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섬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섬을 찾고, 섬에서의 시간에 몰두한다.

섬사람도 아니건만, 섬의 무엇이 그들을 빨아들였을까. 섬으로 가는 사람들, 그들이 말하는 섬과 쉼에 대하여.
[big story] 사람들의 ‘섬 홀릭’…3색 매력에 빠지다

Thema1 치유

섬을 방문하는 이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낚시, 캠핑, 레저 등. 하지만 이 모두를 종합하면 답은 하나다. 지친 몸과 마음에 쉼표를 찍기 위함이다.

강제윤 섬학교 교장
82개월의 섬택리지

시인, 에세이스트, 섬 여행가.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사람 사는 섬 400여 개를 걸으며 글과 사진으로 섬과 섬사람들의 삶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문학습원인 섬학교를 설립해 매월 한 번씩 7년째 섬 답사를 이끌고 있다.

-섬학교란 무엇이고, 설립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고 전통 문화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섬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섬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섬학교에서는 단지 여행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섬을 공부하고 섬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활동도 함께 합니다. 섬학교를 거쳐 간 사람들과 함께 사단법인 섬연구소를 만들어 섬의 가치를 지키는 활동을 해 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섬학교를 찾는 사람들은 많습니까.

“2012년 3월에 개교해 매월 한 번씩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으로 섬을 답사했습니다. 82개월을 다녔으니 연인원 3000여 명이 섬학교를 거쳐 갔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나 바다가 좋아서 섬학교를 찾았던 이들도 점차 섬의 매력에 빠져서 60~70회를 함께 다닌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섬이 주는 느림과 편안함, 호젓함과 함께 그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싱싱한 해산물과 토속 음식의 맛에 매료돼 섬학교를 찾습니다.”

-방문한 섬 중 가장 손에 꼽는 섬은 어디입니까.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섬들은 저마다 하나의 대륙이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섬을 주로 많이들 찾아가지만 실상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들에 가야만 진짜 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명한 섬들은 관광지화돼 있기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그런 섬들을 가려면 민박집을 이용하면 섬과 섬의 인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섬 여행 초보자들이 무난하게 다녀오기 좋은 섬은 여수 금오도, 통영 욕지도, 신안 우이도를 꼽을 만합니다. 우이도는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장 섬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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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수 금오도. /강제윤 섬학교 교장

-금강산도 식후경. 산해진미가 특별한 섬은 어디입니까.

“섬학교를 찾는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한데, 여수 금오도와 안도, 신안 우이도와 낙월도, 통영 우도 등이 좋습니다. 그런데 어느 섬이든 서남해나 남해안 섬들이 먹거리가 좀 더 나은 편입니다. 같은 섬에도 편차가 큽니다. 식당보다는 민박집에서 차려주는 밥상이 좋습니다. 가기 전에 정보를 잘 찾아보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에피소드도 많이 쌓이셨을 터. 특별한 기억을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의 변화입니다. 노동자들이 뉴욕, 파리 같은 메트로폴리탄의 화려한 거리를 떠돌 때 그들을 고용한 사업가들은 정작 파타고니아나 히말리아의 오지를 떠돈다고 합니다. 섬 여행도 비슷합니다. 섬학교에도 사업가, 의사 등 전문직의 고소득자들이 많이 찾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분들도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섬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이분들이 다른 이들에게 섬에는 토목 개발이나 난개발은 안 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현장이 사람을 변화시킨 특별한 사례입니다.”

-올해 섬이 재조명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동안 숨겨져 있던 섬의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섬은 오랜 세월 미지의 영토로 있었습니다. 고려 말 삼별초의 난이 끝난 뒤부터 시작된 공도(空島) 정책을 필두로 조선왕조 500년 동안 섬은 천대받아 왔고 현대에 와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섬은 육지 사람들의 관심 영역 밖이었고 접근하기도 어려운 공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섬에는 육지에서는 더 이상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됐지요. 빼어난 자연경관과 잃어버린 고향의 원형, 토속적인 먹거리 등인데 이는 도시인들이 추구하는 힐링의 트렌드와 부합합니다. 이 시대에 마지막 남은 오지이자 휴양지인 섬이 주목받게 된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입니다.”

-섬 관광객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섬은 도시인들의 휴식처이기 이전에 주민들의 생활공간입니다. 섬의 바닷가나 산에서 나는 해초와 산나물까지도 모두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이들의 영역에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섬을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니 섬에 보탬이 되는 공정 여행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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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노르딕워킹 인터내셔널 코리아 대표
섬을 걸으며 치유하다


타고난 체육인. 걷는 것에 매료돼 남들보다 많이 걷기 시작하다가 노르딕워킹에 입문했다. 그 후 독일 노르딕워킹 인터내셔널(NWI)과 협약을 맺고 정식으로 한국에 노르딕워킹을 전파하고 있다. 완도, 태안 등지의 섬에서 노르딕워킹을 통한 해양 치유를 실시하고 있다.

-노르딕워킹이란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나요.

“노르딕워킹은 핀란드 스키와 바이애슬론 선수들이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도록 고안한 걷기 운동입니다.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축구보다 노르딕워킹을 즐기는 사람이 많을 만큼 대중화됐습니다. 양손에 노르딕 폴을 든 채 걷기 때문에 상체를 바르게 펼 수 있고,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도 20~40% 분산시켜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습니다. 또 양손을 쓰기 때문에 양손의 근력을 강화할 수 있고,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이기에 칼로리 감소에도 일반 걷기보다 1.5배 이상 효과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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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워킹을 해양 치유로 꼽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운동이란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하는지 환경도 매우 중요합니다. 웰빙, 웰니스가 중요해진 시대에서 숲, 해양은 좋은 기운을 내뿜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합니다. 피톤치드로 숲 치유가 익히 알려진 것처럼 해양 치유는 해양기후를 이용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돕는 활동입니다. 바닷가의 맑은 공기와 바람, 해양에어로졸, 태양광, 모래사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치유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숲이 나무에 가려져 있다면, 섬은 탁 트인 공간에서 하니 오감 만족도에서도 보다 효과적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익숙한 운동은 아닌데, 어떻습니까.

“한국은 2017년 10월 정부가 경남 고성군, 경북 울진군, 전남 완도군, 충남 태안군을 해양 치유 산업의 협력 지방자치단체로 선정하면서 노르딕워킹을 통한 치유 산업이 완도와 태안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장소마다 프로그램이 다른데, 완도에서는 90분 프로그램으로, 45분은 기본기를 배우고 나머지 45분은 해변을 따라 걷습니다. 직접 해본 사람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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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 백령도 두우진. /강제윤 섬학교 교장

Thema2
사람, 그리고 관계

혹자는 사람 때문에 섬을 찾는다. 외딴 섬, 나와의 시간이 아니라 너와의 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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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
돌고 돌아 섬


섬사람이 좋아 다시 돌아온 섬사람. 국내 섬 종합보고서로 통하는 도서 <한국의 섬>의 집필자다. 25년 동안 직접 배를 타고 전국의 유인도 447곳을 돌았으니, 권수만 무려 13권이다.

-<한국의 섬> 집필자를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요.

“전남 완도 노화도 출신입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목포에 갔는데 도시에 살고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가출해 서울로 갔습니다. 배달원으로도 일하고 폐품을 줍기도 하고 고생만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목회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던 중 선교 활동 때문에 다시 고향에 내려오게 됐습니다. 다시 만난 섬은 달랐습니다. 떠나고 싶었던 섬이 아니라 사람도, 풍경도, 문화도 모든 것에 반해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섬과 바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섬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섬을 관광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섬의 수백 년 역사에서 섬사람들은 고통과 아픔의 역사와 사건사고를 많이 겪었습니다. 모든 것이 육지 중심이었기 때문에 섬과 바다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을 ‘섬놈’, ‘뱃놈’ 하면서 하대했습니다. 섬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외국에서 난파선이 섬에 도착하면 그들을 돌보아주고 배도 수리해주었습니다. 물론 바다의 풍랑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좀 억세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단순하고 마음씨는 너그럽습니다. 섬사람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있기에 독특한 섬 문화가 유지·발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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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섬사람은 누가 있습니까.

“섬 출신 중에 유명한 분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장보고 대사와 홍어장사 문순득, 흑산도 김이수, 화가 김환기, 하의도 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 등입니다. 섬에서 태어난 이분들은 열악한 곳에서 좌절하지 않고 꿈과 희망, 도전정신을 가지고 성공을 거둔 분들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모델이 됐으면 합니다.”

-섬사람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비일비재합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똑같습니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육지에서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섬이란 특수한 공간 때문에 보다 집중되곤 합니다. 섬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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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a 3
해양레저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가 조사한 여행 시 취미 운동 계획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40%가 낚시를 꼽았다. 이어 등산이 31%, 해양 스포츠가 2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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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스킨스쿠버
우리 섬, 수온의 맛


19년 차 스킨스쿠버이자 섬 여행가. 2009년부터 워터월드 스킨스쿠버 대표로 활약하며 국내외 섬을 다니고 있다.

-국내 섬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지만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인구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쿠버다이빙을 접했던 다이버라면 우리나라의 화려하고 매력적인 바다 환경, 머리끝까지 온몸을 감싸는 알싸한 수온의 맛을 잊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빠져 듭니다.”

-많은 섬을 찾았을 터. 어떤 섬이 가장 다이빙하기에 좋습니까.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있는 매물도를 추천합니다.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19.3㎞,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매물도는 다이버들에게 감히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새로운 경험입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환상의 섬입니다. 다이버뿐 아니라 낚시꾼들에게도 유명한 매물도 근해에는 큰 굴과 멍게, 해삼, 전복, 줄돔과 뱅에돔, 자리돔, 쥐치, 볼락떼 등 마치 수족관에 와 있는 듯 다양한 생물과 화려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고기들의 군무와 자연 암반 사이사이에 피어 있는 알록달록한 산호, 독립문이라 불리는 아치 안의 대어는 물속에서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매물도에서 20분가량 배를 타고 나가면 굴비도를 만날 수 있는데 섬과 섬 사이의 물길로 들어가면 짙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신비로운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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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통영 매물도.

-섬에서의 다이빙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섬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여기에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특별함이 어우러진다면 섬을 찾는 가치는 특별하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섬을 자주 찾을 계획입니까.

“여러 해를 거쳤지만 한 번의 사고 없이 무사하게 다이빙을 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안전하고 즐겁게 섬에서의 스쿠버다이빙을 오랫동안 하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백발 노인이 친구들과 함께 다이빙을 하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다이빙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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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요식업자
섬 낚시의 손맛


30년 차 도시어부. 1962년생으로 수원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아내와 함께 한적한 섬을 찾는다. 보다 자유로운 낚시를 위해 차박캠핑을 선호한다.

-섬 낚시는 자주 하나요.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닌 게 어언 30년 전입니다.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아내와 함께 차박캠핑으로 낚시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꼭 섬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잡하지 않고 조용하고 풍광도 멋있어서 섬 낚시를 주로 즐기곤 합니다.”

-섬 낚시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고기가 잘 잡힙니다. 수도권 근교는 아무래도 어종이 다양하지 않은데 남해 쪽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민물낚시를 즐겼지만 섬 낚시에 빠진 뒤로는 바다낚시만 하고 있습니다. 확 트인 광경에 괜히 손맛도 더 좋은 기분이 듭니다. ”

-섬 낚시의 매력 중 하나는 식도락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사실 먹으러 다니는 거죠(웃음). 저는 주로 차박캠핑을 떠나기 때문에 섬 안 식당을 찾으러 가지는 않는 편입니다. 대신 섬이 준 선물들로 진수성찬을 먹습니다. 어느 섬을 가나 청정해역에서 자란 자연재료이기 때문에 맛은 보장합니다.”

-낚시를 즐기기에 좋은 섬은 어디입니까.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데 대개 경남 통영 욕지도와 전남 여수 금오도를 추천합니다. 저도 거제도, 안면도, 선유도, 고군산군도, 제주도 등 많이 다녀봤는데 경남 통영에 위치한 한산도에서의 기억이 참 좋았습니다. 차박캠핑에도 손색이 없고 경관이 좋다 보니 고기를 못 잡아도 분위기에 취할 수 있습니다. 손맛을 보기도 했는데, 주로 볼락이 잘 잡힙니다. 그래도 먹을 만큼만 잡아야지요.”

-앞으로도 섬 낚시를 계속할 예정이십니까.

“그럼요. 요식업을 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삽니다. 답답할 때 낚시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거기에 섬이 주는 안락함까지. 동반자와 함께 앞으로도 섬 낚시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