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인의 자격 ‘나눔에 눈 뜨다’
[big story]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사진 및 기사 자료 코이카 월드프렌즈운영팀·베트남 코이카 사무소·바라봄사진관]

나눔을 통해 진짜 ‘나’를 찾은 사람들이 있다. 나와 가족을 위해 살았던 1막의 무대에서 내려와, 넓은 시야로 새로운 가치와 더 소중한 자아를 만난 이들에게서 2막을 준비하는 지혜를 엿본다.

interview 1 유백열 코이카 베트남 봉사단원
“은퇴하면 무력하다고요? 더 큰 힘과 능력을 찾았죠”

아름다운 성인의 자격 ‘나눔에 눈 뜨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나가 보면 옆집 아이들이 ‘안녕’ 하면서 손을 흔들어요. 커피보다 더 따뜻한 웃음을 선물하는 참 귀여운 꼬마 친구들을 얻었죠.”

‘세 번째 스무 살’을 목전에 두고 베트남 하노이로 떠난 유백열(59) 씨. 그에게 은퇴(隱退)는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감사로 충만한 인생의 전성기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기쁨과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참 감사하더군요. 베트남 봉사활동에 대해 100점 만점에 98점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지난해 5월부터 베트남에 파견됐다. 하노이 국립 인문사회대 한국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1·2학년의 말하기 과목과 3·4학년의 고급 쓰기 과목이 중점 교육 분야다. 방과 후 ‘한국어 말하기 동아리’를 통해서도 학생들을 지도한다.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현지인들과 수시로 교류하며 문화를 나눈다.

“초기에 베트남어를 배우기 위해 이른 새벽 동네 아주머니들을 따라 시장에 가서 짐꾼 노릇을 했습니다. 그 덕분에 베트남 생활이 한결 더 재미있어졌어요.”

교직원(한양대 입학부처장)이었던 그의 새로운 도전은 50대 중반에 우연히 보게 된 TV 프로그램 <코이카의 꿈>이라는 방송 덕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분야를 살펴보다 한국어교육을 눈여겨봤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음에도 다시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다.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2급 교원자격증을 땄다.

가족 모두 만학을 불사하는 새로운 도전을 격려해줬지만, 막상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에 합격하자 뜻밖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노모께서 정말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려고 하느냐며 환경도 열악한 낯선 곳에 가서 어떻게 생활하려고 그러느냐고 만류하셨죠.” 그래도 어려운 결정을 응원해준 아내와 자녀 덕에 지난해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설렘과 희망을 가득 안고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베트남 생활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열정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영상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와 입에 안 맞는 음식이 고역이었어요. 베트남어로 의사소통도 어렵고 정말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현지에선 물가를 고려한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원받는데, 개발도상국이어서 국내 생활과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만만찮았다.

“처음에는 식사 준비도 힘들었는데 요즘엔 김치찌개와 현지 음식의 맛을 제법 낼 수 있는 수준이 됐어요. 귀국하면 가사 일을 제가 일정 부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납니다.”

그가 ‘시니어’라는 점은 낯선 타향에서의 어울림에 플러스 요인이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과 연륜을 토대로 가슴을 열고 다가가면 현지인들과 더욱 깊게 공감이 된다. “한국어 교육보다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라고 생각한다.

내년 봄이면 2년간의 2막 첫 봉사여행이 종료된다. 하지만 또 다른 봉사여행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이역만리로 가르치기 위해 떠났지만,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 나와 다름을 이해하는 것, 다른 문화를 존중해주는 것, 먼저 손을 내미는 것, 건강과 안전을 챙기는 것, 그리고 열정을 잃지 않는 것. 베트남 봉사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삶의 지혜들이다.
가족 사랑도 더욱 돈독해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전화기로 ‘사랑한다’, ‘고맙다’, ‘자랑스럽다’와 같은 감정 표현과 격려를 서로 주고받아요.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변화한 것이 봉사활동으로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유백열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의 ‘나눔의 2막’
① 경력
대학 교직원(한양대 입학부처장으로 은퇴)
② 나눔 2막 준비
대학원 한국어교육 전공, 2급 교원자격증
③ 소득(재정 지원)
현지 생활비(월 830~1250달러) 및 주거 지원 받음
④ 나눔의 인생 2막에 대한 한 마디
이 세상에는 우리가 살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지식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새로운 희망을 찾는 많은 사람과 나눌 때 함께 즐거운 인생 2막의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이다.

interview 2 나종민 바라봄사진관 대표
아름다운 성인의 자격 ‘나눔에 눈 뜨다’
"억대 연봉과 맞바꾼 착한 카메라"

서울 합정동의 사진관 ‘바라봄’은 2011년 국내에서 이례적인 장애인 전용 사진관으로 출발한 ‘착한 사진관’이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일반 스튜디오처럼 이용 가능한데, 가족이나 인물 사진을 촬영하면 장애인이나 노약자, 저소득층 등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 촬영권을 선물할 수 있는 ‘1+1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열린 사진관으로 변신한다. 뜻을 같이 하는 ‘착한 가게’들과 의기투합해 무료 정장 대여 및 저렴한 헤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잘나가는 억대 연봉의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지사장을 그만두고 ‘착한 사진가’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한 나종민(53) 대표는 은퇴 전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더 바쁘다고 말한다. 하루 스케줄이 4~5개씩 되기 일쑤고, 주말에 출장이 잡히기도 한다. 이제 환갑, 일흔도 두렵지 않다고 한다.

“외국계 기업이어서 20여 년 직장생활 동안 주말 근무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은퇴 후가 더 바빠졌네요. 하지만 이해관계 없이 만나는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없어 너무 좋습니다.”
50세가 채 안 돼 선택한 조기 은퇴를 그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말한다. 실적에 목을 매는 삶에 회의를 느꼈다.

그렇다고 퇴직 당시부터 사진관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다. 은퇴 직후 1년여는 여행 다니고 휴식하면서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슬슬 혼자 놀기의 한계도 느끼고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잠시 재취업도 고민했지만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찾기로 했다. 그러다 은퇴 설계 아카데미를 통해 재능기부의 세계에 눈을 떴다. 평소 관심 있던 사진 강좌를 수강하고, 다른 은퇴자들과 함께 LETS(Life Experience Talent Share)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하던 어느 날 장애인체육대회에서 한 뇌병변 장애인의 어머니를 만났다.

“혹 사진관을 하시나요? 동네 사진관에선 왠지 위축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장애인 가족들은 평생 가족사진 한 장 남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장애인 전용 사진관을 열기 위해 다른 은퇴자들과 십시일반 투자금을 모았다.

3명이 1000만 원씩 투자했다. 2000만 원으로 스튜디오를 임대하고 1000만 원으로 장비를 갖췄다. 하지만 장애인 전용 사진관에 처음부터 고객들이 밀려들 리 없었다. 사회공헌형 사진관이다 보니 수익을 우선시할 수도 없었다. 결국 사진관 설립 동료 중 나 대표 혼자만이 남았다.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한 일을 해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젊은 시절처럼 수백만 원 이상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한다면 오래 못 갈 것 같아요.”

돈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지속 가능한 데는 오랜 근검절약의 생활습관이 큰 힘이 됐다. “제 차는 16년 된 차이고, 아내는 휴대전화로 카톡도 안 되는 2G폰을 써요. 지금 대학생인 자녀 둘도 사교육 없이 키웠죠.” 현재 바라봄사진관에 일은 넘쳐나지만, 수익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현재 바라봄사진관의 월 매출은 변동성은 크지 만 대체로 1000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임대료(150만 원)와 직원 3명의 급여 등으로 고정 운영비가 700만~8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제한적이다. 그 수익도 개인적으로 가져가지 않고 사진관 운영비로 쓴다.

“1막에서 많이 쓰지 않고 저축했죠.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이 있어 크게 노후 걱정은 안 합니다.” 나 대표는 자녀들에게 바라봄사진관을 통해 돈보다 값진 유산을 물려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원래 제 뒤를 이어 경영학을 전공하려던 아들이 돌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사범대로 방향을 돌렸어요. 명문대에 들어갔는데 100만 원짜리 과외도 마다하고 무료 학습지도를 하고 있죠.”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아버지의 삶이 그 자체로 교과서가 된 것이다.

나 대표는 은퇴를 두려워하는 50대에게 말한다. “부딪히면 됩니다. 예전에는 은퇴 전 준비를 강조했는데 이제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요즘에는 은퇴 프로그램이 단순히 교육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일자리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됐으니 관심 있는 것을 배우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잖아요. 해보고 아니면 다른 찾은 걸 찾으면 됩니다. 100세 인생인데, 좋아하고 가치 있는 일을 찾기에 시간은 충분합니다.”

나종민 바라봄사진관 대표의 ‘나눔의 2막’
① 경력
IT 업체 영업(한국 오라클 전무로 은퇴)
② 나눔 2막 준비
은퇴 설계 프로그램 수강, 사진 강의 수료
③ 소득
월 매출은 대개 1000만 원 이상이나 나 대표 개인 수입 없이 운영비로 충당
④ 나눔의 인생 2막에 대한 한 마디
‘은퇴’는 축하받을 일이다. 오랜 기간 사회에서 받은 혜택이란 ‘빚’을 갚아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돈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100세 인생 동안 오래도록 나눔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지금, 여기와는 다른 삶을 꿈꾸는 50+ 맞춤형 프로그램

<자원봉사·비영리단체>

서북50플러스캠퍼스
sb.50campus.or.kr
인생재설계학부와 커리어모색학부에 자원봉사 길잡이, 비영리단체 설립 ABC와 같은 교육과정이 개설된다.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자 뜻을 세웠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를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사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서울시 NPO지원센터
www.seoulnpocenter.kr
서울 시민의 사회공익활동과 비영리단체(NPO)의 성장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공익활동을 시작하고자 하는 시민을 지원하는 미트셰어(meetshare.kr) 프로그램, 비영리단체를 위한 각종 자문 및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NPO, 공익활동가를 위한 자료 아카이브가 홈페이지에 구축돼 있다.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

고령사회고용진흥원 www.ask.re.kr
한국비서협회 사회공헌활동 지원센터 goodsenior.org
희망도레미 www.hopedoremi.co.kr
전문성을 보유한 퇴직(예정)자가 비영리단체나 사회적 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사업. 관련 분야 실무 경력 3년 이상인 자 또는 관련 자격 소지자로 만 50세 이상이 참여 대상이다.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주관하며 현재 고령사회고용진흥원, 한국비서협회, 희망도레미가 사업을 시행한다.

1365 자원봉사포털 행정자치부
www.1365.go.kr
전국의 자원봉사활동 정보를 모아놓은 포털, 지역별·분야별 자원봉사 수요처를 검색하고 활동 신청을 할 수 있다. 국가자격, 민간자격, 실무 경력이 있는 분야별 전문가를 위한 재능나눔형 자원봉사활동 수요처도 별도로 검색할 수 있다.

<삶의 전환을 위한 생애설계>

장년나침반 생애설계 프로그램
www.lifeplan.or.kr
만 45세 이상 재직자가 이후의 삶을 설계하고 새로운 경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평생 경력 계획 수립, 직업 역량 분석, 경력 대안 개발, 생애 조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홈페이지에서 교육 일정 및 장소를 확인한 뒤 수강 신청할 수 있다.

전직지원 서비스
www.4060job.or.kr
만 40세 이상 퇴직(예정)자가 재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개인별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1대1 재취업 컨설팅, 구인·구직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며, 취업활동을 위한 공간과 재취업 및 창업 교육도 지원한다. 금융업 종사자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
www.returnfarm.com
막연하게나마 도시를 벗어난 삶을 꿈꾸고 있다면 가정 먼저 들러볼 만하다. 귀농·귀촌 관련 상담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야간 과정, 원데이 과정,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귀농·귀촌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자료 <50 이후의 삶을 여행하는 서울시민을 위한 안내서> 서울시·서울50플러스재단
아름다운 성인의 자격 ‘나눔에 눈 뜨다’
[big story]세 번째 스무 살의 꽃비
- 세 번째 스무 살, 새로운 꿈을 그리다
- 마음,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는 7가지 마음 자세
- 사랑1, '다시 신혼'을 꿈꾼다
- 사랑2, 진짜 신혼보다 더 뜨거운 '다시 신혼'
- 나눔, 아름다운 성인의 자격 '나눔에 눈 뜨다'
- 가꾸기, 젊고 생기 있는 얼굴, '꽃중년으로 피다'
- 도전, 도전과 배움을 즐기니, 다시 청춘을 경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