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오르는 금값, 비과세 노다지 캐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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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금값이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 때마침 금 관련 금융상품의 매력도 커졌다. 은행권이 판매하고 있는 금 통장(골드뱅킹)은 지난 3월부터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사라지면서 투자 매력이 배가됐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은 금 거래의 문턱을 낮춰 오는 9월부터 100g짜리 ‘미니 금’ 상장에 나선다.
야금야금 오르는 금값, 비과세 노다지 캐 볼까
신한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 가격은 4월 14일 g당 4만7239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2분기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4월 들어 17일까지 5.35% 올랐다.

국제 금 가격도 상승세다. 4월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금값은 온스당 1291.90달러로 온스당 13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지난해 12월 28일 온스당 1139.4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올 들어 13% 넘게 상승했다.

이 같은 금값 고공행진에 금 관련 상품들이 ‘봄날’을 맞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금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 평균(4월 17일 기준)은 9.09%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금 펀드의 절반 이상이 두 자릿수다. 이 기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투자킨덱스(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파생형)’은 24%에 달했다.

금값이 꿈틀거리면서 금 거래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전국적 금 유통 및 주얼리 제조사인 한국금거래소에선 하루 평균 100개 정도 팔리던 10~100g 단위 미니 골드바가 4월 들어 400개 안팎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이다현 한국금거래소 본부장은 “금 가격이 움직이고 위기설이 돌면서 소규모라도 금을 확보하려는 심리적 요인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초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이 금값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인이었다면 최근에는 불안한 국제 정세가 금값을 밀어 올리는 모양새다.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데 이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긴장감도 고조되면서 금값의 고공행진이 두드러졌다.

KRX금시장에선 지난 3월 일평균 22kg이었던 금 거래량이 4월 이후 일평균 31kg으로 50% 가까이 대폭 늘었다. 전진수 KRX금시장 팀장은 “평소에는 금 공급업자인 실물사업자가 주로 매도하면, 실물자산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매수했는데 금값이 상승하면서 개인들의 금 매도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금값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이 앞으로 얼마나 상승할지, 혹은 단기적 고점에 이르렀는지는 예단이 어렵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온스당 13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 때문에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랠리 약화나 북한·중동 리스크, 유럽의 정치 불안 이슈 등 금 가격을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에 금 가격이 이내 꺾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역PB센터 부센터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일시적인 위험일 가능성이 높고 금값이 단기간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금 매수를 희망하는 경우 신중하게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스위스 은행 UBS는 올해 금 가격 전망을 기존 온스당 1350달러에서 13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뱅킹, 배당소득세 과세 족쇄 벗다

금값 상승과 더불어 골드뱅킹(gold banking) 가입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은행권이 판매하고 있는 골드뱅킹이 ‘과세’의 족쇄를 벗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7일부터 골드뱅킹 신규 계좌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이 과세대상에 제외됐다. 이전에는 골드뱅킹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의 15.4%(배당소득세 14%, 주민세 1.4%)가 세금으로 부과됐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골드뱅킹이 ‘비과세’로 다시 돌아온 것. 골드뱅킹은 2003년 도입 당시 비과세 상품이었다. 그런데 돌연 세금 폭탄이 날아왔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이듬해인 2010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골드뱅킹은 자본시장법상 파생결합증권(DLS)에 해당하므로 이로 인한 수익은 배당소득’이란 유권해석을 내려 과세가 추진됐다. 게다가 과세 적용을 유권해석 이후가 아닌 2009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소득부터 소급 적용해 반발을 샀다. 당시 골드뱅킹을 취급했던 신한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 3개 은행은 이에 항의해 2010년 11월 한시적으로 골드뱅킹 신규 판매를 전격 중단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으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1심과 2심을 거쳐 마침내 지난해 11월 “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은 배당 수익이 아니므로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골드뱅킹이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됐다.

기존 골드뱅킹 고객은 추후 세금을 환급받게 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측은 “골드뱅킹의 매매차익을 부담했던 기존 고객에 대한 세금 환급 절차를 국세청과 협의 중”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일괄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은행의 골드뱅킹은 금 시세에 해당하는 만큼 현금을 내면 통장에 금을 예치해 주는 상품이다. 은행에서 예·적금 통장에 가입하는 것과 흡사하다. 통장으로 현금 대신 금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금 실물 보관에 따른 위험이 없으면서도, 금값 상승 시에는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최소 0.01g부터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 누구나 쉽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희망할 경우 금 통장에 적립된 금액을 금 실물로도 찾을 수 있다. 다만 이때는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현재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서 골드뱅킹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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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금시장, 9월 ‘미니 금’ 상장

KRX금시장은 오는 9월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100g 단위로 인출이 가능한 ‘미니 금’을 선보인다. 금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KRX금시장은 2014년 문을 연 뒤 절세 혜택을 앞세워 급성장해 왔다. 골드뱅킹의 매매차익에 15.4%의 세금을 물릴 때도, KRX금시장에는 비과세가 적용됐다. 정부의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금 현물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 골드뱅킹의 비과세 적용으로 금 테크 시장을 두고 다시 한 번 불꽃 튀는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KRX금시장은 오는 9월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100g 단위로 인출이 가능한 ‘미니 금’을 선보이고, 관련 업계와 협력해 금 관련 선물·상장지수펀드(ETF) 등 연계 상품을 개발해 금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KRX금시장은 ‘금 테크’ 면에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양도·배당·이자소득세가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절세 혜택 외에도 다른 상품보다 수수료 부담이 낮다. 전진수 팀장은 “골드뱅킹 거래 때는 1% 정도의 수수료를 은행에 내야 하는데, KRX금시장에선 0.2%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 문턱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매매 및 호가는 1g 단위로 이뤄지지만, 금 실물(골드바)로 예치 또는 인출하려면 1kg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금 시세가 g당 4만4000원일 경우 금 실물로 인출할 경우 투자자는 1kg에 해당하는 4400만 원에 부가세 10% 등을 고려하면 484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100g 단위 미니 금이 상장되면 480만 원 수준에서 실물 금 매수가 가능해진다. 거래소 측은 “소규모 실물에 대한 투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미니 금’을 상장하고 투자자별 맞춤형 교육 및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라며 “지난 3월 금현물지수 개발에 이어 금 관련 ETF 등 대체투자 상품 공급으로 KRX금시장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KRX금시장은 2014년 일평균 거래량 5.6kg에서 3년 만에 21.8kg으로 3.9배 성장했다.

일반투자자가 KRX금시장에서 계좌 거래를 하려면 회원사인 증권사에 가서 금 계좌를 만들면 된다. 이들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열고 예탁금을 납입하면 그 한도 내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전화, 지점 방문 등을 통해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금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회원사인 증권사는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