단으로 연결되는 사례다. 육아 경험을 가진 엄마에겐 먹혀들 수밖에 없는 신제품의 힘이다.
선두 주자는 ‘론프베이비(Rompbaby)’란 회사다. 엄마 창업자가 고안해 제품화한 기저귀 가방이 누계로 1만5000개나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됐다. 가방 치고는 비싼 개당 6335엔(세전)인데도 매출이 1억 엔을 넘겼다. 엄마만이 열광할 수 있는 기발한 장치가 단연 돋보인다. 시판 중인 물티슈 입구처럼 기저귀를 갈 때 엉덩이를 닦는 티슈를 손쉽게 꺼내도록 고안,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라면 작지만 늘 신경 쓰이는 작은 불편을 사업거리로 엮어낸 사례다. 특허 취득도 다반사다. 빼어난 디자인으로 상까지 받았다. 그 덕분에 출산 축하 선물 목록의 단골 라인업에 올랐다.

‘궁극의 기저귀 가방’이란 세간의 호평답게 성공 요인은 순전히 엄마 시선에 충실한 틈새적인 아이디어였다. 엄마의 육아 경험이 창업의 확신 인자가 된 셈이다. 아직 직영점은 없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을 통한 위탁 생산으로 작지만 거센 엄마 창업의 허들을 넘었다. 사무실은 남편이 운영하는 스포츠 용품점 한쪽에 작은 공간을 둬 비용 절감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엄마들의 경험적 입소문은 연일 확대된다. 여세를 몰아 긴자미쓰코시를 비롯해 유명 백화점과 전문점에 납품하는 등 저력몰이에 나섰다. 창업 만족도는 높다. 전업주부 때 알지 못한 새로운 활동 경험이 엄마로서의 저력 확인과 자신감으로 되돌아왔다.

일본=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