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머니 상속포럼]
김태의·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고령 상속? 후견제도와 신탁으로 푼다
(사진) 김태의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 이승재 기자

[정리=김수정 머니 기자]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무병장수의 행복만 누린다면 좋겠지만 상속을 둘러싼 ‘쩐의 전쟁’은 때론 씁쓸한 노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날 포럼의 첫 강의자로 나선 김태의·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는 고령 상속으로 야기될 수 있는 각종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각각 성견후견제도와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 청중을 사로잡았다.

2000년부터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고령 상속은 간과할 수 없는 숙제와도 같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에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견되는 등 가파르게 고령 인구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고령의 부모를 둘러싼 상속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터진 롯데가(家)의 ‘왕자의 난’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90세가 넘은 신격호 회장의 판단·인지 능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며 아직까지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이 같은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성년후견제도다.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는 종래 무능력자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정법원이 후견인과 후견의 범위를 정하고 감독사무를 담당한다.

또한 후견인이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거주 이전 등 신상에 관한 결정권 행사도 가능하며, 본인들의 자기 결정을 존중하고, 잔존 능력을 활용해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정상화의 원칙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성년후견제는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성년후견은 질병, 장애,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신청하게 되며, 치매 판정을 받았거나 신체에 일정 장애가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할 때는 한정후견, 재산 관리나 회사 경영 등 특정 사무에 한해 후견이 필요한 경우 특정후견, 계약에 의해 후견이 성립되는 경우를 임의후견이라고 한다.

이 중 임의후견은 정신적 제약이 발생한 후에 가정법원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 제약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후견계약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하고 미리 재산 관리, 신상보호 사항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제도로 고령 상속에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임의후견의 후견인에도 그 자격 제한이 없으므로 배우자, 자녀, 친족뿐 아니라 지인이나 변호사, 법무사 등 법률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법정후견의 경우, 재산의 보존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탄력적인 재산 관리에 한계가 있고, 법원의 허가를 받는 만큼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데 임의후견은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해준다.


다만, 임의후견 계약은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하며 등기가 필요하다. 후견계약 체결 후 계약의 위·변조를 막고, 계약의 체결·존속에 관한 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록 아직은 다소 생소한 제도이지만 임의후견 계약은 법적으로 계약된 범위 안에서 노후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령 상속 시대에 대응하는 좋은 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고령 상속? 후견제도와 신탁으로 푼다
(사진) 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 이승재 기자

상속을 위한 유언대용신탁의 활용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는 상속과 관련해 유언장을 대신 ‘신탁’을 한 방편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신탁이란 기본적으로 위탁자가 ‘위탁자’의 재산권을 ‘수탁자’인 신탁 회사에 이전해 수탁자(신탁회사)는 이를 운용해 수수료를 얻고, 나머지 수익을 수익자 또는 위탁자에게 주는 법률관계다.

신탁은 재산 보호라는 목적 외에 재산의 관리와 증식, 다양한 재산 승계 방법의 활용, 절세 효과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생전에 재산을 자손들에게 이전하면서 자손들이 함부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유용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도 쓰인다.

신탁 계약은 위탁자의 자유의사대로 그 계약 내용을 매우 유연하게 정할 수가 있고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특히 신탁을 할 경우, 도산격리(insolvency protection)가 가능한데 이는 위탁자의 파산재단에도 귀속되지 않고, 수탁자의 파산재단에도 귀속되지 않는다.

가령, A씨가 B씨에게 돈을 수탁했을 경우, 수탁자 B씨가 파산을 당해도 A씨가 수탁한 돈이 B씨의 채권단은 물론 법적으로도 손을 댈 수 없다. 안정적인 상속을 위해 이 신탁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유언신탁, 유언대용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을 하는 사람이 예금, 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금융 회사에 맡기고 금융 회사가 계약에 따라 상속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말한다.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하면, 생전에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고, 사후에는 계약에서 정한 재산 배분이 신속하게 정해진다. 금융 회사가 상속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일주일 정도면 상속재산 분배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언대용신탁은 기존의 유언장이 갖고 있는 법적 효력의 한계를 보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제도는 크게 법정상속과 유언상속으로 나뉘는데, 아무리 유언을 남기더라도 유언법정주의에 근거해 피상속인이 자신이 원하는 모든 상황을 유언장에 담을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일종의 ‘거래 계약’인 만큼 피상속인이 계약 형식을 통해 자신의 요구 사항을 폭넓게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속 절차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있는 경우, 특정 기간 동안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생활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내용으로 관리해주는 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상속을 하는 사람이 사망하기 전까지 상속재산 배분을 변경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과 함께 상속 받는 사람을 도와주는 성년후견약정을 맺어 배우자의 안락한 노후를 도울 수도 있다.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유언대용신탁’은 부의 증식, 안정적인 부의 대물림, 사후 가족의 평온한 삶을 위해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