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의 비밀병기 ‘항공기 금융’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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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케네스 강 트러스톤자산운용 AI본부장]항공기 금융은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보험사, 공제회,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항공기 투자가 이루어짐에 따라 일반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 항공기 투자의 매력은 증가하는 다수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시행해 온 국제적인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식 및 채권 등의 전통 투자자산에서는 금융위기 전의 투자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대체투자라 함은 크게는 전통 투자 방법 외의 모든 투자 방식을 통칭하는 말로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실물 투자 등을 포함한다. 항공기 금융은 이러한 대체투자의 한 갈래로 항공기의 매매 또는 운용에 있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체의 금융 방식을 일컫는다.

통상적으로 항공사는 항공기를 도입함에 있어 직접 매매를 통한 소유 혹은 리스사와의 운용, 금융리스 등의 리스 계약을 통해 항공기를 임차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과거에는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항공기의 소유 주체가 되고자 자기자본을 가지고 제조사로부터 항공기를 직접 매매했으나, 이러한 자기금융 조달 방식은 항공기의 높은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항공사의 성장을 제한하는 요소가 됐다. 이에 1980년대에 커져 가는 항공사들의 항공기 수요를 충족시킬 방안으로 리스 산업이 활성화됐고, 더불어 항공기 금융도 발전하게 됐다.

우선, 항공기 금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항공 산업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돼야 한다. 글로벌 항공여객은 2004년 이후 꾸준히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상회해 왔으며, 보잉사 및 에어버스사 또한 앞으로 20년간 항공수송 수요 성장을 연평균 5%대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향후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다.

항공기는 여타 실물자산과 비교할 때, 공급 시장에 있어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높은 설비 투자비용 및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등 진입장벽이 높아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글로벌 마켓을 양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급 형태는 구조적으로 항공기 자산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되고 있으며, 이는 만에 하나 항공사 파산 시 항공기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투자가에게 또 다른 이점으로 다가온다.

통상적으로 항공기 투자에 있어 그 기초가 되는 항공기 리스 계약이 약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뛰어난 항공사와의 임차 계약이 완료된 항공기에 대한 투자는 투자가에게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 항공기 펀드가 시작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항공기에 대한 투자가 잠시 중단됐으나, 2012년 보잉사의 B777 항공기에 대한 투자를 필두로 항공기 펀드가 재개된 이래,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항공기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 현재까지 약 2조 원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져 왔다.

그 주요 투자 방식은 사모부채펀드(PDF)를 통해 신용도가 뛰어난 글로벌 항공사가 장기 임차 예정인 항공기 자산을 담보로 실행되는 부채금융 방식을 취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투자금 회수에 있어 임대 기간 동안 발생하는 임대료를 재원으로 투자원리금을 상환받게 되는 구조이기에, 지금까지 국내 항공기 금융은 신용도가 뛰어난 글로벌 항공사를 임차인으로 장기 임차 계약이 맺어진 중·장거리 비행 위주의 보잉 B777 기종 혹은 에어버스 A380 등 중·대형 항공기(wide-body aircraft)에 대한 부채금융이 주를 이루었다.

향후 20년 항공 수요 ‘5% 성장’ 전망
이러한 단일 중·대형 항공기에 대한 부채금융 투자는 단일 항공사의 신용 위험에만 노출된다는 점에서 그 투자 리스크가 단순 명료한 반면, 그 투자 수익이 선순위 약 3%대, 중·후순위 약 5~6%대로 제한적이어서 항공기 자산에 대한 가치 변동에 따른 수익을 향유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또한 중·대형 항공기의 경우 중고 거래 시장의 유동성과 밸류에이션(valuation) 변동성을 고려해볼 때, 항공기 자산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항공기 정비 상태(maintenance check)와 중고시장(secondary market)에 대한 모니터링을 투자자가 면밀히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항공기 금융 투자 활성화로 항공기 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인력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점진적으로 단일 중·대형 항공기에 대한 부채금융 투자에서 다수 중·소형 항공기 포트폴리오에 대한 부채금융 및 지분 투자로 투자 방식이 다각화돼 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투자 방식의 변화는 기존 투자 방식이 가진 단일 임차인 및 단일 자산 리스크의 분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더욱 안정적이다. 또한 유동성이 뛰어난 중·소형 항공기 매각에 따른 잠재적인 추가 수익도 향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욱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대체투자의 비밀병기 ‘항공기 금융’ 뜬다
필자는 머지않아 선택이 아닌 필수 투자처로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향후 항공기 투자는 다수 자산 및 임차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면밀한 분석이 수반돼야 할 것이기에 투자자들에 의한 투자운용사 항공기 투자 전문 인력 역량 및 내부 투자 인프라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케네스 강 트러스톤자산운용 AI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