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48호 (2017년 09월)

낯선 삶이 유연한 사고를 일깨운다

big story 태국·이집트·인도…현지인처럼 살아보기
interview 2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미얀마 버간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제공]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인생 2막을 열며 여행 패턴을 확 바꾸었다. 기존 여행이 관광지 중심의 단기 여행이었다면, 은퇴 이후에는 겨울마다 해외 낯선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한 달, 두 달 살아보는 장기 여행을 실천 중이다. 지난 2014년 겨울에 미얀마, 2015년에 태국, 지난해 말에는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경치(관광 명소)’가 아니라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3년 전 방문한 미얀마의 한 숙소 종업원의 하루 임금이 3000원이래요. 그 돈을 팁으로 건넸는데, 저를 바라보던 감동스런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우리 한국전쟁 직후처럼 가난하지만 소박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이기심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을까요?”

새로운 세상에서 현지인들과 부대끼다 보면 훨씬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것. 젊은 세대보다 ‘아재’ 소리 듣는 중년 세대들에게 롱스테이 여행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중년의 롱스테이 여행은 아직 드문데, 도전의 계기가 있었나요.
“패키지여행이나 관광지 중심의 여행은 ‘영혼이 없는’ 여행 같아요. 해외에 나가도 현지인 만날 기회도 없고요.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죠. 먹고, 보는 것이 전부예요. 진정한 여행은 눈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선진국이나 이웃나라 일본처럼 우리의 여행 문화도 장기간 살아보는 여행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이를 은퇴 설계에도 적용해보기 위해 먼저 체험하기로 했죠.”

실제 경험한 롱스테이 여행은 어땠나요.
“미리 계획된 코스로 진행되는 패키지여행과 달리 해프닝이 많았어요. 인도네시아에 갔을 때는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는 길이었는데, 운전기사가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힌두교 사원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사원 앞에서 꼼짝없이 30분을 갇혀 있었죠. 기도를 하기 위해 사원에 간 것이었어요. 우리는 어떡하라고. 답답했지만, 그런 사건도 즐겨야 할 것 같아요. 숙소도 하루 1만~2만 원 수준의 저렴한 곳에 주로 머물렀는데, 벽에 도마뱀이 하나씩 붙어 있고 모기에 물어뜯기는 것은 기본이었죠. 그런데 그 또한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것이 다 사람 사는 것이지’ 하면 되죠.

치앙마이에서는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에 머물기도 했는데 TV에서 보듯 벌레도 구워 먹고 그랬습니다. 솔직히 저는 못 먹겠던데 아내는 잘 적응하더라고요. 부부가 극한 상황도 맞이하고 그러니까 서로 더 의지하고 소통도 잘되고 그랬습니다. 이런 여행이 불안하다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으로 가거나 패키지여행이 더 적합할 겁니다.”

롱스테이 지역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나요.
“2014년 겨울 미얀마에서 1개월, 2015년 태국에서 40일,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3주 정도 지냈습니다. 모두 동남아 지역이어서 비슷한 면도 있지만, 또 깊이 보면 전혀 달랐습니다. 미얀마는 개발되기 전 국가여서 사람들이 참 순박했습니다. 개발되기 전 1960년대 우리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고, 물가도 싸죠. 특급 호텔에 머물지 않는다면 하루 3만 원에 괜찮은 숙소에서 맛있는 식사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태국은 역시 관광대국이고요. 여행 초보자라면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된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외진 곳에 있는 우붓이나 롬복 지역이 자연친화적이고 깨끗하고 저렴한 편입니다.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소소한 바가지 문화도 세 국가가 달랐어요. 미얀마는 바가지 문화를 보기 어려웠는데, 인도네시아는 일상이 거의 그랬습니다. 하하하.”

앞으로 롱스테이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가능한 해마다 롱스테이 여행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중년 세대에 롱스테이 여행을 추천하려면 먼저 많이 다녀보고 알려주는 것도 일종의 자원봉사가 아니겠습니까. 중년 이후 세대를 위한 롱스테이 지역으로는 우선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싶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선진국이어서 비용도 비쌉니다. 유적지 출입도 1인당 몇만 원씩 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조지아나 포르투갈 같은 물가가 저렴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는 가보고 싶습니다.”

태국 소수민족 리수족 마을 모습.


롱스테이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외국어 특히 영어 구사 능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영어권 국가가 아닌 경우) 현지인들도 대개 영어를 잘 못해요. 거의 보디랭귀지를 하죠. 번역기나 회화책만 있어도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치안이 좋은 곳으로 가야겠지만, 유흥가와 같은 일부 지역만 유의하면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드뭅니다.

돈 때문에 여행 못 간다는 말도 아닌 것 같아요. (지역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남아의 소수민족이 사는 곳에 갔더니 가게가 없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데가 없더라고요. 또 겨울에 동남아 지역으로 떠나다 보니, 난방비가 절감되고 식비 등 현지 물가가 저렴해 오히려 생활비가 줄었습니다.

은퇴 전 10여 개국을 여행했지만,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은 아니었어요. 아마 혼자라면 못했을 것 같은데, 아내가 로컬 여행을 즐겨서 도전해보니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나이 들수록 시각이 좁아지고 호불호가 강해져 주변과 소통이 어려워지잖아요. 롱스테이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접하고 부대끼면 훨씬 유연한 자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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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9-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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