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균의 日日新경영

오늘날 기업들의 낭비가 이전보다 많이 생겨나는 근본 원인은 뭘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다 나은 효율을 얻기 위해 조직이나 제품 시스템의 기능을 추가하고 세분화함으로써 복잡성이 더욱 심화된 탓이다. 기업의 조직이나 제품은 발전할수록 시스템은 복잡해지며 그에 비례해 낭비는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는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늘리거나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려고 한다. 게다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물론 더 싸고 좋은 부품을 찾아 전 세계로부터 부품을 조달한다. 당연히 공급망도 복잡해지고 조직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세분화가 이뤄지면 조직은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에 종업원은 점차 기업 전체의 시스템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각자 자신의 맡은 일만 사고 없이 처리하려는 ‘관료주의’가 생겨난다. 복잡성은 관료주의를 만들고 관료주의는 낭비를 만들고 낭비는 회사를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서 복잡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최고경영자(CEO)가 기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관리의 범위도 넘어서게 된다. 문제의 본질을 찾기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낭비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된다. 경영 전반에 대한 직관력과 안목지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CEO는 단순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스템 사고’로 개선하려고 하면 할수록 시스템의 단순화는 이뤄지지 않고 복잡성만 끊임없이 가중된다. 그러다가 복잡성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면 낭비의 증가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고성장 시장에서 기업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는 복잡성이 초래하는 문제들이 일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업 간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면서 복잡성이 기업의 핵심 문제점으로 서서히 나타나 결국은 치명타를 입힌다.

2001년 모토로라는 당시 세계시장을 지배하던 기존의 아날로그 휴대전화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예측되는 디지털 휴대전화 사이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디지털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였던 노키아에 시장을 빼앗기고 말았다. 뒤늦게 방향 선정의 실패를 인지한 모토로라는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아 오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신제품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 결과 사업 구조가 매우 복잡해졌다. 디자인 플랫폼은 주요 경쟁사들에 비해 2~3배로 늘어났고 제품의 종류도 4배 이상 많아졌다. 이러다 보니 전 부품이 3S(표준화·공용화·단순화)가 안 돼 모델마다 서로 다른 부품을 적용하게 돼 부품 종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여러 가지 디자인, 서로 다른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복잡성은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모토로라는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의 물류비와 재고비, 부품 소싱(sourcing) 비용을 지출했고 고객 서비스의 질도 떨어졌으며 관리비도 크게 늘어나 복잡성에 의해 몰락한 첫 케이스가 됐다.
현대 기업의 新위기 '복잡성', 낭비 증가의 원인…단순화 추구해야
기업 성장할수록 복잡성 증가해

모토로라처럼 오늘날 대다수 기업들은 복잡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기업들은 자기 회사가 얼마나 심각하게 복잡성의 수준에 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설령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위기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복잡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느낄 뿐 경영진의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도 않는다. 복잡성의 문제는 오늘날 기업의 기장 심각한 ‘보틀넥(bottleneck: 생산 확대의 과정에서 생기는 생산 요소부족에 의한 장애)’ 가운데 하나로,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경영 항목이다. 앞으로는 단순함을 어떻게 추구하느냐가 경영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모토로라와 달리 애플은 10년 전 뉴턴(Newton)이라는 이름의 고성능 개인 단말기(PDA)를 만들었다. 뉴턴은 기능이 매우 다양했고 구조나 사용법도 복잡했다. ‘복잡’의 원인은 신기능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고 이것이 뉴턴의 장점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결국 뉴턴은 복잡성으로 인해 실패하게 됐다. 애플은 복잡성에 의한 실패를 교훈 삼아 애플 최초로 단순성을 개발 철학으로 해 뉴턴의 뒤를 이어 팜 파일럿(Palm Pilot)이라는 PDA를 만들었다. 팜 파일럿은 크기와 무게가 뉴턴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기능은 핵심적인 몇 가지만으로 단순화했다. 가격은 훨씬 저렴했으며 사용자들은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쉽게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복잡함을 없애고 단순함을 추구해 성공한 사례가 됐다. 이후 애플은 단순함을 제품 개발의 핵심 철학으로 삼았다. 애플이 만든 제품 중 복잡함을 없애고 단순함을 추구해 가장 성공한 제품은 아이팟(iPod)이다. 단순한 조작 버튼만으로 재생, 순간 멈춤, 되감기, 빨리 감기를 할 수 있게 핵심 기능만을 강조하고 디자인도 단순화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애플은 기능뿐만 아니라 아이팟 기기의 종류도 최소한으로 단순화했다. 잘 팔린다고 해서 비슷비슷한 제품을 여러 종류로 만들어 파는 제품 다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경쟁력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종류를 늘려 복잡하게 만들어 실패한 반면 애플은 복잡함을 제거하고 단순함을 추구함으로써 거듭 성공했다.

제품의 기능과 종류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개발비·재고비·관리비 등의 비용 상승과 함께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유발하게 돼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애플의 성공은 신기술에 있으며 이 신기술의 기본 철학은 단순함을 근간으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팟이나 아이튠즈의 성공은 복잡함을 제거해 단순화하는 게 얼마나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보다 높은 효율과 성능을 최우선해 조직의 세분화와 제품 기능의 다양화가 이뤄지면서 복잡성은 점점 심화돼 간다. 복잡성이 티핑포인트를 넘으면 낭비가 효율과 성능의 이점을 앞서게 되는데, 이 시점이 조직의 파멸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보면 된다.

부품의 복잡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종류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3S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3S 활동을 통해 부품 종류를 줄였다고 하더라도 제품을 하나하나 조립하기 위한 부품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많은 부품으로 제품을 조립하게 되면 조립 단위가 늘어나 공정 수가 증가하며 라인 길이 또한 길어진다. 또한 많은 인원을 투입함에 따라 ‘조립의 복잡성’이 발생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품을 모듈화해야 한다. 모듈화가 되면 조립 단위와 공정 수가 대폭 줄어들어 작업 인원 또한 감소하게 된다. 이후 모듈 종류의 복잡성마저 더욱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전략을 추구해 장난감 레고를 조립하듯이 표준화된 상태로 조립이 간단해지고 용이해져야 한다. 이때 부품 공급 시스템은 JIT(Just In Time) 방식이 아닌 JIS(Just In Sequence)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의 경우 라인(Line) 길이가 일반적으로 1.5km(공장마다 차이가 있음) 정도였지만 ‘3S·모듈·플랫폼’ 활동이 강화돼 오늘날에는 100m 길이 정도의 시범 라인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자동차 조립 라인도 ‘3S·모듈·플랫폼’의 발달로 셀(cell) 라인화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요구하는 맞춤형의 차를 만들 수 있는 ‘맞춤형 셀 라인’으로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기업의 경쟁력은 ‘3SMP(3S·Module·Platform) 활동’이 결정지어 줄 것이다.



백대균
월드 인더스트리얼 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
wimc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