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들에게 배운다

[Big story] 1억 원의 머니게임
병신년, 새해 투자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줄 투자 대상은 어떤 게 좋을까. “1억 원이 생긴다면…”이란 다소 발칙한 화두로, 투자 고수들의 지혜를 엿봤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주식중개인이었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 주식투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열한 살 때 그가 샀던 주식 3주는 오늘날 그가 이룬 거대한 부의 바탕이 됐다. 투자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씨앗이다.

2016년 새해 금융시장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무려 7년간이나 이어졌던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직후 글로벌 투자 시계(視界)는 흐릿하다. ‘가 보지 않은 길’ 앞에 섣불리 발걸음을 떼기 어려운 이들이 많으리라. 그래서 전문가 3인의 지혜를 엿봤다. 김시영 MFC 대표,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아기곰 부동산칼럼니스트의 소신 있는 투자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그들의 투자 제안에 용기를 얻고, 투자의 세계를 즐겨보기를.

이번 머니게임의 단위는 1억 원이다. 금융, 부동산, 대안투자 등을 위한 최소한의 종잣돈(seed money)으로, 워런 버핏 부럽지 않은 날을 그리며 기적의 화살을 쏘아보자.

case1. 김시영 MFC 대표 PLAN
“80%는 자녀에게 주식 증여,
20%는 나를 위한 중국 연수”
[Big story] 1억 원의 머니게임
“1억 원의 투자? 주식 외에는 다른 대안이 안 보입니다. 그렇다고 50대 중장년층이 시장의 상승을 바라보고 10~20년을 기다리는 건 과욕일 테고, 자녀를 위한 주식 증여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영 MFC 대표는 “지금은 바겐세일 중인 종목이 많다”라며 “10년을 바라본다면 가장 적은 돈으로 미래에 생색을 크게 낼 수 있는 방안이 주식 증여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자녀에게 준다면 1명당 최대 5000만 원 수준이겠지만, 나중에는 지금 화폐 기준으로 몇억 원이 될 수도 있겠지요. 먼 후일에 자녀들에게 몇억 원씩 주려고 하면 증여세를 많이 내야 하겠지만, 지금은 5000만 원(성인 자녀)까지는 면제니까 미리 계좌에 넣어주면 세금 걱정도 없습니다.”

실제 김 대표는 1억 원이 있다면 두 자녀의 명의로 각각 4000만 원씩 주식을 사주고, 나머지 2000만 원은 자신을 위한 중국 연수비용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요즘 중국을 두고 경착륙이니 연착륙이니 말이 많지만 중국의 시대는 ‘이제부터’라고 본다는 것. 그는 “중국 관광객만 봐도 외양부터 5년 전과는 천지 차이”라며 “중국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반문해야 할 때다”라고 했다.

“더 늦기 전에 배낭 하나를 메고 중국을 주유천하(周遊天下)하고 싶어요. 어학연수든 다른 형태로든 6개월 정도 살면서 급속도로 세련되게 변하는 중국을 배운다면 인생의 황혼기에 혜안(慧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혜안이 생겨야 자녀들에게 길잡이가 돼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설이 난무하는 난세(亂世)에 김시영 대표는 주식을 살 때 “역발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박 회사를 좇는 게 아니라 ‘잘 안 망할 것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는 것. 현재 관심을 갖는 업종은 ‘금융’이다. 산업의 흥망성쇠 사이클에서 맨 마지막에 뜨는 업종이 금융이라는 것. 우리나라 산업도 이제 성숙기에 근접해 금융을 주목해야 할 때라는 견해다. 특히 금융업종 가운데서도 보험사의 매력에 주목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잃어버린 20년 동안 보험 회사는 계속 성장했어요. 경기가 나쁘면 증권 회사는 즉각 흔들리지만 보험사는 어지간히 경기가 나빠도 지속적인 보험료 유입으로 버티는 힘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자칭 기업 가치의 신봉자다. 그는 “기업 가치가 우수한데 현재 평가절하 된 종목을 우선 투자 대상으로 고려한다”며 “자산에 비해 주가는 낮은 KB손해보험, 흥국화재, 배당 매력이 높은 맥쿼리인프라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case2.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PLAN
“10 중 9는 배당주, 1은 새로운 언어”

[Big story] 1억 원의 머니게임
“나이 들어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머리 회전에 좋대요. 여행을 가도 좋고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요.”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1억 원이 생긴다면 그중 10%인 1000만 원은 일본어나 중국어처럼 외국어를 배우는 데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처럼 외국어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기 어려우니, 1년 예산을 잡아 개인 레슨을 받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90%는 역시 그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주식투자’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다. “주식 종목 1800개로 100만 개의 포트폴리오는 짤 수 있지만 범위를 압축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김 대표의 기대주는 뭐니 해도 배당주다. “영어 격언에 ‘숲속의 새 두 마리보다 내 손 안의 한 마리가 낫다’는 말이 있지요. 2016년처럼 저성장이 두드러지는 때엔 언제 성장할지 불확실한 성장주보다 당장 손에 잡히는 배당을 안겨주는 종목이 효자 종목이지 않을까요?”

2015년 기준 상장사 배당금은 역사상 최대 수준인 1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10조1000억 원 규모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다. 정부의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배당 확대 정책에다 저금리로 투자자들의 배당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2015년 평균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은 최고 1.6% 수준까지 예상된다. 배당수익률이 기준금리(1.5%)를 웃도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회자된다.

“배당은 피 같은 현금으로 나눠줘야 합니다. 월급, 세금과 함께 외상이 안 되는 3대 분야가 배당입니다. 즉 배당을 잘하는 회사는 그만큼 현금흐름이 좋고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죠.”

‘가치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김 대표의 눈길이 배당주에 꽂힌 이유다. 그는 “2015년 8월 만도는 배당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뒤 주가가 70%나 껑충 뛰었던 것처럼 배당 잘 하는 기업이 연중 재평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하거나 옳다고 믿는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투자의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당주 가운데서도 옥석을 가리는 것은 필수다. 김민국 대표는 연초 정부의 배당정책에 화답하는 기업들의 태도에서 중요한 투자 아이디어가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갑자기 탁 쳤을 때 나오는 반응은 제각각이잖아요. ‘왜 때려’ 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웃고 마는 경우도 있고요. 정부 정책도 일종의 자극이죠. 여기에 반응하는 양상을 보면 이해관계, 성격, 능력이 보일 것 같아요.”

김 대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산 배분은 정유주, 은행주, 자동차주, 에너지업종, KT&G 등 대표적 배당 업종 가운데서 많게는 예금금리의 2배를 웃도는 종목들 4~5개로 배당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 특히 인재 채용 시 이력서를 보듯 과거 배당 이력을 꼼꼼히 살펴, 꾸준히 고배당 정책을 펴온 회사를 고르는 것이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case3. 아기곰 부동산칼럼니스트 PLAN

“매매가 상승률 4%면
워런 버핏 빰쳐”
[Big story] 1억 원의 머니게임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는 “1억 원이 있다면 100% 부동산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1억 원 집’은 매매가 1억 원의 주택이 아닌 전세와 매매가의 차이가 1억 원 수준인 집을 말한다.

“돈이 많다면 여행도 가고 자동차도 업그레이드하고 여러 가지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만, 1억 원을 쪼개다 보면 자칫 푼돈이 될 수 있겠다 싶거든요. 먼저 1억 원을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불리겠습니다.”

미국의 금리도 상승에 시동을 걸었고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도 꺾였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그는 아파트 투자에 아직 짜릿한 ‘대박’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믿는다. 2016년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4% 안팎이면 워런 버핏 뺨치는 수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택산업연구원에 의하면 2016년 전국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3.5%, 전세가 상승률은 4.5%다.

그가 이렇게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는 돈, 1억 원으로 ‘큰소리’ 치는 것은 높은 전셋값을 안고 사는 ‘지렛대’ 효과에 있다.

“1억 원을 투자했는데 주택 가격이 연 4% 오르면 실제 수익이 얼마일까요? 400만 원이 아닙니다. (전셋값 비율이 80%였다면) 세입자가 80%를 무이자로 내줬으니 2000만 원의 수익이 가능하죠.”

수익형 부동산의 대명사인 오피스텔 대신 아파트를 주목한 것은 ‘뒤로 가는’ 오피스텔의 매매가 때문이다.

2013년 8월 기준 서울 지역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는 2억2059만 원. 2년 뒤인 2015년 8월에는 2억1855만 원으로 204만 원이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는 평균 4억8461만 원에서 5억1213만 원으로 2752만 원이 상승했다. 2년간의 임대수익도 오피스텔은 2484만 원, 아파트가 3605만 원으로 더 높다. 아기곰은 “오피스텔의 문제점이 가격이 잘 안 오른다는 점”이라며 “전세를 안고 아파트를 사면 임대수익은 얻을 수 없지만, 평균 매매차익만으로도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수익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아기곰 칼럼니스트가 현재 ‘부동산의 서울대’로 주목하는 곳은 삼성역 근처다. 주택 시장의 강력한 상승 요인인 대형 오피스 타운(현대자동차 사옥)이 새롭게 형성됨에 따른 것. 삼성동, 대치동, 잠실 서쪽(우성 1·2·3차, 엘스, 아시아선수촌 APT 외) 등이 우선 관심 대상이다. 하지만 1억 원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일단 패스. 같은 이유로 눈길을 끄는 곳이 마곡지구. 하지만 실제 얼마나 기업들이 입주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 ‘중박’ 정도로 예상했다.

경기도 분당·용인 지역은 ‘태풍의 눈’ 판교의 수혜 지역. 2017년 말부터 2기 테크노벨리에 4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공급됨에 따라 입주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기대. 그는 “판교 직원들의 주 연령대가 20~30대로 강남3구의 주택을 사기에는 모아둔 자산이 부족하고 판교 역시 비싸기 때문에 분당·용인 지역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지역에선 새로운 입주자들이 기존 거주자들을 돈으로 밀어내는 현상(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 주택 거래를)이 심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