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Plan ]‘마음 다스리기’ 투자법
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멈춰야 할 지점을 모르는 투자는 마치 12시를 넘기고 무도회장에 남아 있는 신데렐라와 다를 바가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 변동성 장세에 대응해야 한다.

2003년부터 고객 자산관리 쪽에서 일을 했으니 어느덧 14년째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시장의 크고 작은 상승과 침체를 경험해 왔고, 길고 지루한 횡보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관련 서적이나 전문가들의 좋은 강연 속에서 ‘바로 이거구나!’ 하는 투자 비법들을 많이 듣고 보기도 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근거해 대부분의 실패하는 투자는 그 원인이 ‘투자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지 못했고,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을 안다. 그럴 때마다 ‘성공하는 투자의 시작’은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파악하기에 앞서 성직자들처럼 ‘마음 다스리기’를 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은 2012~2015년 초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는 미국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며, 그 가운데 특히 주식의 성과는 매우 양호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를 이끌던 선진 시장과 끝없이 성장할 것 같았던 중국에서 경기 둔화의 움직임이 있었고, 국가 간 통화정책의 상충과 유가의 급락 같은 시장 교란 요인들도 가벼이 볼 수는 없게 됐다. 금융시장의 파고가 점점 잦아지고 있는 요즘, 현안을 파악하고 단기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장기 투자와 포트폴리오 분산, 자산 배분에 힘써야만 결국 궁극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 투자와 분산투자는 기본
물론 자금에는 그에 맞는 사용 시기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목적과 시기에 맞게 투자한다면 1년보다는 3년, 3년보다는 5년, 10년 등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더 안전하게 모을 수 있다.

투자의 법칙 중에서 피터 린치의 ‘72의 법칙’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복리효과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자산의 증식 방법이라든지, 10년을 보유할 가치가 없는 주식이라면 주식을 사지 않겠다는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처럼 투자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하게 오랫동안 투자하는 것이 분명히 좋은 투자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투자의 성공을 가져오는 것은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는 시간’이다.

투자를 할 때 꼭 지켜야 하는 원칙 중 또 다른 하나가 바로 분산투자다. 한곳에 돈을 몽땅 집어넣지 말고 골고루 나눠 투자하라는 말이다. 투자를 할 때 주식과 채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투자 금액의 규모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적절한 투자 비중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투자 비중을 정할 때 간편하게 사용하는 것이 ‘100-자신의 나이’ 공식이다. 가령, 30대의 젊은 사람이라면 100에서 30을 뺀 70% 정도는 주식 같은 고수익 자산에, 나머지 30%는 채권처럼 안전자산에 투자하라는 투자 법칙이다.

‘100-자신의 나이’ 공식은 젊을수록 장기 투자가 가능한 만큼 투자 위험이 높은 자산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는 반면에, 투자의 기회가 적고 젊어서 모은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고령자의 경우에는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이론이다.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몸에 맞지 않는 투자를 했다가 많이 걱정하는 고객과 그를 권유한 직원들을 간혹 보게 된다. 수익률만 좇다 나온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투자를 결정할 때 외형적인 수익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금의 성격이라든지, 투자자가 감당해낼 수 있는 위험 수준인지, 해약은 자유로운지 등 수익률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이 많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불편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투자는 고통이 따른다. 서두르지 않고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원칙을 지키며 나아가는 투자자는 좋은 시절이나 어려운 시절에도 자산을 늘려 갈 수 있지만, 원칙을 지키지 않고 탐욕을 부린다면 눈앞의 환상에 매몰돼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다는 월가의 적절한 투자 격언이 생각난다. ‘황소와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돈을 절대 벌지 못한다.’

원칙 지키고 욕심 버려라
투자 전에 반드시 자금의 사용 시기라든지, 목표 수익, 손실 감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에 해당할 때는 흔들림 없이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지켜지지 않는 원칙은 원칙이 될 수 없고, 결국 처음 생각과는 달리 역선택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 현장에서 망설이고 주저하다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결단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투자에서는 늘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데렐라처럼 주식시장에 정신을 잃지 마라. 멈출 줄 모르는 투자는 12시가 넘어서도 무도회장에 남아 있는 신데렐라와 같다. 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어쩌면 ‘마음 다스리기’가 시장을 전망하고 투자의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마음 다스리기’가 쉬운 일이었다면 누구나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가치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투자는 욕심 부리고 실력을 뽐낼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고 욕심을 버리는 마음 단련이 우선돼야 투자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 편히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태흠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