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사실상 선포했다. 핵심 경제 관련 부처에 반(反)중파 인물 일색으로 임명한 것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향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수행할 반중국파 삼총사에 대해 알아봤다.
트럼프 정부의 反중국파 삼총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일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 NTC)를 신설하고 초대 위원장에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미국에서 대표적인 초강경 반중국학자다.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를 본떠 만든 NTC는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노동부 등을 산하에 두고 무역과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NTC를 만든 것은 무역과 통상을 외교, 안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간주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바뀌더라도 정부 조직을 뜯어고치거나 부처 명칭을 바꾸는 일이 극히 드물다. 따라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NTC를 신설하고 나바로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정책 입안·집행·협상 모두 反중국파 임명
나바로 위원장은 미국 무역적자의 핵심 원인으로 중국을 꼽아 왔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7371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무역적자 규모에서 중국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2000년 900억 달러에서 2015년 3657억 달러로 늘어났다.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8.9%에서 49.6%로 확대됐다. 나바로 위원장은 “중국의 값싼 상품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고, 중국의 환율 조작에 미국 부채가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에서는 7만 개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았다”면서 “미국 중산층의 평균 가계소득은 하락했으며 중국에 수조 달러의 빚을 지게 됐다”고 지적해 왔다. 그는 <다가오는 중국과의 전쟁들(The Coming China Wars)>,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 등의 저서들에서 중국의 경제 패권주의를 강력하게 질타한 바 있다.

나바로 위원장은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이 더 큰 세계시장에 접근하려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바로 위원장의 지론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구상에서 중국이 환율 조작을 통해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만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바로와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주장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또 상무장관으로는 구조조정 전문가인 윌버 로스를 등용했다. 무역정책을 집행하는 로스도 미국의 대표적인 반중 강경파다. 로스는 자신이 창업한 사모펀드인 월버로스 컴퍼니를 운영하는 등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로스 내정자는 미국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한 기업회생 전문가로서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에 밀려 쇠락해 가는 철강 산업의 일자리 수천 개를 구하는 데 일조했었다.

‘파산의 제왕(king of bankruptcy)’이라고 불리는 로스는 “덤핑 수출에는 반드시 징벌적 관세를 매겨야 한다”면서 중국산 철강제품의 덤핑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로스는 둔화되는 경제성장률과 국영기업 개혁 과제를 안고 있는 중국 지도부의 속사정까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중국 경제에 정통하다. 로스는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지만 전 세계에서 수입품에 가장 높은 관세를 매긴다”면서 “이런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는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변호사를 발탁했다. 라이트하이저는 레이건 정부 때 무역대표부의 부대표로 일하면서 수십 차례 양자 무역협정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미국 기업들을 위한 징벌관세 부과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로 30여 년간 일해 왔다. 특히 미국 최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스캐든에서 파트너 변호사였던 그는 중국을 상대로 철강 분야 반덤핑 제소를 담당하는 등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 등 외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는 정책 입안(나바로), 정책 집행(로스), 협상(라이트하이저) 등 미국의 무역정책을 이끌어 가는 트리오(trio)를 앞세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트럼프가 ‘중국을 잡을 매(China hawk)’를 기용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벌일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로선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무역전쟁을 전면적으로 벌인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일률적으로 45%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반발한 중국이 맞대응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비대칭적 공격이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분적으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에 비대칭적으로 보복한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의 선택적 공격이다.

미국이 특정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강력하게 저지하는 것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특정 미국산 제품 구매를 축소하고 비관세 수단을 동원해 미국 기업들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넷째 시나리오는 양국이 설전을 벌이면서 타협을 모색하는 경우를 말한다. 트럼프 정부는 네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비대칭적 공격이나 선택적 공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의 무역전쟁은 한국에 치명타
특히 트럼프 정부는 이른바 슈퍼 301조 조항 발동과 중국에 대한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를 확대하는 등 보호무역 조항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 301조는 미국에 대한 비관세 장벽 등 교역대상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 중 우선협상 대상을 지정해 협상을 진행하고, 장벽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슈퍼 301조는 의회의 동의 없이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다. 슈퍼 301조에 따라 미국은 150일간 모든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반덤핑과 상계관세는 상무부가 조사 대상국의 덤핑·보조금 혐의를,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국의 산업 피해 여부를 각각 판정한다. 또 무역법 201조에 따른 세이프가드 발동, 관세법 337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법령 등의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미국 국채 매각, 애플·퀄컴 등 중국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업에 대한 독과점 조사,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보잉사 항공기 구매 제한 등을 거론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조12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 매각할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트럼프 정부가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재정지출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현재 20조 달러에 육박한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2000억 달러나 늘어난다.

중국이 또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대해 보복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의존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기준으로 애플 23%, 퀄컴 57%, 마이크론 43%였다.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의 투자액은 2조2800억 달러나 된다. 중국은 2016년에서 2017년까지 8600만 톤의 대두를 수입할 예정인데, 이 중 미국으로부터 3000만 톤을 수입할 예정이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의 대두 수입을 중단하거나 보류할 경우 아이오와 주 등의 미국 농민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 중국은 현재 보잉사에 여객기 292대를 주문한 상황인데, 이를 취소하고 유럽산 에어버스로 바꿀 수 있다. 중국은 또 미국산 자동차와 아이폰의 판매를 제한할 수도 있다.

아무튼 미·중의 무역전쟁으로 자칫하면 세계경제가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 마틴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대결할 경우 전 세계는 거대한 무역전쟁(Great Trade War)으로 빠져들게 되고,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