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배움의 폭이 넓은 사람 역시 겸손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높다. 중년, 진정 하늘의 명을 알고자 한다면 더 많이 배우고 연마할 때다. 당신에게 올해 또다시 주어진 8760시간 속에 배움의 즐거움을 넣어보자.
[big story]공부하는 중년이 아름답다
라틴 격언 중에 “사람들은 모든 것에 지루해하지만 배우기는 예외다”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그날까지 배워야 한다는 뜻일 터. 하지만 배우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어떤 걸 배워야 할지 몰라서, 혹은 귀찮아서 자기계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100세 시대의 인생 2막,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려면 배움, 도전은 중년의 필수요소가 됐다. 실제로 최근 50~60대 중년들 중 다가올 노년을 인생의 ‘엔드(end)’가 아닌 ‘앤드(and)’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060 인구는 2015년 기준 1289만 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에 비해 48%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대, 20대, 30대가 각기 14%, 13%, 10%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액티브 시니어는 다른 세대에 비해 구매력도 앞선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 연소득은 3639만 원으로 65세 이상 실버세대 2705만 원보다 많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소비자 행태 조사’에서도 액티브 시니어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은 177만 원으로 30대 124만 원, 40대 136만 원보다 많았다. 그만큼 이젠 더 이상 중년의 시기를 ‘잉여의 시간’이 아닌 또 다른 ‘도전의 시기’로 직면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2017년도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꼼꼼한 전략이 뒷받침 돼야 한다.

굳이 거창하게 ‘1만 시간의 법칙’까지 고려하면서 강박적으로 새 분야에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짧게는 하루에 15~30분, 매일 신문 기사 한 페이지를 읽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한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신문 기사 하나하나가 쌓여서 역사가 되는 것처럼 아주 작은 행동의 변화가 당신의 인생 후반부를 드라마틱하게 변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경 머니는 새해 으레 누구나 결심하게 되는 독서, 글쓰기, 학위 공부 등 자기계발을 위한 8760시간 속 알짜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big story]공부하는 중년이 아름답다

독서·글쓰기 ‘타고남’보다 ‘꾸준함’

국내에서도 소설 <템테이션>(2006년), <모멘트>(2011년)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더글러스 케네디. 그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뛰어난 상상력, 그리고 통렬한 사회 비판 메시지로 전 세계적으로 단단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그가 2016년 초 국내 모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화제가 됐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을 믿지 못하고 (본인의 실력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계속 써야 한다. 글쓰기는 공예와 비슷해서 글을 쓰려면 계속해서 훈련을 해야만 한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다음 작품을 집필했고, 인터뷰를 마치면 호텔 방에서 다시 글을 쓸 것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글만 쓴다고 해서 누구나 다 소설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여행 등 다양한 경험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쓰고자 하는 노력이다.

셰익스피어 이후 영국 작가로서는 최고의 필명을 떨치고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J. K. 롤링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8세에 이혼한 그는 생후 4개월 된 딸과 함께 영국 에든버러에 정착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1년여 동안 생활보조금으로 연명했다.

그러던 중 동화를 쓰기로 결심한 그는 집 근처 카페에서 필생의 역작이자, 전 세계 문학 역사에 획을 그은 <해리 포터>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심지어 그 자신도 그 당시엔 지금의 성공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뤘고, 그 모든 것은 ‘써보겠다’는 그의 의지에서 시작된 셈이다.

굳이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다. 글쓰기 관련 전문가들 역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낼 수도, 작가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한번 사는 인생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것도 꽤 의미 있는 기록이 아닐까.

글쓰기와 독서 전문 교실인 ‘김병완 칼리지’의 김병완 교수는 “독서와 글쓰기를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꾸준히 읽고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며 “매일 일정량의 독서와 글쓰기를 하다 보면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해당 교실을 찾는 수강생들 중 중장년층이 많다고 한다.

보통은 자녀, 손자들의 독서 습관과 독서법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며, 은퇴 후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중년들에게 새로운 인생 전환 및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글쓰기와 독서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1년 동안 올바른 독서,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가 제안하는 독서, 글쓰기 방법을 참조해보자.
[big story]공부하는 중년이 아름답다
중년의 배움 ‘원하는 대로’
사실 100세 시대가 누구에게나 핑크빛 미래로 다가오진 않는다. 늘어난 생명 연장의 기간과는 달리 정년 은퇴의 시계추는 점점 더 앞당겨지고 있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기업체 272곳의 인사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사규 등으로 규정한 정년 연령은 평균적으로 58세이지만 사무직 근로자가 실제로 퇴직하는 연령은 55.7세로 평균적으로 3년 정도 앞당겨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부터 도입된 정년 60세 법적 의무화를 고려한다 해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최소 20년 이상은 무직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은퇴 후 삶을 대비하기 위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는 50, 60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2016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2015년 50대 자격증 취득자는 2011년 2만6307명에서 2015년 3만8260명으로 45.4% 늘었다.

아울러 취업과는 별개로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에 집중하는 중년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교육기관은 케이무크(K-MOOC)다. 본래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란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대중 공개 강좌로, 온라인을 통해서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또한 수강 인원의 제한 없이 누구나 수강이 가능해 학습자는 배경지식이 다른 학습자 간 지식 공유를 통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 식 무크인 케이무크은 2015년 출범해 서울대, 카이스트(KAIST) 등 10개 국내 유수 대학의 총 27개 강좌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총 500개 이상의 강좌 운영을 목표로 매년 강좌 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6년에도 경남대, 대구대, 상명대, 성신여대 등 10개 학교가 추가로 선정됐다.

무크는 무료라는 장점 외에도 고려대 등 일부 학교에서는 과목에 따라 학점을 인정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중년의 만학도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일정상 야간수업을 듣거나 수업을 특정 날짜에 몰아서 수강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케이무크는 듣고 싶었던 수업을 언제, 어디서든 효율적으로 청강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이기 때문에 학위 목적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접하기 쉽지 않았던 물리학, 역사, 법학 등 양질의 대학 강의를 받아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소양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케이무크 관계자는 “연령별 학습자 분포도를 보면 어느 한 세대에 집중하지 않고, 20대(33%), 30대(17%), 40대(18%)로 고르게 분포한다”며 “최근에는 50대 이상 중년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제1회 K-MOOC 우수사례 공모전 수상작의 대상도 65세 고령 학습자에게 돌아갔다고 전했다. 학습자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박해봉(65) 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케이무크를 통해 ‘인문학과 과학을 통섭’하는 배움의 길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남은 생을 비록 비전문가이지만 관련 의견을 개진, 현대물리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박 씨처럼 당신도 하루 1시간만 투자한다면 어디서든 물리학, 천체학, 생물학, 인문학 등 대학 강의를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케이무크를 이용하는 방법은 사이트(www.kmooc.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유튜브 동영상(www.youtube.com/watch?v=De7rs7EkIjw)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big story]공부하는 중년이 아름답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