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궁합에 대한 속설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속궁합’을 ‘잠자리 궁합’이라고도 하는데 사주처럼 정해져 있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면 속궁합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속궁합이 안 맞는 거 같아요. 잠자리가 그렇게 좋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어요.”
“사실 우린 싸울 때도 많은데, 이상하게 섹스는 좋아요. 그래서 속상하면 ‘못 살겠다’ 하다가도 ‘그거라도 좋으니 참아야지’ 생각하죠.”
“요즘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 중 성격 차이가 제일 많다죠? 그게 진짜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성기규격 차이라던데요?”

여전히 속궁합에 대한 믿음이 참 확고하다. 섹스에 대해 잘(?) 모르는 신혼부부뿐 아니라 몇십 년을 살아온 나이든 부부도 ‘속궁합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데 놀란다.

‘속궁합’은 보통 사주 궁합에서 나온 말로 부부간에 ‘잠자리 궁합’이 잘 맞는가 하는 것이란다. 누가 이런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성 전문가로서 필자는 ‘속궁합은 있지만, 그것은 사주처럼 정해진, 그래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처음부터 아주 잘 맞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많이 사랑하는 데도 성관계의 느낌은 좋지 않다고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사람의 성기는 부피와 크기가 있는,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섹스는 몸의 감각기관, 말초기관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뇌가 거의 모든 것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태도가 무척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또 한편 분명히 상대를 많이 사랑하는데도 섹스는 그렇게 좋지 않다면 그것은 성감 미개발이나 기술 부족 같은 이유가 있기 십상이다. 상대를 많이 좋아하지만, 말하는 기술이 매끄럽지 못해서 속마음 표현이 어렵고 그래서 오해도 받는 그런 경우와 같다.
속궁합에 대한 속설
◆속궁합이 맞지 않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성교육을 활발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시켜주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아주 보수적인 나라기 때문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참 어렵다.

어른이 되고도 이런 건강한 성담론을 나누기보다는 은밀히 친구들끼리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거나 포르노 등을 보면서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양 아는 사람이 태반이다.

실제 상담실을 찾는 성 관련 문제를 가진 부부들에게 제대로 성교육만 해도 문제의 60%는 개선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와 남자의 성 생리와 심리가 같으면서도 다르고, 성 반응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성 차이만 알아도 많은 문제가 좋아진다.

특히 여자들은 시각적으로 쉽게 흥분하는 남자들과 달리 좀 더 종합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그것은 여자들이 섹스를 통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남자보다 크기 때문에 섹스를 하는 데 더욱 신중하고 까다롭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여자는 후각, 청각, 촉각이 함께 만족되지 않으면 성 흥분이 쉽지 않다. 또 성 흥분이 된다고 해도 계속적인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또 너무 쉽게 흥분이 사라진다. 남자들로선 참 피곤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상대에게 선사할 수 있는 즐거움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더 멋진 일이 될 수도 있다.

여자의 성감대는 목, 가슴, 유두, 음핵 등이라고 말하지만 개인마다 좋아하는 느낌과 영역이 다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민감한 성감대는 여자나 남자나 그때그때 옮겨 다닌다. 그야말로 ‘오늘의 수프’가 아니라 ‘오늘의 성감대’ 찾기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개인이 가진 윤리나 종교 등 가치관에 따라 성 경험의 정도는 개인차가 많다. 그래서 경험을 통해 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상대를 좋아하면서도 관계는 늘 미진하다면 방법에 대해 좀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상대와 갖는 섹스를 통해 배워야 한다.

상대가 어떤 분위기, 애무의 방식을 좋아하는지 서로 표현하고,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성적 대화는 사실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부부여야 잘할 수 있다.

섹스는 그 사람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멋있고 황홀하게, 또 점점 더 잘할 수 있다. 즉 속궁합은 ‘성기규격의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랑의 크기, 성 경험 유무나 소통 및 섹스 기술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다.

섹스는 성기 삽입만이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고, 입 맞추고,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하는 애무의 과정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심지어 부부가 마주 앉아서 와인을 마시면서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조차 좋은 섹스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삽입보다 더 강한 오르가슴을 가져오는 것이 부드러운 애무나 키스, 오럴섹스 혹은 사랑이 담긴 극진한 칭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성기의 규격은 실제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섹스’를 우리는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하는 소통’이라고 부른다.

처음 몇 번의 성경험으로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을 몇 번 만나보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과 친한 관계가 되려면, 신뢰의 관계가 되려면 자주 만나고, 함께 음식도 자주 먹어보고, 이런 저런 주제로 이야기도 해보고, 여러 곡절을 거쳐야 깊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와 반대로 처음엔 속궁합이 아주 좋았는데 점점 나빠지고, 싫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결국 관계의 질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다.

아무리 성기규격이 잘 맞아도, 아무리 섹스의 기술이 좋아도 그 사람에게 거듭 실망하게 되면, 즉 사람이 싫어지면 섹스는 사라진다.

상대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면 속궁합은 좋아진다. 속궁합의 즐거움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에 비례한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 일러스트 민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