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최강국’ 도약 위해 총력
[한경 머니 기고=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 사진 셔터스톡]중국은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공지능(AI)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AI를 세계 기술 경쟁의 주도권을 쥐도록 하는 핵심 수단이자 과학기술, 산업 구조, 생산력을 비약시킬 전략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

요즘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선 시민들이 건널목을 무단횡단 할 경우 자칫하면 망신을 당한다. 건널목 인근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무단횡단을 한 사람의 얼굴과 신상 정보가 뜨며 경고음이 울리기 때문이다. 폐쇄회로TV(CCTV)의 카메라가 무단횡단 한 사람의 얼굴을 촬영하면 공안(경찰)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상을 파악해 얼굴 사진, 동영상 등과 함께 전광판에 띄워 위법 사실을 알린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세계 최대의 영상 감시 네트워크인 ‘톈왕(天網: 하늘의 그물이라는 뜻)’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와 지역 정부가 전국에 설치한 CCTV 카메라 숫자는 무려 1억7000만 대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이 카메라들을 통해 국민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중국 공안이 가동하고 있는 CCTV는 얼굴 인식뿐만 아니라 나이와 인종 및 성별까지 맞출 수 있다. 심지어 일주일 전까지의 행적을 추적할 수도 있으며 친척이나 주변인, 자주 만나는 사람 등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톈왕 시스템은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저장성 자싱시에서 열린 홍콩 인기 가수 장쉐유의 콘서트에서 3년이나 도피 중이던 사기범이 안면 인식 카메라에 걸려 체포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4억 대의 CCTV 카메라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톈왕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이다.

베이징시 북부 지역에는 세계 최초의 AI 시설이 설치된 하이뎬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스마트 보행로, 자율주행자동차, 첨단기술 전시관, 1대1 대화가 가능한 스마트 정자 등 첨단 AI 기술을 활용한 이색 시설물들이 운영되고 있다. 스마트 보행로 곳곳에는 얼굴 인식 장비가 있어 등록한 이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기록한다. 이용자는 나중에 운동 시간과 속도,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공원 내 어린이 놀이구역에서 공원 입구까지 2km 거리를 왕복 운행하고 있다.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시속 10~11km로 움직인다. 첨단기술 전시관에는 음성 인식 AI 운영체제(OS)인 듀얼OS 솔루션이 적용된 스마트 홈 시스템, 사람의 표정을 포착해 가상인물을 통해 복제해 보이는 가상현실(AR) 마술사,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로봇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밖에는 대형 모니터를 통해 태극권 동작을 따라 하면 동작 인식을 통해 정확도 등을 평가해주는 ‘태극권 사부’, 안면 인식으로 물건을 간편하게 보관하고 찾을 수 있는 무인 보관함 등도 설치돼 있다. 스마트 정자는 휴식을 취하면서 AI 시스템과 1대1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날씨와 위치 정보, 실시간 뉴스와 인기 음악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하이뎬공원은 총면적이 34만㎡(10만2850평)로 지난해 기준으로 한 해 120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바이두(百度)가 베이징시 하이뎬구 지방 정부와 함께 이 공원을 만들었다. 하이뎬구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중관춘이 위치해 있고, 바이두의 본사도 이곳에 있다.

◆중국, 2030년에 AI 세계 1위 강국 될까

중국이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AI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는 중국이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삼는 기술이다. 중국 정부는 이때까지 AI 산업 규모를 1조 위안(162조5700억 원) 이상, 연관 산업 규모는 10조 위안(1625조7000억 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중국의 AI 기업 수는 1040개로, 미국(203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 세계 AI 기업의 2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의 AI 기업들은 배송용 무인 드론, 자율자동차, 가정용 로봇, 스마트 의료기기 등 사업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AI 인재는 1만8232명으로 미국(2만8536명)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1999~2017년 전 세계에서 등록된 10만여 건의 AI 특허 중 37%를 차지하면서 미국(24.8%), 일본(13.1%)에 앞서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 기간 중 나온 AI 기초연구 논문에서도 37만 편으로 미국(32만7000편), 일본(9만4000편)을 앞섰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85%가 주요 6개국(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호주, 일본) 기업들보다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중국이 AI 산업을 눈부시게 발전시키고 있는 이유로 국가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 투자, 연구 및 네트워크 투자, IT 및 데이터 관련 분야 교육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분석했다.

AI 분야의 경우,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한 점들이 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AI 기업들을 재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 지원을 보면 2017년 48%가 AI 스타트업들이었다. 2016년 11%와 비교해 4배 이상 더 늘어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해 11월 31일 베이징에서 AI를 주제로 집체 학습을 가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중국 총리 등 25명의 정치국원은 베이징대 교수이자 중국 공학원 회원 가오원주이 교수로부터 ‘AI의 발전 현황과 추세’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AI는 신(新)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 기술이자 전 분야를 끌어올리는 선도·분수 효과가 강력한 기술”이라며 “중국이 세계 기술 경쟁의 주도권을 쥐도록 하는 핵심 수단이자 과학기술, 산업 구조, 생산력을 비약시킬 전략 자원이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AI 기초연구를 강화해 원천·핵심 기술을 중국의 손안에 넣고 AI 분야에서 앞서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중국 경제가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맞닥뜨린 각종 난관을 돌파하고 일상 업무, 학습, 생활을 스마트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차세대 AI 발전 계획’에서 ‘2030년 AI 세계 1위 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이처럼 단기간에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한 분야는 AI가 유일하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정부와 AI 기업들이 중국 내 취약한 사생활 보호 법규 때문에 많은 양의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중국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대가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했다. 이에 중국 IT 기업들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과 같은 미국 IT 기업과는 달리 더욱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14억 명이라는 인구 덕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인 위챗은 월평균 10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

시노베이션 벤처스(Sinovation Ventures)를 설립한 리카이프 전 구글차이나 대표는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곧 오일”이라면서 “14억이 넘는 중국인을 통해 축적되는 막대한 양의 소비자 데이터가 중국의 AI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중국은 AI 분야의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AI 산업 발전에 가장 중요한 몇몇 작업은 베이징이나 선전 등 IT 중심 도시와는 거리가 먼 농촌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지방 소도시에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동영상이나 감시 영상에 ‘데이터 라벨(AI의 사물 인식을 돕기 위해 동영상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 라벨 회사들은 대도시가 아닌 인건비와 공장 임차료가 싼 농촌 지역에서 주로 창업된다. 데이터 라벨 공장의 노동자들도 과거 대도시 제조업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농민공 출신들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값싼 노동력 때문에 데이터 라벨 능력은 미국이 따라올 수 없는 중국의 AI 경쟁력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기준 700억 위안 규모의 중국 데이터 시장 규모를 2020년까지 2배가 넘는 1500억 위안, 2030년까지 1조 위안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AI 최강국’ 도약 위해 총력
◆“AI 시장가치 2022년 3조9000억 달러 달해”

중국은 AI 분야에 매년 55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미국(12억 달러)의 4.6배에 이르는 규모다. 민간에서는 ‘BAT’로 불리는 IT 분야 3대 기업들인 바이두(B), 알리바바(A), 텐센트(T)가 AI 분야 삼두마차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독자적인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고 바이두는 앞으로 3년간 AI 인재 10만 명을 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AI 분야 세계 최고 몸값 스타트업인 ‘센스타임’의 공동 창업자 탕샤오어우 홍콩 중문대 교수 등은 ‘인공지능 기초’라는 고교과정 교과서까지 펴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의 40개 고교들은 지난해부터 이 책을 교재로 활용하는 AI 시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AI를 이용한 각종 이색 발명품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검색 포털 사이트인 써우거우는 공동으로 지난해 세계 최초로 ‘AI 아나운서’를 만들었다. 신화통신은 AI 아나운서를 활용해 자사 애플리케이션과 웨이신(위챗) 공식 계정 등을 통해 중국어와 영어 뉴스 서비스를 보내고 있다. AI 아나운서는 실제 아나운서의 보도 영상에서 목소리와 입술 모양, 표정을 추출해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텍스트 기사를 입력하면 AI 아나운서가 사람의 목소리, 입 모양을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뉴스를 보도한다. 인간 아나운서는 하루 8시간 일하지만 AI 아나운서는 피곤함도 모르고 24시간을 일한다. 온라인 교육 업체 쉐얼시는 표정과 음성, 필적을 인식하는 기능을 갖춘 ‘AI 표준어 교사’와 ‘AI 영어 1대1 교사’ 등을 제작했다. AI 영어교사는 영어로 대화하고 아이들의 영어 말하기와 듣기 연습을 돕는다. 수업이 끝나면 교사가 발음이 정확한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지를 포함한 다양한 방면을 평가한다. AI 표준어 교사는 각 지역 어린이들의 표준어 교육을 돕고 있다.

중국 AI 기업들 중 선두주자로 평가되는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AI가 인터넷보다 더 큰 물결을 이끌 것이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은 50%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2년 1000억 달러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글로벌 IT 자문기관인 가트너는 “AI에서 파생된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의 가치가 2022년 3조9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AI 분야에서 최강국이 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AI 굴기’ 야심이 강력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