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신혼보다 더 뜨거운 ‘다시 신혼’
[big story]

[한경 머니 =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대한성학회 초대회장] 중·노년기의 부부에게 ‘다시 신혼’을 주문하면 아마 억지로라도 신혼 때의 사랑 표현들을 흉내 내 보라는 얘기쯤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은 그보다 훨씬 더 나을 수도 있다.

섹스의 궁극적 목적이 종족 보존이기 때문에 생식 능력이 한창 강했던 나이에 갖고 있던 몸의 생리나 반응을 50, 60이 지나고서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늘 하는 그 많은 성 표현이나 행동들은 대부분 생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마 100번 중 99번은 아니었을 것이다. 몸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든지 마음의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는 더 말할 나위없고 그저 습관이 돼서, 또는 따로 할 일이 없어서, 심지어는 싸우고 난 후 화해를 하려고 한 적도 있을 것이다. 성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돕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다. 이걸 자칫 목적으로 생각하면 많은 고민이 뒤따라올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취하기 어려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도구라면 경험과 경륜을 쌓은 어른들이 오히려 훨씬 더 멋있게 할 수 있다. 또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섹스에 관한 대표적인 거짓말 3가지
10대나 20대 젊은이들에게 사람이 몇 살까지 섹스를 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50이나 60일 거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얼마나 성 표현들을 소홀히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성에 무슨 정년 같은 게 있다고 믿으면 정말 그렇게 되기 쉽다.

놀라운 건 ‘노인의 성’을 얘기하는 대부분의 학자며 작가들이 노인의 문턱도 넘어가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잘못하면 멀쩡한 사람들의 노후 ‘삶의 질’을 망쳐 놓을 수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현대 성학에서 ‘포르노’ 다음으로 잘못된 지식을 전해주는 부분이 소위 ‘노인 성교육’이 아닐까 한다. 여기엔 너무나 할 얘기가 많지만 우선 중·노년의 성이 건강을 해칠 거라는 잘못된 지식을 주입시키는 것만 예로 든다.

이건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린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 무슨 병이라도 생길 것처럼, 또는 자칫 잘못하면 복상사라도 일어날 것처럼 겁을 줬다. 그동안의 이런 잘못 주입된 지식들이 행여 잠재의식 속에라도 남아 있어 은근히 성을 기피하고 있다면 마음을 크게 바꾸기 바란다.

모든 성 표현들은 그것이 꼭 성교가 아니더라도 몸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다량 나오게 해서 살맛도 더 나고 하다못해 골프 비거리도 더 나가게 된다. 또 도파민 같은 쾌감을 주는, 그리고 옥시토신 같은 친밀감을 주는 뇌신경 전달물질들도 많이 나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줌은 물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등의 건강에 유익한 결과들을 가져다준다. 암 발생 빈도가 떨어진다는 보고도 많다.

복상사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행보다도 훨씬 드물 뿐 아니라 연령도 30대 때 가장 많고, 다음이 40대, 50대, 60대 순이니 오히려 젊어서 주의할 일이다. 영화나 소설 같은 데서 노인들이 섹스를 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이는 정말 소설을 쓴 것일 뿐이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인간은 성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한다. 따라서 나이 때문에 성을 기피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성기능이 떨어져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한다. 이 또한 무지의 소치다. 인간의 성 행동에 필요한 3가지 요소는 가치, 욕구, 능력인데, 이 중에 가치가 으뜸임은 물론이다. 욕구는 충분조건이기는 하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며, 능력은 이들 셋 중 가장 덜 중요한 요소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성에 대한 무지 때문에 외롭고 불행한 노후를 보낸다.

멋있는 성을 구사하기 위해서 절묘한 테크닉을 배우려 한다면 이는 부질없는 일이다. 오히려
‘해부학’을 좀 더 익혀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자의 성기는 구멍이 아니라 첩첩산중 주름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으면 상당한 수준이다.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는 폐경이라는 큰 고비가 있어 그때부터 몸에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게 돼 성적으로 좀 불리한 처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성적 결정권이 여자에게 있다 보니 남자 또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섹스리스가 되는 경우도 많다. 섹스는 둘이 같이 하는 것 같지만 기실 각자가 자기의 것을 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렇게 되면 매우 불공평하다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성을 기피하는 쪽도 성에 대한 욕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므로 어떻게든 이는 해결해주어야 한다. 호르몬이 없는 것이 문제면 대체치료를 받으면 된다.

중년 이후엔 여러 가지 핸디캡이 있어 어려울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면도 있다. 경험이 많고 또 성에서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욕구만 강해 서두르는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남자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감각적 만족을 원하고 여자는 친밀감을 더 쌓아 관계를 향상시키려고 섹스를 한다고 세뇌돼 왔지만 사실은 그와 반대다. 진실은 여자가 오히려 성적 쾌감을 추구하고 남자는 성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자에게 성은 ‘감각’이며 남자에게 성은 ‘권력’이라는 뜻이다. 자연히 성적 만족, 성적 즐거움은 이들을 추구하는데서 온다고 보아야 한다.

성교육이 아닌 성애교육이 필요하다
여자가 성을 기피해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남자들도 많다. 알수록 행복해지는 게 성인데 안타깝기까지 하다. 성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여자가 성에 쉽게 응하는 동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지난번 섹스가 너무 좋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남자가 어떻게 해야 할까는 자명해진다. 섹스는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알아지는 게 결코 아니다.

‘섹스는 학습된 경험에 의존한다(Sex is learned experience)’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성교육’이 아닌 ‘성애교육’도 받아야 한다. 앞에서 남자의 성은 권력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다. 특히 나이 든 남자가 자신의 피부감각만을 찾아서 성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떻든지 나로 인해 상대 여자가 최대의 만족을 얻고 항복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따라서 남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여자의 노력은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예로부터 얘기하는 소위 ‘명기’라는 것은 결코 성형수술이라도 해서 처녀 같은 몸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짓으로라도 감창 즉 ‘성적 신음’을 반복해서 남자로 하여금 최고의 남성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자기의 남자를 왕이라도 된 기분을 갖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둘의 행복을 위해 더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신혼’은 진짜 ‘신혼’보다 더 나을 수 있다.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이해와 느긋함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도 성을 버리지 않으면 계속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친밀감 유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기엔 부족하므로 되도록 자주가 좋다. 아니면 외롭고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대한성학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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