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격변기, 느린 ‘황소장’ 온다”
[Market Leader]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밥상 위의 파리도 천리마 안장에 앉으면 하루 천 리를 간다.” 중국 투자는 대박의 기회이자 쪽박의 대명사다. 새해 벽두부터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격돌로 비장한 전운도 감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부터 2017년 격변의 중국 경제를 읽는 키워드에 대해 알아봤다.

“떨어지는 칼날은 받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창(미국)과 방패(중국)의 싸움이라지만, 승부는 이미 나 있죠.”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의 말이다. 전 소장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IB) 뱅커로서 25년간 일했으며 대우증권 상무와 한화증권 전무를 지냈다. 중국 칭화대와 푸단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통’이다.

전 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의 3대 아킬레스건(무역, 금융, 타이완)을 찔렀다”며 “사실 칼은 제대로 쓰지도 않고 협박만 했는데, 승부가 이미 갈렸다”고 했다. 위안화 환율이 요동치고, 중국 증시가 곤두박질친 것이 그 증거다.

중국은 가능하면 미국과의 전쟁은 피하는 것이 상책. 하지만 이를 중국 위기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경계했다. “중국은 근본적으로 금융시장의 문을 열지 않았어요. 또 정부가 ‘보이는 손’으로 시장에 깊이 관여할 수 있죠. 바람이 불면 창문을 닫으면 되고, 촛불이 하나 꺼지면 다시 불을 붙이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중국의 방패입니다.”
“G2 격변기, 느린 ‘황소장’ 온다”
구체적인 중국의 방어 전략이 궁금합니다.

올해 중국은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통한 성장에 주력할 것입니다. 2017년 중국 경제를 읽는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예요. 내수, 신기술, 국유기업 개혁. 매해 10% 이상 내수가 성장하는 나라가 중국이에요. 중국 전체 기업의 약 70%가 국유기업이죠. 이들 기업의 효율을 5%만 올려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3.5% 성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신기술’도 주요 성장 동력이죠. 요즘 우스갯소리로 중국에서 현금을 들고 다니는 건 거지밖에 없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은 7억1000만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3억 명의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엄지족 나라예요. 거대 내수시장을 무기로 전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를 중국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국유기업 개혁의 성과도 주목할 만해요. 철강 100만 톤을 생산하는 기업과 200만 톤을 생산하는 기업의 단가가 달라요. 예컨대 포스코가 연간 30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데 바우산철강이 6000만 톤을 생산하면 원가가 30% 이상 차이가 나게 됩니다. 가격 경쟁력이 달라지는 거예요. 그게 무서운 겁니다.”

연초 위안화 환율 움직임이 심상찮은데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위안을 잠시 깨더라도 6위안대로 다시 내려올 가능성이 많아요. 미국은 달러화의 강세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강달러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미국 기업들의 수출이 타격을 받고,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실업 문제 해결이 요원해집니다. 미국 달러화는 크게 10년 주기로 금리 인상에 따라 급등했어요. 이번에는 금리를 이제 막 올리는 단계인데 벌써 임계점에 왔습니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에 따른 일시적 기대효과죠. 달러화 강세는 오래 가기 어려워요.”

연초부터 중국발 금융위기론도 다시 나오는데요.

“3조 원의 외환보유고(세계 1위)를 자랑하는 중국이 위기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거죠. 지난 ㅅ10년 동안 중국 금융위기론이 끝없이 나왔는데, 그래서 중국이 망했나요. 이는 서방세계의 음모론에 가까워요. 세계 최강의 금융을 자랑하는 미국의 금융기관이 중국에 가면 힘을 못 씁니다. 그래서 툭 하면 금융위기 타령이 나오는 거죠. 해법은 금융시장 개방이라면서.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었어요. 완전 경쟁 체제에선 세계 1등이 다 먹는 법이에요. 경쟁력 낮은 국가들이 문을 열면 다칠 수밖에 없어요. 이 구조를 아는 중국이 왜 금융시장의 문을 열겠어요. 이것이 서방세계가 퍼뜨리는 금융위기론의 실체인 거죠.”

기업 부채와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업 부채가 은행 부도로 이어져 금융위기가 온다? 이는 중국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겪은 KDB산업은행은 망했어야 해요. 그런데 망했나요? 중국 기업의 70%는 국유기업 대출입니다. 위기 시 국가가 자금을 투입하죠. 지방정부 부채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의 성남시도 모라토리엄을 겪지 않았습니까. 중국은 지방자치제도 아닌 중앙집권제예요.

부동산 버블도 알려진 것처럼 심각하지 않아요. 아니 도심 집값은 앞으로 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3대 도시의 거주 비율이 전체 인구의 3%도 안 돼요. 우리나라에선 서울에 가고 싶듯 중국도 대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죠. 실수요가 있기 때문에 대도시 집값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중국을 보는 관점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요.

“우리나라가 대중국 투자에서 쇼크를 겪었다고 ‘저긴 위험해’ 하는 것은 이솝우화의 ‘쉰 포도’와 같습니다. 현대 문명의 가장 큰 이기로 꼽히는 것이 자동차와 휴대전화예요. 이러한 자동차를 중국은 연간 2800만 대 사고, 미국은 1760만 대 삽니다.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13억 명이 넘고 미국은 3억8000만 명으로 거의 3.5배 차이가 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을 버리고 손바닥만 한 시장에 투자해서 얼마나 벌겠어요.

중국에 밀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다하면 그걸 커버해야 하는 것이 금융 부문이에요. 한국을 울린 중국의 그 기업을 사면 되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주주 구성으로 보면 외국인이 1대주주인 비자발적인 다국적기업이에요. 이와 같이 잘나가는 중국 기업의 주주가 되면 중국의 고성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중국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요.

“자본시장 역사가 250년인데 중국은 1991년에 비로소 금융시장이 열렸어요. 10분의 1의 경험밖에 없는 거죠. 덩치(시가총액)는 크지만 정신(정책)은 미숙한 유치원생 수준이에요. 2015년의 대폭락이나 2016년 새해 첫 거래일(1월 4일)과 함께 도입된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4일 만에 잠정 중단된 것은 모두 미숙한 정책이 낳은 결과예요. 투자자는 오히려 그런 실수를 잘 노려야 합니다. 대폭락 시 투자했다면 수익을 올렸을 거예요.

그런데 지난 10년간의 중국 투자 패턴은 대호황을 앞둔 7~8부 능선에 들어가는 식이었어요. 그러다 폭락하면 절반 이하로 손해 보는 거죠. 핵심은 중국을 잘 모르고 투자한다는 데 있어요. 국내 금융기관들 가운데 중국 주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곳이 거의 없어요. 뜨고 나면 연구하고 보고서를 내놓다 보니 매번 깨지는 식이죠.

중국은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요. 증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지수가 많이 못 올라갑니다. 거래소가 무너져도 살아날 종목, 섹터를 고르는 게 중요해요.”

2017년 중국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느린 황소장이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재고 사이클이 거의 바닥이에요. 기업들이 재고를 채워 넣으면 실적이 올라갑니다. 2017년은 기업 이익이 증가해 증시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요. 중국 IB들은 주가지수를 3600~4000 사이로 전망합니다.

그간 주가가 빠진 데는 부동산 상승이 맞물려 있었어요. 그런데 중국이 부동산에 강한 규제를 걸었죠. 따라서 2016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가격상승분에서 대출 비용을 뺀 실제 수익이 마이너스로 돌아갔어요. 부동산 시장으로 갔던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올 것이냐, 이것이 올해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투자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2017년엔 첨단산업보다 굴뚝산업이에요. 철강, 화학, 통신, 전력 등 주력 산업이 유망하죠. 중국 정부 정책의 방향이 트럼프 정부의 영향으로 내수시장 성장에 있기 때문에 국유기업 개혁에 해당하는 산업, 중국 전통산업의 전망이 밝아요. 또한 중국에서 현재 제일 심각한 게 환경 문제인데 이 또한 상반기에 눈여겨볼 대상입니다. 하반기 주가가 올라가고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결국은 중국 정부가 목매는 첨단산업(드론,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자동차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해요. 다만 첨단산업은 투자를 많이 필요로 하고 이익을 당장 크게 거두기는 어려워 투자 매력도는 다소 낮을 수 있습니다.”

전병서 소장은 …
현재 와이즈에프엔(WISEfn)이 만든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차이나 MBA 객원교수, 중앙대 리더 MBA 겸임교수, 칭화대 CEO과정 초빙교수로서 중국경제론, 중국금융론, 중국주식시장론, 중국 비즈니스 사례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의 금융산업 지도>,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중국의 大전환, 한국의 大기회>, <중국 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등이 있다.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