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변호사의 ‘현장 속에서’

[Money Talk]피상속인이 알아야 할 6가지
상속에 대한 준비는 미래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출발한다. 믿기 어렵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자.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상속인이 결심하지 않으면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업무상 상속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러한 분들과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필자가 이분들에 비해 무엇을 더 많이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상속 법리에 대해서는 필자가 조금 더 많이 알고 있겠지만, 그것 외에는 이러한 분들의 경험 자산을 따라가기 어렵다. 좋은 경험도 쓰라린 경험도 그분들이 훨씬 더 많이 했을 것이다. 인생에 대해서는 필자보다 훨씬 더 많이 아는 분들이다. 필자가 이런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매우 한정적이다. 따라서 주제 넘는 말씀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항상 주의를 기울인다.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속의 깊은 의미나 인생에 대한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상속을 많이 접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를 몇 가지 적은 것이다.

피상속인 결심 없인 아무것도 못해
첫째, 물려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상속은 어쨌든 재산을 물려줄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의 일이다. 다시 말해서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는 피상속인의 재산이고 피상속인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부모가 물려줄 재산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도 꽤 있는데, 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돈으로 바꾼 다음, 마당에 그 돈을 쌓아 놓고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질러도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 할 일은 아버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피상속인이 결심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상담을 통해 접한 여러 가정은 부모와 자식의 생각에 미세한 차이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무언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식이 아무리 합리적인 생각을 하더라도, 피상속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둘째, (상속을) 준비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세상에 완벽한 일은 없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준비해 두면 남은 사람의 고통이 그만큼 줄어든다. 자식들에게 어떻게 재산을 나눠주어야 하나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나누는 것은 더 고려하지 않더라도, 어느 것이 자신의 재산이고 어떤 빚이 있는지 자료만이라도 명확하게 남겨 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셋째, 믿기 어렵기 때문에 준비하려 한다는 점을 인정하자. 상속에 대해 상담을 한다는 것은 어떤 내용이든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대부분 자녀들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상속을 준비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예를 들어 변호사)에게 집안의 부끄러운 점을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 말하기가 꺼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부끄러운 점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전문가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합리적인 것인가, 그리고 실현 가능한 것인가만 물어보면 되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넷째,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게 하는 상속은 매우 어렵다. 상속에 대한 준비를 통해 모든 자식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필연적으로 비합리적인 면이 있으므로 아무리 잘 배려해도 불만을 갖는 자식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자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 아버지가 정리해 놓은 결과가 불만스럽지만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준비를 잘한 결과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섯째, 너무 많은 것을 목표로 하지 마라. 상속 준비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상속세 부담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줄이고, 자식들이 싸우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더 나아가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자식들이 부모를 기리며 화목하게 살아갈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희망하는 것은 상관이 없으나,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무리를 범하면 안 된다.

일반론으로 말하자면, 자식들이 앞으로도 남남으로 살지 않고 항상 어울리며 화목하게 살아가라는 뜻에서 주요 재산을 지분으로 나누어 갖게 하는 것은 정반대의 결과를 얻기가 쉽다. 실제 사건들을 보면 이와 같이 해 두면 대부분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여섯째, 전문가들의 고충도 이해하자. 상속에 대해 조언하는 전문가도 주어진 정보를 기초로 해 최대한 합리적인 조언을 하는 것이지 장래의 일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들이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상속 법리에 관해서도 비교적 예외적 분야로 취급돼 왔던 터라 완벽한 선례를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득이 가장 합리적인 결론에 따르되 어느 정도는 여유를 둔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아울러 지금 어떤 조치를 취해 놓더라도 사정은 계속 변하는 것이므로, 대략 5년에 한 번 정도는 재검토해 다시 계획을 짜야 한다. 이와 같이 계속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조언에 대해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상담자가 있었는데, 계획을 재조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산다는 이야기이니 오히려 더 다행이라고 생각할 일이다.

실제로 상담을 통해 무언가 조치를 해 두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망설이기만 하고 결국 아무것도 해 놓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그러나 비록 그렇더라도 정말로 혼자만 생각해보고 마는 경우보다는 훨씬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피상속인이 냉철한 판단을 한다면 상속 분쟁의 징후는 대개 미리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징후는 피상속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며 망설이기만 하다가 때를 놓치고 있다. 피상속인 자신의 건강이 상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임채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