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수익성 ‘빨간불’ 극약처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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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카드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지난 2월 8일부터 27.9%에서 24.0%로 떨어졌다. 이례적으로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대출 계약의 금리도 24.0% 이하로 ‘소급’ 적용됐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도 예고돼 있다. 주요 수입원은 줄어들고 있는데, 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금리는 높아지는 추세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카드업계가 돌파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지난해 하반기 단행된 수수료 인하 여파로 4분기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27.6% 증가한 913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전년보다 10.7%, 40.7% 순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일회성 수익을 빼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에는 비자카드 매각으로 발생한 이익 1800억 원을 비롯해 대손충당금 환급금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전년보다 11.5% 감소한 6338억 원에 그친다.

삼성카드도 일회성 수익인 르노삼성자동차 배당금 399억 원을 제외하면 2016년보다 26억 원이 감소했다. 지난해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하나카드는 2016년보다 40.7%나 증가한 1064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나, 일부 채권 매각 대금에 일회성 이익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일회성 요인이 없던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29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고, 우리카드는 1012억 원으로 7.5% 감소했다.
카드업계 수익성 ‘빨간불’ 극약처방은

실적 선방에도 웃지 못하는 카드사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수수료 인하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영세가맹점(연 매출 2억 원 이하→3억 원 이하)과 중소가맹점(연 매출 2억~3억 원→3억~5억 원 이하)으로 각각 변경하고, 이들 가맹점에 우대수수료(영세 0.8%·중소 1.3%)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4대 은행계 카드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2251억 원으로 2016년 동기 대비 24.2% 급감했다.

올해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 최고금리 인하, 조달금리 상승이라는 ‘3중 악재’에 직면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7월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될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또한 올 연말에는 3년 주기로 이뤄지는 신용카드 수수료 적격비율 재선정 작업이 마무리돼 2018년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공약한 만큼, 사실상 조정 방향은 인하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2월부터는 법정금리가 24.0%로 인하돼 적용되기 시작했다. 카드사 수익의 두 축인 수수료와 대출 수익에 모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초부터 희망퇴직·모집인 퇴출 등 칼바람

카드업계 수익성 ‘빨간불’ 극약처방은
카드업계 경영 한파에 인력 감축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신한카드는 지난 1월 근속 10년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2015년 말에 이어 약 2년 만이다. 총 200명이 신청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 1월 KB국민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7년 만에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과장급은 10년 이상 근속이면서 만 45세 이상, 차·부장급은 15년 이상 근속이면서 만 48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36개월 치 기본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신청자는 약 20여 명 수준이다.

이들 카드사들은 이번 희망퇴직에 대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는 측면이다”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상위’ 카드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에 감원 바람이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실적 악화 부담으로 카드 모집인들은 이미 대거 급감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와 3개 겸업사의 전체 모집인 수는 1만7121명으로, 지난해 10월 2만1574명에서 석 달 만에 21.0%가 크게 줄었다.

카드업계는 홈페이지를 통한 다이렉트 가입 시 연회비 면제 혜택 등을 주며 비대면 채널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 실적 악화 부담에 고비용 채널인 모집인부터 줄여 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노조도 ‘팔을 걷고’ 나섰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6개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국회와 협의해 ‘대형가맹점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하한제’를 담은 법안의 연내 도입을 추진한다. 카드사 노조가 법안 도입을 직접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막기 위해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정책이 나올 때마다 대형가맹점들도 가격 협상력을 내세워 추가 인하를 요구해 왔다”며 “소상공인의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그 부담은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분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돌파 카드로 꺼내든 ‘디지털·해외 진출’
‘위기 속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올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디지털 혁신이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디지털 1등을 넘어서는 진정한 일류 회사로 발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 삼성카드’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디지털 DNA를 바탕으로 온라인 자동차 금융 서비스 ‘다이렉트 오토’를 선보였고, 빅데이터 기반 개인별 맞춤 서비스 ‘링크(LINK)’를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주요 경영 추진 방향으로는 회원 기반 강화와 차별화된 개인화 마케팅, 온·오프라인 채널의 유기적 연계, 생각의 틀을 깨고 도전하는 조직문화 구축,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제시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3년 연속 디지털화를 강조해왔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챗봇(채팅로봇) 서비스 ‘버디’를 오픈했다. 카드 혜택과 맞춤카드 추천은 물론 금융 서비스에서 슈퍼콘서트 등까지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상담해준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로그인 절차를 간소화한 통합로그인 서비스도 선보였다. 디지털화라는 뚜렷한 목표 아래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하나카드도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을 발표했다. 결제, 마케팅, 보안 등 업무 전반의 디지털화를 추구한다. 우선 ‘카드 사업 전 프로세스 영역에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며, 24시간 365일 심사 발급 체계를 구축했다.

향후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해 생체인증이 가능한 실물 없는 카드와 챗봇 등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한다. 또한 ‘하나1Q페이’ 애플리케이션 및 홈페이지에서 지능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 조직도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민첩한(agile)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컴퍼니로서 근본적인 DNA 변화’를 위해 팀 단위의 조직과 해체 전권을 해당 실장에게 위임해 시장 상황에 따른 민첩한 변화를 이끈다.

KB국민카드도 지난 1월 혁신 과제 수행을 담당할 ‘애자일(Agile)’ 상설 조직을 신설했다. 독립된 전결권을 가지고 새 기업문화 구축과 대고객 마케팅 전환 등 혁신을 이끄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내세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조직,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디지털 선도 역할 수행이란 3대 경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신한카드도 디지털 사업 조직을 ‘본부-셀(Cell)’ 체계로 개편했다. 본부장에게 셀을 통합·분리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카드사들은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를 ‘글로벌 성과 창출 원년’으로 선포했다. 현재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4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아시아 벨트 내에서 해외 진출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해”라며 “올해는 진출 국가별 상황에 맞는 사업 라인을 구축해 성과를 내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해외 진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글로벌사업부를 확대 개편했다. 글로벌사업부는 라오스, 미얀마 등 기존 진출 국가에서의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 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