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Tax]상속 분쟁의 끝은 공멸
부모의 재산이나 직업이 자식세대의 부와 명예를 결정짓는 ‘상속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부의 대물림 뒤에 이어지는 자녀 간 상속재산 다툼은 그토록 원하던 행복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디에선가 ‘야망의 시대는 가고 상속의 시대가 왔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이와 반대되는 속담이 ‘개천에서 용 난다’는 정도일 것이나, 요즘 이 속담은 시대에 걸맞지 않다고들 한다. 이는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자수성가하기가 과거에 비해 더욱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다. 물론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요즘은 ‘금수저’, ‘흙수저’ 등 수저등급론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재산이나 직업 등으로 인한 부의 대물림을 자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재산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들 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의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부모의 유언이나 생전에 내비친 뜻에 따르거나 자녀들 간 합의에 따라 큰 소음 없이 원만하게 상속재산이 분배됐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상속인인 자녀들 간에 상속으로 인한 다툼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 단적인 예가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건수의 증가다. 또한 예전에는 남편이 남긴 재산에 대해서 자식들에게 상속재산이 많이 분배될 수 있도록 어머니들이 양보하는 추세였지만 요즘은 고령화가 일반화되고 자녀로부터 예전과 같은 효와 부양을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어머니들도 자기 몫의 상속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자녀들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상속재산 다툼
이제는 상속재산 분배가 조금이라도 형평에 맞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서로 다투는 것이 기본이 된 듯하다. 상속재산의 규모와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속재산에 대한 다툼이 상속세와 증여세 측면에서 어떠한 손해를 발생시키는지에 대해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알면 상속인들 간의 원만한 상속재산 분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속세에서는 상속재산의 존재에 대한 과세당국의 포착 여부와 재산 평가 방법이 핵심이다. 상속인들 간이 상속재산을 두고 다툼을 벌이게 되면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된다. 그에 따른 변호사 수수료와 심적인 고통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상속재산과 증여재산이 고스란히 노출돼 과세당국은 손쉽게 상속세 및 증여세를 추징할 수 있게 되며 재산평가액도 증가해 부담세액이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A씨는 부친이 사망하기 20년 전에 부친으로부터 당시 개별공시지가로 10억 원인 갑 토지를 증여 받고 약 2억 원의 증여세를 신고 납부했다. 증여 받은 지 15년 후에 갑 토지 일대의 주변 지역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갑 토지의 시세가 급등했다. 그로부터 5년 뒤에 부친이 사망했고, 남긴 상속재산은 얼마 되지 않았다. A씨는, 갑 토지는 오래전에 증여받은 것이었으므로 상속재산으로 여기지도 않았는데 A씨의 동생 셋은 생각이 달랐다. 부친 사망 당시 갑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로 100억 원대에 달했던 것이다. 이에 동생들은 A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이를 인정받아 갑 토지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상속세라는 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과세당국에서는 법원으로부터 유류분반환청구 건에 대한 판결 자료를 수집하고 갑 토지 중 반환된 유류분에 대해 당초 증여는 없던 것으로 하는 대신 이를 상속재산으로 보아 상속 개시 당시 기준으로 평가해 상속세 약 15억 원이 추징됐다. 그리고 A씨는 20년 전에 신고 납부한 증여세 2억 원 중 1억 원을 환급 청구했으나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돼 환급할 수 없다는 과세당국의 답변만 돌아왔다.

또 다른 예로는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해 자녀들 간에 협의분할이 잘 끝난 경우에도 그 이후에 특정상속인이 상속 받은 재산의 가치가 급등하게 되면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에 대한 재분배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벌어들인 소득 중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일부의 자금으로 친분 있는 지인의 명의로 주식과 부동산을 취득, 관리해 오면서 그 사실을 장남 C씨에게만 알려줬다. 이후 B씨가 사망한 뒤에 차명재산을 제외한 상속재산은 상속인들 간에 협의분할로 분배됐고, 차명재산은 드러나지 않은 채 과세당국도 이를 포착하지 못해 상속세 과세를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장남 C씨가 부친의 지인들로부터 차명재산을 되찾아 오는 과정에 분쟁이 발생함으로써 C씨의 동생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동생들은 형인 C씨에게 차명재산도 부친의 상속재산이므로 골고루 나누자고 주장했으나, C씨가 이를 거부해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고 과세당국에서 이를 포착해 거액의 상속세가 추징됐다.

심지어 상속세 신고를 담당한 세무대리인이나 상속세 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상대방 형제가 부모로부터 생전에 증여 받은 재산이나 부모의 차명재산을 적극적으로 찾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증여재산과 상속재산이 드러나게 되고 상속세와 증여세 추징액이 크게 증가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부모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재산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자녀의 자립심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의 증여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며 유언장 작성 시에도 유류분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상속인인 자녀들은 대리인 비용이나 세금 등 외부로의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상속 분쟁까지는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는 현행 민법 규정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가 성숙돼야 하고, 물려주는 유산 총액이 아니라 각자 물려받는 유산액을 기준으로 한 상속인별 과세 체계로 정비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유상학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 /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