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72호 (2019년 09월)

[big story] 강아지가 유치원에 가는 이유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서범세 기자 l 참고 서적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강형욱 지음) l 장소 제공 해피퍼피] 당신이 없는 그 시간, 하루 종일 현관문만 바라보는 당신의 강아지를 위한 특별한 제안. 조금 유난스러우면 어떤가요? 내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면.

“엄마 갔다가 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오전 7시 30분. 현관문 앞에 선 정미영(33) 씨가 반려견 미미(4)에게 인사를 건넨다. 울타리에 가로막힌 미미는 헤어지기 싫다는 듯 흐느끼며 낑낑거린다. “히-잉. 힝. 멍멍.”

오후 7시 30분. 현관문 번호를 누르자마자 깜깜한 집 안에서 미미가 달려 나온다.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고, 미영 씨에게 닿을 듯이 뜀뛰기를 한다. “우리 미미, 오래 기다렸지?”

불을 켜자 모습을 드러낸 집 안은 도둑이라도 다녀간 듯 어지럽혀져 있다. 다 풀린 두루마리 휴지, 나뒹구는 쓰레기봉투, ‘킁킁’ 지린내를 찾아 쫓아간 곳에는 노랗게 젖은 이불까지. “야, 정미미!” 미영 씨가 집을 비울 때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나의 하루는 너의 18일

반려인구 1481만 명, 반려견 632만 마리의 시대. 혹 지금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미영 씨의 일상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직장으로 출근하는 9시부터 18시까지, 때로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집을 비우는 10분 사이,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말썽을 부리는 반려견 때문에 이웃집으로부터 민원을 받거나 퇴근 후 대청소에 시달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터.

분리불안이란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분리됐을 때 불안정적인 심리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엄마에게서 떨어지면 불안 증세를 느끼듯,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모든 동물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감정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이러한 문제가 지속된다면, 또 분리불안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크게 문제를 일으킬 정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 씨는 그의 저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에서 분리불안 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만약 당신의 반려견이 이와 같은 이상행동 중 한 가지 이상을 보이고 있다면, ‘분리불안’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반려동물에게 하루 8시간은 억겁의 시간이다. 한 살, 두 살 천천히 자라나는 인간과 달리 반려동물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는 1년이면 영유아기, 2년이면 성견·성묘로 구분될 만큼 성큼 자란다.

뉴욕타임스가 의료정보 업체인 웹엠디(WebMD)를 인용해 보도한 ‘개의 나이’에 따르면 개는 출생 후 첫 1년간 급속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한 살이 인간의 15년과 같다. 개 나이로 10세는 소형견(9㎏ 이하)이라면 인간 나이로 56세, 중형견(9.5~23㎏)은 60세, 대형견(23㎏ 이상)은 66세에 해당한다.

우리의 짧은 하루가 개에게는 최소 5일에서 최대 18일이라는 얘기다. 보호자가 직장에서 근무하는 8시간은 반려견에게 최대 6일의 시간과 같다. 개와 인간의 시계는 다르게 돌아간다. 분리불안에 빠진 나의 반려견을 구해줘야 하는 이유다.

훈련사 강 씨는 저서를 통해 “모든 반려견 이상행동의 원인은 보호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의 반려견을 한 번 더 살피고 보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려견의 분리불안,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Solution 1     
반려견유치원 
“강아지도 사회 활동이 필요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반려동물 유치원 ‘해피퍼피’. 오전 8시가 되자 유치원 전용 픽업차량을 타고 도착한 개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아롱이와 초코, 테디와 써니 등. 시추부터 몰티즈, 푸들, 불도그까지 견종도 다양한 그들이 선생님의 품에 안겨 한 마리씩 유치원에 입장한다. 보호자가 직접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바쁜 출근시간이다 보니 주로 픽업차량을 이용한다.

“보호자의 현관문 앞에서 아이와 인사하고 유치원까지 데리고 옵니다. 혹여 아이들을 픽업하는 순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문 앞까지 가는 게 안전합니다.” 유치원의 홍보 및 픽업을 담당하는 태동력 실장은 하루에도 몇 차례 고객들의 각 가정을 방문한다. 출근시간 바쁜 보호자를 대신해 홀로 남겨진 강아지들을 유치원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 그의 임무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이 총 25마리. 그야말로 ‘개판’이건만, 낯선 사람이 방문하지만 않는다면 총 25마리의 강아지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아이들은 친구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냄새 맡기에 바쁘고, 이곳저곳 마킹(영역 표시)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원내에 총 5~7명의 반려견유치원 선생님들이 일과시간 내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학급담임제 관리처럼 총 5~7명이 반을 나눠서 담임이 집중 관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킁킁반, 왕왕반, 왈왈반, 멍멍반, 바우와우반 이렇게 총 5개 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내 총괄관리를 맡고 있는 홍진우 팀장은 모든 담당자들이 ‘반려동물관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팀장 또한 애완동물과를 졸업해 반려동물관리자격증, 핸들러자격증 등을 갖고 있다.



강아지들이 서로 냄새를 맡으면서 친해지고, 공간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그 이후에는 각자의 식사시간을 갖거나 교육용 장난감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지능개발 교육이나 촉감놀이, 노즈워크, 러닝머신 등을 통한 체육 활동도 진행하지만 제아무리 똑똑한 강아지라도 프로그램에 5분 이상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넓은 공간에서 원 없이 뛰어놀도록 해주고, 각자 피곤하면 아무 때나 잘 수 있도록 공간에 강아지용 소파도 두었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산책시간. 선생님 1명당 2마리씩 맡아 풀밭을 거닐도록 하는데, 강아지들과 보호자 모두에게서 만족도가 높다.   

유치원에 온 반려견들이 특별한 일과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도, 노래를 알려줄 수도 없을 터. 그저 개의 특성에 맞춰 개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이나 냄새 맡기, 뛰어놀기 등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게 보호자들의 눈높이에 딱 들어맞았다.

실제 해피퍼피가 있는 강남구에서만 ‘강아지유치원’을 검색하면 총 25곳이 뜬다. 검색 정보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우후죽순 반려동물 유치원이 생겼다.

홍 팀장은 “해피퍼피가 2016년에 문을 열었는데 당시만 해도 유치원이란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고, 수요도 많지 않았다”며 “3년 동안 인식이 변화하면서 이 근처에만 해도 여러 반려견유치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반려견유치원을 찾는 이들은 주로 혼자 살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3040 고객이 많다. 집을 비우는 시간 동안 혼자 있을 반려견이 안쓰러워 외로움을 해소해주거나, 아이에게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어 찾은 이들이다. 이 중에는 특히 분리불안으로 인해 집 안을 어지럽히거나 하울링 등으로 이웃과 마찰을 빚은 이들도 있다.

홍 팀장은 “분리불안 문제는 보호자와 떨어져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유치원에 온다고 해서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려견유치원이 좋아지게끔 해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보호자가 집에 있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의 보호자 역할을 대리하는 게 유치원”이라며 “내 반려견의 상태, 놀이, 산책, 기본 관리 등 보호자가 당장 해줄 수 없는 것들을 해줌으로써 스트레스를 적시에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홍진우 반려견 행동전문가가 전하는 유치원 이용 꿀팁!

일주일 내내 보내지 마세요.
“학교도, 회사도 주5일제죠? 반려견유치원도 마찬가지예요. 주
7일을 다니라고 하는 것은 외려 스트레스를 더 키울 수 있어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하루 신나게 유치원에서 놀고, 하루는 집에서 쉬고. 이렇게 놀이와 휴식을 겸하는 것이랍니다. 하루쯤은 가장 편안한 집 안에서 체력을 회복하고 돌아와야 오래도록 유치원을 다닐 수 있어요.”

내 물건, 내 장난감은 안 돼요.
“단체생활은 곧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해요. 특히나 강아지들은 ‘내 것’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기 때문에 단체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걸로도 싸움이 일어나곤 합니다. 예컨대 간식이나 식사, 장난감 등으로요. 식사는 격리된 공간에서 단독으로 주어야 하고, 장난감 또한 최소화하거나 관리감독이 가능할 때에만 투입하는 것이 좋아요. 좋은 반려견유치원이라면 사고 위험성을 낮추는 일이 최선이 돼야 합니다.”

전문가 유무를 확인하세요.
“직원들이 애견 관련 자격증 및 전공자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반려견 견종을 가려 받거나 강아지 산책을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하는 곳은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관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곳일 수도 있거든요. 직원이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화된 유치원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예쁜 인테리어보다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해요.
“해외 반려견유치원을 보면 컨테이너 안에 아무것도 없어요. 오로지 아이들의 놀이공간과 쉴 공간뿐이죠. 사람 눈에 예쁜 인테리어나 디자인은 강아지의 눈에 중요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강아지를 정말 사랑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강아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강아지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 하는 거예요. 강아지는 아프거나 다쳤을 때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기에 본능적으로 이를 숨겨요.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도 반려견유치원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죠. 단순 돈벌이나 일로서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돼요. 강아지를 절대적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Solution 2      
5·10·7 훈련법
“집이 더 좋은 강아지라면…”


강아지에게도 성향이 있다. 친구를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는가 하면,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강아지도 있다. 그런 강아지에게 사회화를 강요하는 유치원은 외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분리불안을 느끼는 내 강아지를 위한 특별한 제안, 유치원이 아니어도 답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와의 신뢰 쌓기다. 보호자가 잠시 집을 비워도 곧 돌아올 것이란 믿음을 깨우쳐주는 일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짧게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훈련을 반복하라고 강조한다.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 씨가 TV 프로그램이나 저서 등을 통해 소개한 ‘5·10·7 훈련’이 대표적이다. 반드시 5초 안에 다시 들어오고, 이를 하루에 10회씩 반복하고, 7일간 훈련하면 분리불안이 점차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훈련을 하며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장난감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반려견의 눈높이에 맞춘 장난감 제품이 많이 나왔는데, 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곳곳에 숨긴 노즈워크용 장난감이 유용하다. 머리를 써야만 간식을 빼먹을 수 있는 제품들도 있으니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지능 개발까지도 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 충분한 사랑과 안식을 주는 것이다. 홍진우 반려견 행동전문가는 “제아무리 좋은 장난감과 간식을 제공하더라도 가족만큼 안식을 주는 것은 없다”며 “반려견과 있을 때 충분히 놀아주고, 사랑을 주는 것만이 분리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라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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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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