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은행’이 바꿔 버린 6가지 풍경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바야흐로 모바일 금융 시대다. 지난 6월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600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 2분기 스마트폰 등 모바일뱅킹의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5200만 건을 돌파했다.

억지를 좀 부리자면 국민 한 사람이 제각각 ‘손안에 은행’을 들고 다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모바일뱅킹 이용 금액은 하루 평균 3조786억 원, 이용 건수도 하루 평균 5284만 건에 달한다. 은행 지점을 찾아가 번호표를 받아들고 막연히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점점 낯선 풍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서둘러 모바일 금융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우리은행(위비뱅크), 신한은행(써니뱅크), KEB하나은행(1Q뱅크), IBK기업은행(아이원뱅크), KB국민은행(리브뱅크), NH농협은행(올원뱅크), 대구은행(아이M뱅크), BNK금융(썸뱅크) 등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와 카카오뱅크, 간편결제를 앞세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까지 경쟁에 가세하며 판이 커졌다.

모바일 금융이라는 밥상 위에 차려진 반찬 숫자도 점점 늘고 있다. 조회나 이체, 계좌 개설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생체인증이나 간편결제, 해외송금, 자산관리 서비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결합되며 ‘뷔페식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의지도 한몫했다. 지난 1993년 전격 도입된 금융실명제는 은행에서 계좌 개설 등을 원하는 고객이 본인 인증을 위해 반드시 은행을 방문하도록 강제했지만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 확인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며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날개가 달린 것이다. 이제 한껏 달궈지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낯선 금융 풍경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손안의 은행’이 바꿔 버린 6가지 풍경
1. 셀카 찍어 자금이체 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악재로 전격적인 리콜을 단행하는 바람에 다소 지연이 됐지만 지난 8월 은행권에서는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홍채 인증 서비스를 내놔 관심을 집중시켰다. 마치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듯이 스마트폰으로 홍채 인증을 한 후 자금이체 등 각종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홍채 인식만으로 모바일뱅킹이 가능한 삼성패스 기능이 갤럭시 노트7에 탑재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초 갤럭시 노트7 출시에 맞춰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동시에 서비스할 계획이었는데 리콜 사태로 인해 다소 맥 빠진 상황이 됐다.

지문이나 홍채 등을 활용한 생체인증은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이 보안 프로그램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하며 그 대안으로 거론됐던 방법이다. 1999년부터 17년간 사용돼 온 공인인증서가 퇴출되면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생체인증 등 첨단 보안 기술이 대체할 것으로 본 것이다.

때마침 삼성전자와 애플이 별도의 인증 기기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하게 지문 인식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했고, SC제일은행이 국내 은행 애플리케이션 최초로 지문 인식 로그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은행권에 확산됐다.

이제는 지문 인식에서 홍채 인식으로 옮겨 가는 분위기다. 개인별 고유 특징이 지문은 30여 개에 불과하지만 홍채는 무려 260여 개에 달하고, 오류율 또한 홍채(1조 회에 1회)가 지문(1만 회에 2회)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의 홍채 인증을 접목한 사용자 인증 방식으로 기존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대체해 이를 통해 자금이체, 상품 신규 가입 등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홍채 인증 기능을 활용한 ‘바이오 인증 로그인’ 서비스를 신한S뱅크에 적용해 바이오 인증만으로 계좌 거래내역, 잔액 등 금융 정보를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한 발 더 나아가 홍채 인증 기술을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물론 통합 멤버십 하나멤버스에 확대 적용해 하나머니 보내기·받기, 내 계좌 이체, 바코드 결제 등에 확대 적용키로 하는 등 생체인증 기술은 급속하게 모바일 보안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2. 현금·카드 없어지나…스마트 결제·출금
현금과 각종 신용카드로 두툼했던 지갑은 추억의 모습이 돼 가고 있다. 과거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지갑 속에서 현금이 사라진 이후 이제는 지갑 자체의 존재감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현금과 플라스틱 카드의 역할은 스마트폰이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통신 3사(SK의 시럽 월렛, KT의 클립, LG유플러스의 스마트 월렛)는 물론 NHN엔터테인먼트(페이코) 등에서 내놓은 전자지갑이 할인쿠폰이나 플라스틱 카드를 스마트폰 속으로 빨아들였으며, 각종 모바일 페이가 지급결제는 물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출금과 송금 서비스 영역까지 지원하며 ‘지갑 없는 결제·출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은행과 카드사, ICT 업체들이 사슬구조처럼 얽혀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스마일페이, SSG페이, LG페이 등 10여 개의 모바일 페이 결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모바일 페이 시장에서는 아직 적과 아군의 구별이 어려운 상황. 삼성페이의 경우 우리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과 제휴를 맺어 ATM 기기에서 통장이나 신용카드 없이 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신한은행, SC제일은행, KDB산업은행, 제주은행, 신협 등과 제휴를 맺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공인인증서, 일회용 비밀번호(OTP), 계좌번호 없이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송금이 가능하며, 네이버페이는 휴대전화 번호나 아이디를 입력해 연결된 계좌 또는 네이버 포인트로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공인인증서 없이 휴대전화에서 송금할 수 있는 ‘위비모바일페이’를 선보였으며, 신한은행은 라인페이와 제휴를 맺고 ‘라인페이 ATM 환전·출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KB스마트 출금 서비스’를 내놨는데 통장이나 출금 카드가 없더라고 KB스타뱅킹을 통해 생성된 1회용 인증번호를 통해 영업점 창구에서도 출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급하게 영업점을 방문했을 때 신분증이나 통장, 카드 재발행 없이도 스마트폰만으로 출금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폰 구입을 계기로 최근 1년 이내에 모바일 결제를 시작했다’는 응답자가 58.6%에 달했으며, 지난해 3분기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6조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8.0% 급증했다.

3. 더치페이도 모바일로 한다
최근 주변을 보면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이 어땠을까 싶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지난 3월 TNS, KT경제경영연구소 기준)로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1위 수준이다. 갓난아기가 젖을 떼자마자 갖고 노는 장난감이 스마트폰이라는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에 은행들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서비스가 바로 생활 금융이다. 전화번호밖에 모르는 지인에게 돈을 보내고, 손자손녀에게 용돈을 주는 금융 서비스에 덧붙여 청첩장이나 안내장 발송, 방명록 관리나 메신저 서비스, 기념일이나 경조사 챙기기는 물론 지인들끼리 더치페이를 하는 데도 모바일 금융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생활 금융 플랫폼 리브(Liiv)를 지난 6월 출시하며, 아예 모토를 ‘현금 거래가 없는 스마트한 자금 관리’로 잡았다. 리브를 활용하면 모임 회비 및 일정 관리가 가능하고(리브모임), 경조사 일정과 비용 관리(리브경조사)도 할 수 있다.

리브더치페이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서비스로 현찰 없이도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고,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일일이 묻고 입력하는 번거로움 없이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송금을 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리브더치페이를 활용해 총 비용과 인원수를 입력한 후 1인당 부담해야 할 금액을 계산하고, 상대방의 카카오톡 메신저로 내역을 보내 입금을 요청하는 거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상대방의 이름과 연락처만으로 간편하게 송금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에서 더치페이 서비스를 지원한다. 총비용과 참석자 수를 창에 입력하면 1인당 회비가 자동으로 계산되고, 핀번호 입력만으로 입금을 하거나 자체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에서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8월 출시한 ‘올원뱅크’에서 더치페이 및 그룹송금 기능을 선보였다.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바로 송금이 가능한 ‘토스(Toss)간편송금’이라는 서비스인데 회식비나 식사비 결제 시 공동 송금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지문 인증만으로 조회, 이체, 금융상품 가입 등 모든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모바일의 작은 글씨에 익숙지 않은 시니어 세대를 위해 돋보기 기능을 적용한 ‘큰글송금 서비스’도 내놨는데 이를 통해 경조금 보내기나 각종 경조사 초대장 및 감사장 보내기도 가능하다.
‘손안의 은행’이 바꿔 버린 6가지 풍경
4. 해외 송금·환전도 집에서 척척
과거 환율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해 환전센터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해외 송금이나 환전은 모바일 금융이 나타난 뒤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Brexit)가 발생한 지난 6월 24일처럼 급격하게 환율이 요동칠 때 발만 동동 구르는 일도 없어질 전망이다. 일부 은행들이 스마트폰으로 최적의 환전 시기를 알려주는 ‘환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써니 스피드업 누구나 환전’은 비대면을 통해 신한은행 거래가 없어도 누구나 주요 통화(미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에 대해 90% 환율 우대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9월 2일 기준으로 환전 건수가 81만 건을 초과하고, 환전 금액도 4700억 원이 넘었다는 것이 신한은행 측의 전언이다.

이 서비스가 출시된 뒤 비대면 환전 신청 비중이 3%에서 10배 정도 증가했는데 이용 고객 중 50% 이상이 신한은행과 거래가 없는 고객이었다. 특히 최적의 환전 시기를 위해 지정한 환율에 도달했을 때나 최저 환율 도달 시 알림 메시지를 발송해주는 ‘환전 모바일 금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 집에서 휴대전화만으로 해외 송금을 보내고 받을 수는 없을까. KEB하나은행의 ‘1Q 트랜스퍼(Transfer)’가 이 같은 니즈를 핀테크(FinTech) 기술로 실현했다.

송금 수취인의 은행이나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간편하게 송금하고, 수취인은 송금 도착 문자를 받은 후 본인이 원하는 수취 방법을 선택해 송금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 현재 이 서비스는 호주에 이어 인도네시아까지 확대했는데 송금액 기준 미화 500달러 상당액 이하인 경우 5000원, 초과 시에는 7000원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현지통화인 루피아화로 확정된 송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향후 이 서비스를 해외 거점이 있는 24개국 131개 글로벌 네트워크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도 24시간 365일 송금 신청이 가능한 ‘위비 퀵 글로벌 송금’ 서비스를 출시해 외화 송금 시 중개 은행을 거치지 않고 현지로 바로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홍콩, 싱가포르, 바레인, 베트남 등 10개국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 네팔 등 4개국은 수취인 계좌가 없더라고 송금 정보만으로 현지 제휴 은행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무계좌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손안의 은행’이 바꿔 버린 6가지 풍경
5. 은행 모바일서 쇼핑도 한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쇼핑을 즐기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은행에서 생필품을 사고파는 오픈마켓을 개설한 대목은 곰곰이 생각해볼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모바일 전문 은행 위비뱅크를 내놓은 뒤 올해 1월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7월에는 통합 멤버십인 위비멤버스를 선보였다. 8월에 문을 연 위비마켓은 앞선 행보의 연장선이다.

기존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이 주로 자사 카드 및 포인트로만 결제가 가능한 폐쇄형인 반면 위비마켓은 누구나 접속해 쇼핑할 수 있는 오픈형 몰을 지향하고 있다. 타사 카드로 결제도 가능하다는 소리다.

현재 우수 중소기업 약 500여 개가 1차 입점을 확정했으며, 상품 40여만 종이 입점해 있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대다. 모든 상품 구매 시 기본 적립금 1%가 적립되고 ‘중소 플러스 몰’에서 상품 구매 시에는 1% 추가 적립 혜택이 더해져 최대 2%가 적립된다. 여기에 더해 위비멤버스카드로 결제 시 최대 2%의 위비꿀머니가 적립돼 많게는 최대 4%의 적립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위비마켓에는 우리은행의 우수 기업고객 100여 개 업체가 입점 신청을 한 상태이며, 서울산업진흥원의 우량 중소기업 300여 개 업체도 ‘서울샵’이라는 섹션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위비마켓에서는 예금, 적금, 대출, 외환,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도 구비돼 있는데 빅데이터를 이용해 쇼핑몰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이 우수 중소기업의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면서 맞춤형 금융상품까지 고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이 같은 금융과 유통업의 색다른 조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 산책하며 자산관리 보고 받는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다 보니 최근 은행, 증권 등 금융권에서는 모바일을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산책을 하면서 금융사에서 보내준 자산관리 보고서를 읽고, 모바일을 활용해 자산관리 상담을 받거나 상품에 가입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폰 푸시 알림 기능’을 활용해 입출금 통지, 예금, 대출, 펀드 수익률, 맞춤형 환율 정보, 전문가 투자 팁 등 금융 정보를 문자, 동영상, 이미지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스타 알림’ 서비스에서는 상품 만기일, 추천 상품, 투자 상품 수익률, 환율 등 금융 정보 영역을 통해 자산 불리기에 도움이 되는 알림 서비스뿐 아니라 투자 정보 영역에서 맞춤 상품, 금융 혜택, 월간 투자 전략, 전문가 칼럼 등 재테크 관련 투자 팁도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에서도 모바일 통합 플랫폼 ‘아이원(I-ONE)뱅크’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채팅 상담, 개인별 맞춤형 상품 추천, 은퇴 설계 및 자산관리 등을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