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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소득이 증가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증가한다. 그렇다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왜 뒷걸음질 치는 것일까. 소득에 따른 행복의 격차는 특히 40~50대에 크게 벌어졌다.
[big story]통계로 보는 행복, 중년은 고달프다
한국 삶의 만족도, 156개국 중 57위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 수준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 통계청이 발간한 ‘KOSTAT 통계플러스 2018년 가을호’에 따르면 유엔에서 발표하는 ‘2018 세계행복보고서’의 삶의 만족도(0~10점)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56개국 중 57위(5.87점)였다. 2012년 43위에서 하락했다. 1위는 핀란드(7.63점)이고, 뒤를 이어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는 삶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실질구매력 기준) △사회적 관계(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유무) △출생 시 건강기대수명 △자율성 △기부 △부패 인식(정부와 기업에서 부패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6가지 변수 중 우리나라가 행복지수 상위 국가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것은 건강기대수명(4위)이 유일하고, 행복지수 결정에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진 1인당 GDP도 28위로 상위권이다. 즉, 한국은 신체 건강이나 경제력 측면에서는 선진국들에 버금가지만, 사회적 관계나 선택의 자유, 투명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심수진 통계개발원 사무관은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경제 수준이 낮거나 건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 통합이 약하고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투명성이 낮은 원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ig story]통계로 보는 행복, 중년은 고달프다
40~50대, 소득 수준에 따른 행복 차이 가장 커

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행복하고, 누가 불행한가. 통계개발원은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Δ삶에 대한 만족도 Δ행복 Δ근심·걱정 Δ우울 Δ유데모니아 등 5개 항목으로 연령대별, 경제활동 상태별 행복 수준을 제시했다.

연령대별 삶에 대한 만족도는 30대가 6.17점(10점 만점)으로 가장 높고 이후 연령이 증가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40대는 6.02점, 50대는 5.95점, 60대는 5.92점이다. 이와 달리 부정 정서의 경우는 40대(3.71점)에서 가장 높았다.

소득과 행복의 연관성도 높았다. 가구 소득이 증가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와 긍정 정서는 증가하고, 부정 정서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는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인 경우 5.49점(10점 만점)에 그쳤다. 반면 500만 원 이상인 경우 6.42점으로 0.93점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와 50대에서 소득에 따른 행복 수준의 차이가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19~29세, 30대는 소득에 따른 차이가 작다. 이와 관련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중년들은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의 부담을 크게 지고 있어 삶의 만족도도 소득에 영향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라이나생명이 발표한 ‘대한민국 중장년의 일상에서의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행복에 ‘돈’이 미치는 영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소득이 300만 원 미만 중장년층이 자신의 주관적 행복 수준을 10점 만점에 평균 7.2점이라고 평가한 반면 700만 원 이상인 사람들은 8.0점 수준이라고 답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온 해외 연구와 다소 차이가 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회관계망 두터울수록 행복 수준 높아

혼인 상태와 사회관계망에 따라서도 행복 수준은 차이를 보였다. 통계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혼인 상태별로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삶의 만족도(6.1점)와 긍정 정서(6.6점)가 가장 높았다. 반면 이혼의 경우가 미혼이나 사별인 경우보다도 삶의 만족도와 긍정 정서가 낮았다. 부정 정서는 이혼이 4.38점으로 매우 높은 반면, 미혼과 유배우자, 사별의 경우 3.4~3.6점 수준에 그쳤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관계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도 희비가 엇갈렸다. 삶의 만족도나 긍정 정서, 유데모니아 등의 항목에서 사회관계망이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각각 0.5점가량 높았다. 사회관계망이 있는 사람이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긍정 정서도 더 많이 경험하며, 삶을 가치 있게 느끼는 유데모니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수진 사무관은 “우리 사회는 개인의 자율성이 낮은 집단주의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반면, 사회적 관계망은 취약한 편”이라며 “개인의 삶에 대한 자기 선택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높이고,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