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해법, 미국에서 찾아라
[한경 머니 기고=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오르며 이전과는 다른 정치적 성향과 경기 부양책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의 공약을 봤을 때 주요 정책은 제조업과 고용 개선에 맞춰질 공산이 크며, 금리 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 자산을 위시한 미국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는 이례적이었던 한 해였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이슈, 11월 미국 대선 등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굵직한 정치 이벤트들이 모두 예상외의 결과를 보였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지나면서 이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금씩 견고해지고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러한 기대감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한창 선거운동을 하던 때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양측은 모두 경제 성장 및 생산성 증대를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며 재정정책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은 이미 성장 친화적인 정책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2017~2018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라는 점을 시사한다. 현시점에 미국의 전망이 더욱 궁금한 가장 큰 이유다.

미국 경제 전망에서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예를 들어, 집권 초기에 무역 분쟁(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중국 및 타 교역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등)과 관련된 정책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경제 성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이민 정책을 강화할 경우에는 건설·에너지·소매 산업 등 주요 업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45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후 처음으로 나선 공개석상에서 트럼프는 공약에서 언급했던 일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발표했는데, 모두 미국 제조업과 고용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미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 환태평양 11개국과 동참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미국 내 셰일 오일·가스 및 석탄업 부흥을 위한 에너지 업종에 대한 환경 규제 완화, 기업 규제 완화(특히 은행업 관련), 인프라 투자 및 국방비 확대(사이버 보안 포함), 이민 규제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달러 자산 가치 높아진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새로운 행정부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에서 폭넓은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이 SC제일은행에서 연간 전망을 준비할 때 세운 기본 가정이다.

예를 들어 세제 개편, 법인세 및 개인소득세 인하,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자금의 본국 송환 및 자국 내 투자 유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10년간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공약한 바 있다.

새로운 행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가에 따라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한 부문에서 지출을 늘리려면 다른 부문의 지출은 줄여야 하는 ‘적자 중립성(deficit neutral)’ 계획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차질이 발생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고용 시장이 견조한 가운데 임금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확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개인소득세 인하가 소비를 촉진시키고, 법인세 인하는 기업 투자를 어느 정도 활성화시켜 장기적으로 생산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용 시장 회복에 힘입어 거주용 주택에 대한 억눌렸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주택 시장이 미국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최근 장기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이는 주택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 관련 정책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미 대선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제시한 목표치에 근접한 상황에서 재정 부양책 및 이민 정책 강화가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공급 제한에 따른 인플레 급등이 미국 경제 전망에 주요 위험 요소지만, 임금과 인플레의 관계는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없다.

한편 낮은 노동 참여율 및 여전히 높은 수준의 시간제 노동자 수를 감안하면, 고용 시장에 ‘숨은 수요’가 존재할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인프라 프로젝트가 확대될 경우 이러한 숨은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은 어떻게 될까. 사실 확장적 통화정책은 미국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핵심 동인이었다. 2015년 말에 금리 인상을 재개한 후 만 1년 뒤인 2016년 12월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리고 연준이 2017년 적어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위원들이 2017년 일부 교체(임기 만료에 따른 교대 선출)됨에 따라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성향의 위원들이 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소 2명의 연준 위원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연준의 매파적인 성향이 조금 더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인플레와 함께 2017년 미국 금리의 상승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2017년 새해에 새 대통령을 맞은 미국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전과는 정치적 성향도, 경기 부양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다소 당황스러웠던 순간도 있었고 우려도 컸지만, 지금은 기대감이 이를 압도하고 있다. 올해 달러 자산, 미국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