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on your tax]부부간 돈 거래의 함정
부부는 촌수를 따질 수 없는 ‘무촌’이다. 서로 간에 재산 개념도 상대적으로 희박해 수시로 돈이 오고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이체했던 재산이 증여의 덫이 돼 막대한 세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들 한다. 모든 가정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하고 특히 경제적으로도 부부간에는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소득 자금이나 재산 등의 명의를 사이좋게 둘로 나누어 보유, 관리하기도 하고, 좀 더 효율적인 자금이나 재산 관리를 위해 소유자 명의를 편리한 대로 정하기도 한다.

이때에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세금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재산 소유자의 명의를 아무렇게나 해 둔다면 과세당국의 점검이나 세무조사의 대상이 됐을 때, 예상치 못한 세금을 납부하게 되거나 자금 출처에 대한 해명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혼인생활 중에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배우자의 역할을 인정해 일방의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가 있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게 되면서 배우자 사이지만 경제생활은 엄격히 구분해 생활비만 공동으로 부담하고 각자의 소득이나 재산은 따로 소유하면서 그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 간에 가끔씩 금전 채권채무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또한 어떠한 목적이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상대 배우자의 명의로 주식, 부동산, 예금 등을 취득하거나 보유, 양도하기도 한다.

혼인관계 해소 사유인 이혼 시에는 이혼 위자료나 재산 분할이라는 절차를 통해 서로의 재산을 나눠 갖기도 하는데, 사별인 경우에는 배우자 상속분을 상속받게 된다.

사업을 하다가 부도 위험이 우려되면 채권자에 대한 채무 상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사전에 상대 배우자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거나 재산의 소유권을 돌려놓기도 하며, 이혼을 위장해 재산을 상대 배우자 명의로 이전해 두기도 한다.

위장이혼과 세금 폭탄
혼인 중에 상대 배우자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거나 배우자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 동안 6억 원의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그 금액을 초과하면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혼의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를 통해 일정 정도의 재산을 받을 수가 있으며, 여기에는 세 부담이 없다. 사별인 경우에는 배우자 몫의 상속재산을 받을 수가 있는데, 배우자 공제는 최대 30억 원까지 가능하고 상속재산이 총 상속공제액을 초과하면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다.

국세청에서는 특정 개인이나 가족 단위를 기준으로 해 보통 4~5년 동안 취득한 재산가액이 소득보다 현저히 많은 경우에는 취득 자금의 출처에 대해 조사하는 경우가 있다.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 자금에 대해서는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물론 증여가 아닌 금전 채권채무이거나 차명재산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전업주부였던 A씨는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 5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A씨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소득이 없었고,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도 없었으며,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도 없었다. 그러자 국세청 전산시스템에서는 A씨의 아파트 취득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분석돼 A씨는 부동산 투기 혐의 및 취득 자금 출처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A씨의 사연을 들은 조사담당 공무원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조사를 종결했다. 취득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그 출처는 바로 A씨가 이혼하면서 전남편으로부터 받은 이혼 위자료와 재산 분할 대가였던 것이다.

고령의 B씨에게는 아파트 1채와 토지 1필지가 있었다. B씨는 토지를 매도한 후 그 자금으로 부인과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토지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약 1억5000만 원이나 된다는 것을 알고 이를 회피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토지를 양도한 후 토지 매도대금을 현금화해 따로 보관하고 아파트는 이혼하면서 부인에게 줬다. 과세당국은 B씨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자 보유 재산을 찾으려 했으나, 토지 매도대금은 어디로 갔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는 이미 이혼과 동시에 부인의 소유가 된 상태였다.

따라서 사실상 과세당국이 압류할 수 있는 B씨의 재산은 없었다. 그러자 과세당국은 이들이 실제 이혼했는지에 대해 정밀 조사에 들어가게 됐고, 그 결과 위장이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모든 것이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양도소득세 전액을 국고로 환수했다.

사업가 C씨는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부인 명의의 계좌에 넣어 두고 관리하면서 부인 명의로 아파트 1채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소득이 없었던 부인을 대상으로 과세당국이 자금출처 조사를 하게 됐다. C씨는 아파트의 경우 본인의 자금으로 취득한 것이 명백해 이에 대한 증여세를 내는 것을 수긍했으나, C씨 계좌에서 부인 계좌로 이체된 자금에 대해서는 애초에 증여 의사도 없었고 생활비 등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출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증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부인 계좌에 남편 돈이 이체됐으므로 이는 명백한 증여라고 반박했다. 배우자 간 자금이체라는 하나의 사실을 두고 이것이 ‘증여’인지, ‘차명계좌’인지, ‘자금을 대신 관리’하는 것인지, ‘공동생활비’인지 등에 대해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 늘 논쟁이 붙고 있다. 최근에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대법원 파기환송 사례가 있다.

부부 사이에서 일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돼 상대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에는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경험칙에 비추어 해당 예금이 상대 배우자에게 증여됐다는 과세요건사실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 과세관청이 과세요건 사실에 관한 증명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현행 민법상으로는 배우자 간 재산 분할은 이혼의 경우에만 가능하며 사별인 경우에는 배우자 몫의 상속분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혼인 중에 배우자 간에 일어나는 재산 이전이다.

미국 연방세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상대 배우자에게 재산을 상속이나 증여하는 경우에는 한도 제한 없이 상속세나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민법이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사별이나 혼인 중인 배우자 간의 재산 이전에 대해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재산을 취득하면서 그 소유 명의를 상대 배우자로 하고자 하는 경우나 상속을 고려할 때에는 사전에 세무상 위험이나 절세 방안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유상학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