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72호 (2019년 09월)

[big story] 반려동물 장수시대, 다시 보는 ‘펫푸드’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잘 먹고 잘 자는 게 천수를 누리는 장수 비결이라고 한다. 반려동물 20세 시대, 멍멍이와 야옹이에게도 ‘식사(食事)는 만사(萬事)’다.

선반 위 진열된 수많은 사료들. A부터 Z까지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균형’, ‘기호성이 좋은 사료’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 수많은 사료들 중 내 반려견, 반려묘에게 적합하고, 좋아하는 사료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내 아이의 음식 알레르기도 확인해야 하고, 음식 기호성도 검토해야 할 터니 말이다.

반려견, 반려묘의 끼니 걱정에 근심하고 있다면, 지금 먹이는 ‘펫푸드(애완동물 사료)’를 다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반려동물 20세 시대, 내 아이의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 마트 직원의 추천으로 구매했나요?
√ 옆집 개가 잘 먹어서 구매했나요?
√ 가격이 저렴해서 구매했나요?

2007년 미국에서는 6000만 포대의 건사료와 습식사료가 리콜 되는 역사상 최악의 ‘사료 리콜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수십 마리가 중국에서 수입된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고 목숨을 잃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 건수 외에도, 수천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식중독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료의 주원료는 오염된 중국산 쌀 단백질과 밀 글루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던 반려동물 먹거리 시장에 일대 파문을 일으킨 ‘펫푸드 오염’ 사건이다.

사료 ‘성분표’ 보는 눈 길러야

리콜 대란 이후 소비자들의 사료 경각심은 커졌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와 같은 사료 성분표를 읽는 눈을 길러 보호자 스스로 ‘나쁜 사료’를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료 전문가로 알려진 앤 N. 마틴은 그의 저서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에서 “포장에 크게 인쇄된 문구는 진실이 아니다”라며 “진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깨알만 한 성분표에 숨겨져 있거나 표시조차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규모 반려동물 사료 리콜 사태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일부 소비자에게서도 안전 먹거리에 대한 반향이 일었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프리미엄 사료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의 점유율은 70% 이상. 수입 제품 불신에 더해 영향학적 지식 없이 사료를 제조·판매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했다.

상업용 사료의 생산 과정에 불안과 불만이 잇따르자 농촌진흥청은 2017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사료를 만들 수 있는 ‘반려동물 전용 집밥 만들기 웹 프로그램(농업기술포털 농사로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을 개발했다. 사료 제조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사료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소비자가 똑똑해지자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는 고급화, 전문화 바람이 불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원료로 만든 친환경 유기농 제품과 영양학을 연구한 수의사들이 직접 만든 제품들이 마트 진열대에 올랐다. 스트레스 지수를 낮춘 닭을 원료로 하는 등 동물복지인증을 받는 제품의 판매도 급증했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더 좋은 원료로 만든 사료에는 돈을 더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들이 가져온 변화였다. 

맞춤 사료를 위해 샘플 사료를 판매하는 사료 업체들도 늘고 있다. 소량의 사료로 반려견·반려묘 각각의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고, 기호성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다. 



보다 급진적인 이들은 펫푸드의 선택지에서 아예 사료를 배제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최고의 식단이 사료가 아닌 ‘자연식’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자연식이란 반려동물이 자연에서 섭취하던 것과 동일한 형태의 음식을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호주의 수의사인 이반 빌링허츠(Ivan Billinghurts)가 동물들의 만성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연구하던 중 그 원인이 상업용 가공사료에 있음을 발견하고 자연식을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자연식은 생식과 화식으로 구분되는데, 생식은 그야말로 고기류를 익히지 않고 조리한 음식을 말한다. 화식은 고기류를 익혀서 조리한 음식이다. 2가지 방법 모두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화학성분에 노출될 일도 없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사료보다 수분 섭취량도 많고, 기호성도 확연히 뛰어나다.

국내에서는 생식보다 화식이 더 보편적이다. 생식은 반려동물을 정확히 ‘육식동물’로 보는 관점이다. 온전히 생고기만을 공급하는 프레이(prey) 모델과 생고기에 야채 혹은 과일을 혼합해 급여하는 바프(barf) 모델로 나뉜다. 상당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의사 중에는 뼈가 목에 걸리거나 장 폐색 유발 가능성을 이유로 생식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생식과 화식 모두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개인이 관리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연식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급증하고 있다. 가정간편식처럼 한 팩에 생식 또는 화식이 포장되는 식이다.

수의사와 영양학 전문가 모두 가공사료와 자연식 두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가공사료를 선택하느냐, 자연식을 선택하느냐는 오롯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 즉 보호자의 몫에 달려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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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2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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