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에일린의 뜰
광교 에일린의 뜰
정원까지의 거리 ‘0m’. 로망을 현실로 이어주는 ‘자연친화적’ 삶은 테라스하우스 열풍을 일으킨 핵심 동력이다. 부동산 시장의 히든카드로 떠오른 테라스하우스를 구입해도 좋을까. 한경 머니는 부동산 전문가 10인의 의견을 토대로 향후 테라스하우스의 전망 및 미래 가치를 짚어봤다.

광교신도시에서 럭셔리 주택의 대명사는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 ‘에일린의 뜰’이다. 지난 2011년 분양 당시 9억5000만 원 선이었던 전용면적 145㎡의 주택은 현재 매매가 13억 원 수준이다. 호수 조망 세대일 경우 최고 15억 원도 호가한다. KB시세(4월 기준)에 따르면 입주 시기와 전용면적이 비슷한 광교신도시 내 고가 아파트인 광교자연&자이(148.21㎡)가 8억8000~10억 원, 광교삼성래미안(136.63㎡)이 8억~8억5000만 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최소 3억 원 이상 비싸다.
[BIG story] 테라스하우스, 투자 가치 있나?
4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강남 효성해링턴 코트’는 2014년 분양 당시 평균 45.4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 마감됐다. 현재 1억~2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 주택들은 공통점이 있다. 단독주택의 마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테라스가 딸린 테라스하우스 단지라는 것이다. 에일린의 뜰은 단지 정면에 호수공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가운데 각 세대에는 최대 100㎡가량의 테라스를 도입해 ‘자연을 품은 주택’으로 선호도가 높다. 강남 효성해링턴 코트는 총 199세대의 전 세대에 최대 70㎡ 수준의 테라스를 제공해 강남에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택으로 상품성을 높였다.

과연 분양 시장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테라스하우스는 반짝 인기 상품일까. 지속적으로 사랑 받는 주택 유형으로 자리매김할까.
[BIG story] 테라스하우스, 투자 가치 있나?

테라스하우스 ‘상승 전망’ 70%

‘테라스하우스 인기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전문가 7명은 ‘상승’이라고 답했고, 3명은 ‘지속(현재 수준)’을 꼽았다. 테라스하우스의 인기가 ‘점차 식을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없었다. 테라스하우스가 일반 아파트나 빌라처럼 보편화된 주택은 되지 못할지라도 특화 상품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압도적인 것이다. 현대인의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과 ‘한정판’이라는 매력이 있어서다. 지난해 말 국토연구원이 국민 1590명을 대상으로 현재 및 미래(30년 뒤) 거주 희망 주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타운하우스 및 테라스하우스에 살고 있다’(0.4%)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지만 ‘앞으로 타운하우스 및 테라스하우스에 살겠다’는 응답은 15.8%에 달했다. 주택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또한 테라스하우스는 당초 공급 물량이 적어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실제 4월 분양을 시작한 동탄파크자이 979세대 중 테라스하우스는 47세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입주한 대우건설의 북한산 푸르지오는 일반 분양 430세대 가운데 30세대만 선호도 높은 테라스하우스로 나왔다. 한 해 분양되는 테라스하우스 단지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컨텐츠본부 실장은 “전원생활과 생활편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테라스하우스는 희소성이 더해져 인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테라스하우스 가운데서도 구조나 평면의 차별화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복층의 베란다로 이뤄진 평면보다 계단식으로 텃밭을 만들 수 있는 테라스가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테라스하우스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화초 등을 가꾸며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실내형 테라스보다 실외 테라스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테라스하우스 분양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적정하다’거나 ‘저렴하다’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테라스 면적이 실제 서비스면적인지, 분양가에 포함된 것인지 주변 부동산 시세와 비교해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의 경우를 보면 테라스가 없는 2·3층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3억1000만~3억3000만 원 선. 반면 25㎡의 테라스 공간이 있는 1층은 3억5000만 원 선, 약 70㎡의 테라스와 40㎡ 규모의 다락 공간이 있는 4층은 4억1500만 원 선이었다. 테라스 공간이 서비스면적이라지만 분양가에 이미 포함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테라스하우스가 비싼 데도 살 만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함에 따라 올해 테라스하우스 가격도 제자리걸음에 머무를 것이라고 봤지만, 5년 후로 내다봤을 때는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전문가 5명은 5년 후 테라스하우스 시세의 ‘상승’을 점쳤고, 4명은 ‘보합’을 예상했다. 김종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테라스하우스를 다가구주택 지역에 지을 수는 없는 법”이라며 “자연과 접하면서 도심의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테라스하우스는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테라스하우스는 거주자들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테라스를 꾸미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일례로 테라스하우스의 주요 단점 중 하나가 높은 관리비용인데, 태양열 설치 등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법을 찾고 널리 전파한다면 앞으로 테라스하우스의 가격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테라스하우스도 역시 서울> 판교> 광교
미래 상승 가치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으로는 6명의 부동산 전문가가 서울권역을 택했고, 4명은 테라스하우스 공급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도권 신도시를 꼽았다. 수도권 신도시 내에서는 특히 판교를 유망 지역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이어 광교와 위례 지역의 추천 비율이 높았다. 김영곤 교수는 “판교는 기존의 공급된 테라스하우스 물량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에 제2판교에 테라스하우스가 생긴다면 자산가들의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상언 대표는 “결국 테라스하우스의 가격도 일반 아파트의 가격과 맥을 같이 할 것”이라며 “중심지는 오를 것이고 외곽은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생활에 근간을 두는 테라스하우스도 중심지에 있어야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테라스하우스를 선택할 때 실수요자들이 우선 고려할 항목으로는 10명의 부동산 전문가 중 5명이 ‘주거환경’을 지목했고, 각각 2명이 ‘직장과의 거리’와 ‘환금성’을 꼽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테라스하우스는 신평면, 공급 희소성 등이 부각되면서 신규 분양 시장의 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범용적 평면이 아닌 데다 환기, 소음, 주거 편의성 등 아직 많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테라스하우스를 선택하기보다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의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환 교수는 “일터와의 거리가 먼 곳에서 5년 이상 살기는 어렵다”고 했고,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는 유연하게 사고 팔 수 있지만 연립주택 부지의 테라스하우스는 부동산 가격 하락 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BIG story] 테라스하우스, 투자 가치 있나?
배현정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