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해외 성적표, 희비 엇갈려
ASSET ● Zoom in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기준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KB국민은행은 소폭 뒷걸음쳤다.
4대 은행 해외 성적표, 희비 엇갈려
해외 시장에서는 KEB하나은행이 국내를 대표하는 은행으로 선전했다. KEB하나은행이 해외 점포에서 2017년 3분기까지 벌어들인 누적 당기순이익은 2898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같은 기간보다 34.9% 증가했다. 넓은 해외 네트워크망을 보유한 외환은행과 통합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우선 해외 점포수에서 우위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KEB하나은행의 해외 점포수는 현재 35개로 신한(28개), 우리(23개), KB국민(12개) 등 다른 은행과 격차가 벌어진다.

신한은행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7년 3분기 기준 1782억 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특히 베트남과 일본에서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일본법인인 SBJ은행은 비거주 목적의 부동산에 대해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주택론’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2017년에 들어서만 일본에서 약 450억 원을 벌었다. 베트남에서는 같은 기간 500억 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냈다. 2009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에 현지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하고 외국계 은행 1위로서 위상을 높여온 성과다.

우리은행의 광폭 행보도 눈에 띈다. 4대 은행 가운데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우리은행의 2017년 3분기 누적 해외 당기순이익은 13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6%나 뛰어올랐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동남아를 집중 공략했다. 2017년 12월 19일 기준 우리은행의 25개국 283개 네트워크 가운데 221곳이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

국내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은 글로벌 시장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2017년 3분기 누적 해외 당기순이익이 222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3억 원(17%) 축소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에서 KEB하나은행과는 10배 이상의 격차로 벌어졌고, 3위인 우리은행과도 1000억 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영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새해 주요 금융그룹은 은행을 필두로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7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금융그룹들은 2018년 새해에는 충분한 실탄을 무기로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향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M&A도 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신한금융도 베트남 등 해외 금융 매물에 관심을 갖고 있어 글로벌 격전이 예상된다.

글로벌 사업에 잔뼈가 굵은 손태승 행장이 새롭게 진두지휘하는 우리은행도 새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5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격적 영업을 예고하며 글로벌 M&A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KB국민은행
아시아 금융 선도 목표…모바일뱅크 확산

KB금융은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비전을 선포하고, 향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취임 직후 “선진국 시장은 법인이나 투자은행(IB) 위주로, 동남아 시장은 리테일, 마이크로파이낸스 등 지역별 강점을 살리는 전략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투자금융(Corporate & Invest-ment Banking, CIB)센터, 디지털뱅크, 소액대출 등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우선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신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해외 네트워크는 현지 영업환경을 고려해 재정비 작업을 추진 중이다.

2017년에는 진입장벽이 낮고 자금 수요가 풍부한 미얀마에 마이크로파이낸스사를 설립했고, KB국민은행 홍콩지점은 전환인가 승인을 취득해 KB증권을 포함한 KB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아시아 비즈니스 전초기지로 삼을 방침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경제 성장과 함께 금융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동남아 국가로 진출하기 위해 소매금융 시장조사에도 돌입했다. 중장기적 글로벌 인력 육성 체계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은 13개 국가에 36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온라인에서도 빠른 속도로 금융 생태계를 넓혀 가고 있다. ‘디지털 혁신’ 기술이 무기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기반의 멀티 파이낸스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리브 KB 캄보디아’의 모델을 오프라인과 연계해 미얀마, 베트남 등에 확장 진출할 예정이다.

리브 KB 캄보디아는 충전식 지갑 기반의 해외 전용 모바일 뱅크다.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사정을 고려해 오프라인 채널을 거치지 않고 계좌이체, 송출근로자 간편 해외송금, 개인 간(P2P) 결제 등 간편하고 빠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신한은행
아시아 공략…해외 비중 20%로 확대

“오는 2020년까지 그룹 내 글로벌 손익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도전적인 목표가 현실화하고 있다. 2011년 5.3%에 불과하던 신한은행의 해외 사업 비중은 2016년 12%로 껑충 뛰었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성장 전략은 크게 투트랙(two-track)으로 나뉜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오가닉(organic) 성장과 아시아 유망 시장 내 M&A나 지분투자 등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의 비은행 그룹사들의 글로벌 신규 진출을 통해 그룹 관점에서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며, 이미 진출한 그룹사는 사업모델 강화, 그룹사 간 시너지 극대화, 디지털 부문 강화, 자체 역량 확보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그룹의 글로벌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주,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 5개사를 겸직하는 글로벌 사업부문장도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현재 20개국 169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 하나은행
글로벌 사업 다변화…지분투자 강화


외환에 강한 하나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이직 비중 40%를 달성하겠다”고 그룹 비전을 설정했다. 이에 따른 KEB하나은행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글로벌 사업의 다변화’로 정의된다. 특히 전통적인 해외 직접 진출 방식 이외에 의미 있는 지분투자 방식의 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직접 진출 방식으로 진행 중인 인도 구르가온 지점 및 멕시코 현지법인 신설은 현재 현지감독당국의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와 병행해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의 금융기관에 대한 지분투자 확대 전략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성장성 및 수익성이 더 양호하고 단독 네트워크 설립을 통한 시장 진출보다 국가 및 규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KEB하나은행은 이미 2015년 4월 리스업 시장 진출을 위해 ‘중민리스’에 지분투자(25%), 2016년 8월 재보험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 소재 ‘중민국제(CMIH)’에 지분투자(9.09%)를 완료했고, 2017년 3월에는 ‘북경랑자 하나 자산관리 유한공사’에 지분투자(25%)를 완료함으로써 한국 시중은행으로는 최초로 자산관리업 시장에 진출했다.
향후에도 KEB하나은행은 아시아 시장에서 은행업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파이낸스, 리스업, 소비자금융 등 비은행 부문까지도 지분투자 방식의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24개국 146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은행
남아 적극 진출…양적·질적 성장

우리은행은 신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해외 진출 확대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 최대 수준의 25개국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부문의 양적·질적 성장을 추진한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동남아, 인도를 중심으로 리테일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현지법인(미국, 중국, 인니 등) 및 지점의 자체 네트워크 확대와 더불어 베트남 현지법인 신설 및 필리핀 웰스뱅크 인수를 완료했고, 2014년 말 소다라은행 인수 과정에서 획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 은행에 대한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새롭게 진출할 지역에는 기존의 진출 방식에서 벗어나 마이크로파이낸스,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비은행업을 중심으로 먼저 진출한 후 고객 및 네트워크를 확보한 다음 시장 환경이 성숙하면 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시장에 대한 조기 영업 기반 구축과 현지화 추진을 위해 M&A를 통한 진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진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글로벌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글로벌 인력의 확보, 현지 시장조사,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지역 전문가 제도를 운용하는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글로벌 위비 플랫폼’을 앞세워 비대면 채널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국가별 이업종 업체와의 다양한 업무 제휴를 통해 해외 비대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위비톡, 위비마켓 등 국내에서 서비스 성능이 검증된 플랫폼을 연계함으로써 동남아 플랫폼 금융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4대 은행 해외 성적표, 희비 엇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