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77호 (2020년 02월)

CEO가 알아야 할 IT 트렌드 ⑦2020년 ‘전기차 시대’ 활짝 열린다

[한경 머니=정순인 LG전자 책임연구원·<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 “서면 그저 땅일 뿐이나 걸으면 길이 된다.” 한 사극에 나온 이성계의 대사다. 여기, 아직 누구도 걸어 보지 않은 땅이 있다. 길을 만들기 위해 전기자동차가 시동을 걸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최대 먹거리인 전기차 시장의 포문이 열렸다. 



2020년 국내에 출시되는 전기차가 2019년보다 2배 늘어난 20종에 이를 전망이다. 르노, 테슬라, BMW, 현대차, 벤츠,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 중 신규 전기차를 선보이지 않는 곳은 없다.

BMW는 향후 5년 내 출시할 25개 신차 중 절반을 전기차로 고려하고 있다. 다임러는 2019년 9월 12일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에서 “미래의 모든 설계는 일관되게 전기차로 개발될 것”이라 밝히며 “2030년 다임러는 전기차가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의 회장 데칸하르트는 2019년 9월 열린 콘티넨탈 테크쇼에서 “2040년까지 기존 내연기관차는 완전히 퇴출당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파리, 베를린 등 유럽 일부 도시는 이미 디젤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변화 ①디자인


진보성, 단순함, 친환경을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차체 외관의 선을 최소화한다든지, 차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이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부드러운 곡선을 유지한다든지 하는 것이 여러 완성차 제조업체가 선보이고 있는 전기차 스타일이다.

아우디는 전기차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박스 형태에 가까운 단순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롤스로이스는 전기차에 맞는 차체를 따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19년 10월 22일 출시한 벤츠의 전기차 ‘더 뉴 EQC’는 실내디자인에 고품질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이 차의 대형 블랙 패널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푸른빛 줄무늬 형태를 띠어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전기차에 푸른색이 선택된 곳이 또 있다. 내연기관 차량의 번호판은 흰색이었다. 전기차는 푸른색이다. 친환경 자동차에 주어지는 상징인 셈이다. 현대차가 2019년 9월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에서 주력한 전기차 마케팅 포인트를 살펴보자. 소비자가 자동차 인테리어와 하드웨어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주제였다. 앞으로 자동차는 내 집, 내 방처럼 소비자가 내 취향을 반영해서 직접 꾸밀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바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기존 내연기관보다 부품의 개수, 크기, 복잡도가 줄기 때문에 차체의 하드웨어적 공간 제약이 많이 줄어든다. 따라서 소비자의 취향, 개성을 반영하는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차 외부에도, 내부에도 다양성의 여지가 많아질 것이다.


변화 ②네이밍

전기차 시대는 차의 네이밍도 크게 변한다. 지금까지 차 이름은 ‘스피드, 파워,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정보기술(IT), 세련, 섬세함, 젊음’이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다. BMW의 I, 폭스바겐의 I.D., 아우디의 e-트론이라는 이름을 보자. 감이 오지 않는가. 벤츠의 EQ라는 이름 역시 감성적이다. 포르쉐는 전기 스포츠카의 새로운 모델명을 ‘타이칸’으로 정했다. ‘활기 넘치는 젊은 말’을 뜻한다. 재규어는 I-페이스(I-PACE)라는 이름을 쓴다. 확실히 이전 내연기관차의 이름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변화 ③에너지원

모든 에너지원의 전기화는 최근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전기가 편리하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사용하고 석유난로 대신 전열기를 사용한다. 제철소에서 철을 만들 때에도 석탄을 사용하는 용광로 대신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전기차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원료가 광물자원이라 석유처럼 매장량이 유한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그래서 지구에 무한대에 가까운 양이 있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은 차가 나왔는데 그것이 바고 수소차다. 수소차는 차 내에 수소를 충전한 뒤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만든 뒤 연료전지를 태운다. 결국 최종적으로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수소차는 전기차와 결을 같이 한다

변화 ④배터리 시장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19년 8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전기차·2차 전지 전문 컨퍼런스 ‘KABC(Korea Advanced Battery Conference) 2019’에서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200조 원대 선에 정체하고 있으나 전기차 배터리가 현 성장세를 이어가면 2025년 메모리반도체를 넘어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기차가 2030년에는 전체 자동차 중 3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품질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면서 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시장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고 있다.

변화 ⑤특화 기술

전기차는 특성상 초반부터 최고 토크를 발휘한다. 그래서 가속도 센서와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 가속도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적재 중량을 자동 감지하고, 구동력을 조절하고, 주행 가능 거리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바퀴가 헛도는 현상도 예방이 가능하고, 주행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총 무게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를 좌지우지한다. 전기차가 가벼워질수록 주행 가능 거리가 길어진다는 말이다. 아우디의 전기차 인공지능(AI) 트레일 콰트로는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탄소섬유, 알루미늄, 하이테크 강철 등을 주요 소재로 사용해 무게는 1750kg 수준으로 가볍게 한 것도 이런 이유다.

2020년에는 전기 오토바이도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전기 오토바이 역시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난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는 모두 공통적으로 차체 경량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변화 ⑥소음

전기차는 처음 출발할 때와 저속일 때 모터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엔진소리가 안 난다. 너무 조용하다는 뜻이다. 소리가 안 나므로 보행자와 자전거 사용자는 전기차가 옆이나 뒤에서 다가와도 알아채기 어렵다.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조용한 주행을 즐길 수 있으나 전체 교통 시스템을 볼 때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7월 1일부터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인 소리를 발생시키는 시스템을 전기차에 탑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가 시속 20km 이하 주행 시 인공 사운드가 작동되도록 했다.



‘안드로이드처럼’ 플랫폼 선점 경쟁   

앞서 전기차 시대가 오면 무엇이 바뀔지 알아봤다. 이 전기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도요타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부품, 시스템을 외부 업체에 판매한다. 완성차 제조업체이면서 동시에 부품업체 입장이 돼 외부에 모터·배터리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다. 도요타는 2만 건이 넘는 전기차 관련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도 밝혔다. 전기차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도 실시한다고 한다. 전기차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도요타의 기술력을 폭 넓게 전파하고 자연스럽게 시장을 주도하려는 의도다.

도요타의 이런 전략으로 인해 더 많은 회사가 전기차 시장에 참여하면 기간 부품인 배터리와 모터의 생산 수량이 늘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래서 전기차 보급이 가속되면 도요타의 부품 판매와 전기차 판매 둘 다 날개를 달 것이다. 도요타가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지 않은가.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열렸을 때,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였던 바로 그 모습이다. 스마트폰 기기들을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OS), 에코 시스템 안에서 살게 함으로써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어떤 나라에서 어떤 회사가 개발한 어떤 스마트폰 기기를 선택해도 그 안의 소프트웨어 OS는 안드로이드가 되게 해 매출 과 영향력 둘 다 잡았던 바로 그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다른 업체에 판매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체 차량 라인업의 40%를 배터리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배터리 원료인 리튬을 10년분 확보해 전력 부문 사업에도 참여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다임러, BMW, 폭스바겐, 포드가 공동 투자해 출범한 ‘아이오니티(Ionity)’는 평균 150~350킬로와트(kW)급의 고전압 충전 용량을 제공한다. 고전압 충전이라는 함은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아주 짧다는 뜻이다. 현재 전기차의 충전 시간은 기존 내연기관차의 주유 시간보다 훨씬 많이 소요된다. 고전압 충전 인프라가 도입되면 전기차가 가진 이러한 약점도 없어진다.

아이오니티의 고전압 충전은 경쟁사인 테슬라의 충전기가 145kW를 제공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 유럽 내엔 400개 이상의 테슬라 충전기가 이미 구축된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 장기적 관점에서는 어느 쪽이 유리할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아이오니티는 여러 기업들이 연합한 만큼 자본 확보, 수요 확보, 판로 개척에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최대 IT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 현대차는 자동차를 전시하는 대신 플라잉카를 데뷔시켰다. 도요타는 자동차를 넘어 스마트 시티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소니는 IT 제품 말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꺼냈다.

2020년, 자동차는 이동수단이 아니다. 가장 최신의, 가장 비싼, 가장 힙한 기술은 다 자동차에 들어간다. 2020년 CES에는 모빌리티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비기(祕技)가 총동원됐다. 다음 호 주제가 이 모빌리티다.


정순인 책임연구원은…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에서 오토모티브(Automotive) SPICE 인증과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업무를 한다. 소프트웨어공학(SW Engineering), Technical Documentation 사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2016~2017년 연속 최우수 강사상을 수상했다. 강의와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다룬 책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를 썼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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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1-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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