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건강보험료 부담, 덜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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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료비가 더 들어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직장 다닐 때보다 은퇴한 다음에 건강보험이 더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만 퇴직한 다음 소득이 줄어든 만큼 건강보험료 부담도 덜 수 있었으면 한다. 뭔가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퇴직하고 소득은 줄었는데, 건강보험료는 오히려 더 내라고 하네요. 이게 말이 됩니까?”
정년을 맞은 퇴직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건강보험료가 은근히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퇴직한 다음에도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계속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직하고 나서 보험료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는 사람도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퇴직해 지역가입자가 되고 나면 소득과 재산 등을 함께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따라서 자가주택이나 자가용만 가지고 있어도, 직장 다닐 때보다 보험료를 더 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2월 한 달 동안 퇴직한 다음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61%가 직장에 다닐 때보다 보험료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연금은 60세까지 보험료를 부담하면 되는데, 건강보험료는 이 같은 연령 제한도 없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수급 연령이 지나면 월급처럼 매달 꼬박꼬박 연금이 나오지만 건강보험은 그렇지도 않다.

퇴직 후 건강보험료 줄이려면

퇴직 후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우선 가족 중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별도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강보험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직장 다니는 가족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가족의 범위는 생각 외로 넓다. 자녀는 물론 사위나 며느리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 이들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또한 형제·자매의 직장건강보험에도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피부양자로 등록하려면 재산 및 소득 요건도 갖춰야 한다. 먼저 소득 요건부터 살펴보자. 우선 사업소득이 없어야 한다. 다만 사업자등록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사업소득이 연간 5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된다. 근로(기타)소득, 공적연금소득, 금융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 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

다시 말해 예·적금이나 펀드에 가입해 이자나 배당으로 연간 4000만 원을 받고,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으로 연간 4000만 원을 수령하고, 그 밖에 소득으로 매년 4000만 원을 받아서 총수입이 1억2000만 원이 돼도 자녀가 직장에 다니면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재산 요건도 있다. 현재는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 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 과세표준이 시가의 50%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충 시가로 18억 원이 넘는 집이나 부동산과 같은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않다면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웬만큼 소득과 재산이 많지 않은 은퇴자라면 가족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하지만 7월부터는 피부양자 등재 조건이 강화된다. 우선 금융소득, 공적연금소득, 근로(기타)소득을 합산해서 연간 3400만 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재산과 가족 요건도 강화된다. 7월부터는 과표 기준으로 재산가액이 5억4000만 원(시가 11억 원 정도)을 초과하면서 연소득이 1000만 원이 넘는 사람은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지금은 소득과 재산 요건이 맞으면 직장 다니는 형제·자매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지만, 7월부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불가능해진다.

현재 가족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은퇴자 중에서 상당수가 7월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된다. 예를 들어 연 34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고, 시가 11억 원의 재산이 있는 사람이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면 월 9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공적연금소득은 소득의 30%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은퇴 후 건강보험료 부담, 덜 수 없을까?
임의계속가입제도 활용하라

퇴직한 다음 소득은 줄었는데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퇴직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직장에 다닐 때는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회사에서 부담했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액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료 산출 방법도 차이가 난다. 직장가입자는 소득만 가지고 보험료를 산출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이외에 재산과 생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따라서 퇴직 후 소득이 없어도 재산이 어느 정도 있으면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면 퇴직자가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임의계속가입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임의계속가입제도는 퇴직한 다음 일정 기간 동안 재직 당시만큼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해주는 제도로 퇴직 후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었을 때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하면 3년 동안은 퇴직 전 직장에서 내던 만큼만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그리고 직장에 다닐 때와 동일하게 가족들을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 신청은 지역가입자가 된 이후 최초로 고지 받은 지역보험료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전에 가까운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려면 퇴직하기 직전 해당 사업장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했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퇴직한 다음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면 3년간 보험료를 감액 받을 수 있는데, 3년이 지나기 전에 재취업을 했다가 1년이 안 돼 직장을 그만두면 다시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할 수 없다. 퇴직 직전 근무 기간이 1년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한 다음 최초로 고지 받은 보험료를 납부기한으로부터 2개월이 지날 때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임의계속가입 자격이 상실돼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은퇴 후 건강보험료 부담, 덜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