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美, 친부모 상속 못 받는 양자
미국은 상속 문제에 있어서 장자와 차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다만 양자 문제가 골칫거리다.
대부분 주에서는 양자를 친부모의 자녀가 아닌 양부모의 자녀로 취급해 친부모 측으로부터는
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별도의 유언이 없는 경우 자녀들 간의 상속분은 동등한 것으로 취급한다. 장자와 차자를 차별하거나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주법은 발견되지 않는다.

미국 통일상속법(UPC)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자녀의 상속분은 우선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두고 있고 그 밖의 다른 자녀(피상속인의 의붓자식)는 없는 경우에는 자녀는 상속을 받지 못하고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다.

피상속인에게 생존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있고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자녀가 아닌 자녀(피상속인의 의붓자식)를 가진 경우는 생존 배우자가 상속재산으로부터 먼저 15만 달러를 상속받은 후 잔여 재산의 2분의 1을 상속받는다. 나머지 2분의 1은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받는다.

피상속인이 생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자녀를 남긴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가 상속재산으로부터 먼저 10만 달러를 상속받은 후 잔여 재산의 2분의 1을 상속받는다. 나머지 2분의 1은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받는다.

양자, 친부모 아닌 양부모 자녀로 취급
문제는 양자의 경우다. 상속에 관한 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양자를 친부모의 자녀가 아닌 양부모의 자녀로 취급한다. 따라서 친부모 측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양부모 측과의 관계만 남게 된다. 양자는 친부모 측으로부터는 상속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친부모의 배우자에 의해 입양된 경우, 예컨대 어머니가 재혼한 후 계부로부터 입양된 자녀는 입양에 의해 어머니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상속 관계도 유지된다. 이 경우 어머니도 자녀로부터 상속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UPC에 의하면 이 경우 그 자녀는 친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을 권리도 그대로 보유한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친어머니가 친아버지의 사망 이후에 재혼한 경우에만 양자가 친아버지의 혈족으로부터 상속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있다.

다만 친아버지가 공개적으로 그 자녀를 자신의 상속인으로 취급했거나 그 자녀에 대한 부양을 거절하지 않았던 경우에만 그 자녀로부터 상속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뿐 아니라 성년자도 입양될 수 있다. 성년자를 입양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그 양자에게 상속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양자가 친조부모로부터는 상속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이에 관한 중요한 판결이 도넬리의 유산(In re Estate of Donnelly, 1972년)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부부인 존 도넬리(John Donnelly)와 릴리 도넬리(Lily Donnelly)에게는 캐슬린(Kathleen)이라는 딸과 존 주니어(John Jr.)라는 아들이 있었다. 존 주니어는 페이스 루이스(Faith Louise)와 혼인해 1945년 10월에 진(Jean)이라는 딸을 낳았다. 그런데 존 주니어는 진이 태어난 지 1년도 되기 전인 1946년 7월에 사망했다.

아내였던 페이스는 1948년 4월에 리처드 한센과 재혼했고, 리처드는 그 해 11월에 페이스의 동의를 얻어 진을 입양했다. 진은 페이스와 리처드의 딸로서 그들과 함께 살았고, 혼인할 때까지 한센이라는 성을 유지했다.

진의 할머니인 릴리는 1964년 10월에 사망하면서 그녀의 모든 재산을 남편인 존 도넬리에게 남겼다. 존 도넬리는 1970년 9월에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겼는데, 그 유언은 이미 사망한 아내 릴리에게 전 재산을 준다는 내용으로서 효력이 없었다. 존 도넬리의 딸인 캐슬린이 상속재산 관리인이 됐고, 상속인을 결정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신청서에서 그녀는 존 도넬리의 딸로서 자신만이 유일한 상속인이고 진은 입양됐기 때문에 상속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진은 존 주니어의 딸이자 존 도넬리의 손녀로서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고, 캐슬린은 존 도넬리의 딸로서 나머지 2분의 1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캐슬린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역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캐슬린은 상고했고, 워싱턴 주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캐슬린이 존 도넬리의 유일한 상속인임을 인정했다. 주요 판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자는 친부모의 상속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의 규정이다. 따라서 양자는 무유언상속법에 따라 친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 그런데 양자가 친부모를 대습해 친조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법률이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끈을 모두 단절시키고 양자를 양부모의 친자처럼 취급함으로써 양자가 ‘신선한 출발(fresh start)’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양법의 기본 정신이자 입법 목적이므로, 친부모뿐 아니라 친조부모와의 관계도 단절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진은 친부인 존 주니어를 대습해 친조부인 존 도넬리의 재산을 상속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해서는, 법령이 양자가 친조부모로부터 상속받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진의 상속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관 4인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특히 반대 의견을 작성했던 홀(Hale)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만약 이 사건에서 캐슬린이 존재하지 않고 진이 존 도넬리의 생존한 유일한 직계비속이었다면, 존 도넬리의 모든 재산은 주에 귀속된다. 그러나 그와 같이 상속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입법자가 의도한 바도 아닐 것이고 진에게 ‘신선한 출발’의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일반적인 입양이 아닌, 어머니의 배우자에 의한 입양이었으므로, 만약 이 사건 당시 워싱턴 주가 UPC를 채택했었더라면 판결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