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SKK GSB 유필화 교수의 ‘글로벌 마케팅’

[MBA 명강의 지상 중계] 아모레퍼시픽의 차별적 글로벌 진출 전략
이제는 ‘기업의 성공’이라는 의미가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 가속화되는 세계시장 통합 속에서 기업은 국내시장의 방어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한 각 나라의 기업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 부서를 만들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기업들이라도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만큼 글로벌 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각 나라마다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까지 5대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하는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이다. 하버드대에서도 주목한 이 국내 화장품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하버드대도 주목한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마케팅
화장품 업계에는 로레알·피앤지·에스티로더·유니레버·시세이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럭셔리 시장에서 대중적인 화장품 시장까지 광범위한 제품 라인을 내세워 넓고 그리고 깊게 화장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이 화장품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브랜드 확장과 신제품 출시, 인수·합병(M&A), 브랜드 마케팅, 해외 진출이라는 비슷한 전략을 내세웠다. 또한 대중적 명품(masstige) 시장으로 소비자를 참여시키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특정 소비자 목표 층을 세분화하는 등 다양하게 화장품 시장을 공략해 왔다.

이러한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이 토종 화장품 기업으로서 국내시장을 방어하고 최고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푸시-풀(push-pull) 전략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에 있다.

첫째,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의 7%에 달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홍보를 지속해 국내 고객을 자사의 제품으로 지속 유입시켰다(풀 전략).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국내 화장품 시장의 첫 주자로서 시장에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국내 유통망을 잘 이용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높은 가격의 백화점에만 중점을 두고 국내 유통시장을 간과할 때 아모레퍼시픽은 시장에 최저 가격을 내세운 체인들이 빠르게 늘어나자 자사 제품들만으로 특화된 스토어들을 오픈하는 등 유통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푸시 전략).

셋째, 글로벌 경쟁 기업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했다. 2000년대부터 아모레퍼시픽은 국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 각 시장의 특징 및 지리학적 거리 등을 고려한 분석을 통해 나라별로 각기 다른 전략을 택했다. 그중 프랑스·중국·미국은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각 나라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어떠한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했는지 살펴보자.

화장품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는 아모레퍼시픽이 세계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주요 테스트 시장이었다. 1988년 첫 브랜드 ‘순정(Soonjeong)’이라는 민감성 피부를 위한 기초 화장품을 내놓았지만 유통과 한국 화장품에 대한 프랑스 소비자 인식이 많이 부족해 1995년 중단했다. 이어 차터스(Charters)라는 지방에 작은 공장을 세우고 고급 브랜드인 ‘리리코스’를 론칭해 높은 가격을 책정, 백화점에서 판매했지만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했다.

이 두 가지 실패를 바탕으로 도전한 것은 향수였다. 향수라는 제품군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었다. 향수는 비교적 고객 충성도가 낮고 투자 대비 단기적으로 성공을 가시화하기에도 좋았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향수 업계의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의 노력 끝에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Lolita Lempicka)’를 탄생시켰고 성공적으로 프랑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한국 본사에서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발전시키고 향수병에는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를 찍어 내보내기 시작하자 여자를 위한 최고의 향수로 프랑스와 유럽에서 상을 타기도 한다. 이 향수는 2005년 90개국 이상에 판매됐고 현재 프랑스 향수 시장에서 3%에 가까운 점유율로 업계 3~4위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가 글로벌 마켓에 도전하기 위한 ‘학습’ 장소였다면 미국 진출은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신제품 출시와 함께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이벤트를 열고 고가의 화장품을 선보이는 등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2003년 아모레퍼시픽은 뉴욕 소호에 뷰티 갤러리와 스파를 열고 새로운 스킨케어 제품 라인을 소개했다. 당시 스파는 120분 관리에 250달러 정도로 고가였지만 고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같은 해 아모레퍼시픽 제품 라인으로 뉴욕 5번가에 있는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Bergdorf-Goodman)’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고 2010년에는 한방 화장품 설화수를 입점할 수 있었다. 세분화된 유통 접근 방식과 함께 미국 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의 조언을 받아 럭셔리 브랜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 결과다.


중국에서 ‘유사성’으로 출발해 ‘차별화’로 승부
빠른 인구 성장과 수입 증가를 보이고 있던 중국은 아시아 시장을 고려한 스킨케어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판매해 온 아모레퍼시픽에 여러 면에서 이점이 많은 시장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공통적 문화 관념과 역사적인 긴밀함, 한방 성분 자체가 중국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 중점 전략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우선 지형적으로 한국에서 접근하기가 쉽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북중국, 그중 선양 지역에서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남중국은 대부분이 다국적 럭셔리 화장품들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상태로 단기간 내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춥고 건조한 북중국 기후를 배움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1997년 ‘라네즈’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 소개하고 주요 도시 70개 백화점에 유통했다. 그러나 라네즈의 초기 판매는 기대 이하였고 2000년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얻어 대대적인 시장조사를 실시한 뒤 브랜드 중시 소비자보다 제품 중시 소비자 층을 공략하기로 한다. 2002년 새로운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중간 또는 약간 상위 브랜드들은 지역에서 생산, 고급 브랜드 층은 수입하는 구조로 중간 관리자, 마케팅, 세일즈 층에는 현지인을 고용하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라네즈의 판매는 빠르게 증가했고 때마침 등장한 ‘한류’는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에 힘을 실어주며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지금까지 살펴본 아모레퍼시픽의 국가별 진출 전략은 한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이 해당 국가의 특징이나 지리적 거리 그리고 국가 간 유사성 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글로벌 마케팅에는 케이지(CAGE:Cultural Administrative Geographic Economic) 분석이 선행돼야만 한다. 시장 안에서 부딪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습 비용이 너무 커지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은 수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집중도 있는 투자와 선택을 하고 시장 안에서 하나씩 우위를 선점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같이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현재 어떻게 하는지 끊임없이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

[MBA 명강의 지상 중계] 아모레퍼시픽의 차별적 글로벌 진출 전략
유필화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SKK GSB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리 신버들 성균관대 SKK GSB MBA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