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마음의 고향 ‘세컨드하우스’에 살까
도심의 빌딩숲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길. 이제 쉬엄쉬엄 시골 흙길을 걷고 싶은 것이 욕심일까. 반백 즈음에 새로운 전환점을 찾는 이들이 많다. 고향을 닮은 ‘세컨드 하우스’에서 오도이촌(五都二村) 생활을 꿈꿔본다.

마른 장작이 타닥타닥 불꽃으로 타오르는 걸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마음 편하고 따뜻했다. 벌겋게 타오르던 장작불이 꺼져갈 즈음, 감자나 고구마를 넣어 간식거리를 만드는 것 또한 더없는 즐거움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오미숙 씨의 가슴 속에 머무르던 어린 시절 한옥의 풍경이다. 그 한옥의 풍경을 풀 향기처럼 간직하고 살다 4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다시 시골생활을 감행할 용기를 내게 됐다.

“귀소본능이 있어서일까요. 고향에서 어릴 때 살던 집이 그리웠어요. 누구나 그러하듯 자식 키워내고 할 일 하느라 정신없이 살다 보니 중년이 됐는데, 이제는 ‘더러 쉬며 가자’ 하는 생각에 고향집을 닮은 집을 찾아다니게 됐어요.”

고등학생 자녀가 있기에 그의 선택은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보내고 이틀은 시골에 머무르는 오도이촌 생활. 2013년 2500만 원을 들여 충남 서천의 농가주택을 구입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음으로 낭만적인 농가주택을 짓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농가주택 개조는 눈물, 콧물 다 뺀 고단한 여정이었다.

“오래전의 흙집과 대들보, 대청마루 있는 시골집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흙벽이 무너져 있고, 서까래 사이 흙이 무너지고…. 시골집이란 정말 복병이 천지에 숨어 있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았어요.”

결국 집값보다 2배나 공사비를 들여 한 달여 만에, 그토록 그리던 세컨드 하우스의 주인이 됐다. 2013년 7월 그의 두 번째 삶이 열렸다. “너무 늦은 때란 없는 것 같아요. 고쳐 가면서, 손보면서 다시 시작하면 되죠.” 그렇게 집도, 그리고 그의 인생도 전환점을 맞았다.
[Big story] 마음의 고향 ‘세컨드하우스’에 살까
도시에서 먼 충남 서천의 농가주택을 왜 선택했나.
“똑같은 전원주택이라고 해도 전원주택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도 넘어요. 맨 처음 강원도에 갔는데 그 돈이면 서울에 작은 주택을 살 만큼 비쌌어요. 할 수 없이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갔죠. 당초 생각했던 집 구입 예산은 2000만~ 3000만 원이었는데, 서천에서야 대지 301㎡(100평), 건물 66.11㎡(22평)에 2500만 원을 들여 시골집 한 채를 살 수 있었습니다.”

농가주택 개조 과정에서 특히 힘들었던 점은.
“우선 시공팀 선별부터 난관에 부딪혔어요. 집 관련 공사는 자재 값보다는 인건비가 큰 몫을 차지하는데 시골에서는 도시의 빨리빨리 마인드가 전혀 통하지 않았죠. 그래서 서울의 시공팀과 함께 한 달여 동안 여관에 머물렀어요. 집에서 출퇴근하는 게 아니고 외지에 나가서 집을 짓다 보니 경비도 많이 들고, 식당도 마땅치 않아 직접 인부들 식사를 챙기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시골집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어요. 무너진 흙벽에 페인트칠을 할 수도 없고 묵은 도배지를 떼어내는 데는 며칠이나 걸렸고,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았죠. 새로 짓는 것보다도 귀찮은 일이 더 많았습니다.”

실제 농가주택 살아보니 어떠한가.
“관광이 아닌 진정한 쉼을 원하는 마음에, 내 몸 하나 달려가면 편히 쉴 수 있음에 너무 좋아요. 여행을 어디로 갈지, 숙소는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거나 찾아보는 번거로움도 없으니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요. 지인과 가든, 가족과 가든 여행처럼 가서 내 집처럼 편히 쉬고 오면 되니까요. 특히 혼자 가면 진정한 ‘쉼’을 누리고 오는 것 같아요.”

항상 낭만적이지는 않을 텐데.
“집이 비어 있는 날들이 많으니, 가면 반나절 아니면 하루는 청소하느라 시간을 보내요. 방 안에는 여러 종류의 벌레들이 자유롭게 놀았던 흔적을 치워줘야 하고, 처마 밑에는 거미들이 땅따먹기에 살판이 나 있는데 대빗자루로 그들의 집을 없애줘야 하죠. 그렇게 비어 있어 주인 손을 기다리던 일들을 해주다 보면 허리가 휘청해요. 세컨드 하우스의 가장 힘든 부분이 비어 있는 집의 관리인 것 같아요. 겨울철 특히 동파 방지를 위한 관리 및 도난 문제가 신경 쓰이죠. 다행히 서천 집에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아직까지 분실된 것은 없어요.”

농가주택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집을 구입하기 전에 집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공사 시 차량 진입은 원활한지, 동네 환경오염 시설은 없는지 여러모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해요. 주민 성향도 여러모로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처럼 문을 꼭꼭 닫고 사는 게 아니라서 시골집을 지을 땐 주민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가도 고려해야 돼요. 지역마다 다른데 다행히 서천의 동네 어르신들은 친자식처럼 대해 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주말에 내려가면 동네 주민들과 커피도 마시고 부침개도 부쳐 먹으며 정겹게 지내다 옵니다.”

농가주택 고를 때 주의해야 할 필수 요점 TIP
[Big story] 마음의 고향 ‘세컨드하우스’에 살까
농가주택 개조 프로젝트의 성공은 애초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구입하는 데 달려 있다. 집을 멋지게 개조하기에 앞서, 위치나 기본 조건이 적합한지 반드시 두 번, 세 번 검토해야 한다.

-마음에 든다고 곧바로 계약은 금물
아무리 집이 마음에 들어도 중개인에게 티를 내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뒤 일단 떠난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봐도 마음에 든다면 혼자서 다시 한 번 집을 보러 가는 것이 좋다. 쓰고 없어질 생필품도 아니고 계속 살아야 하는 집을 한 번 보고 바로 구입하는 건 아무래도 모험이다.

-뒷조사(?)도 필수다
두 번 봐도 집이 마음에 든다면 뒷조사를 해볼 차례다. 한 마을에 오랫동안 모여 사는 시골 동네이기에 마을 어르신들이 계시는 마을회관에 가서 여쭤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 특히 시세보다 싼 경우에는 어떤 이유로 그 집이 매물로 나와 있는지 반드시 조사해보자.

-목돈 드는 집의 뼈대부터 살펴야 한다
흙집을 처음부터 지으려면 1억 원은 우습게 든다. 집을 고쳐 살겠다면 집의 내부는 신경 쓰지 않더라도 기둥, 대들보, 서까래 등 골조가 튼튼한지, 뼈대가 좋은 집인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또한 화장실, 보일러, 지붕 상태가 양호한지를 반드시 체크해봐야 한다. 농가주택뿐 아니라 단독주택에서도 돈 많이 잡아먹기로 소문난 부분이기 때문이다.

-토지대장,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확인은 필수
옛날 집이고 시골에 있는 집들은 집의 소유주가 땅의 소유권 이전을 제대로 해 놓지 않아서 파는 사람이 집에만 권리가 있고 땅은 다른 사람 소유인 경우도 왕왕 있다. 등기부등본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건축물대장까지 확인한다.

배현정 기자│도움말 및 사진 애플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