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148호 (2017년 09월)

유언 형식, 실질적으로 일치하면 유효



[한경 머니 기고=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유언장과 관련해 법적으로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언에 다소 하자가 있더라도 실질적 형식에서 일치할 경우 유언 자체의 효력은 인정하고 있다.

유언장은 법정 형식 요건과 엄격하게 일치해야 하고 유언장 작성에 관한 어떠한 실수도 유언을 무효로 만든다는 것이 전통적인 법칙이었다.

그러나 유언장 작성에 관한 법정 형식 요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그것을 이유로 유언을 무효로 만들기보다는 그것을 ‘무해한 실수(harmless error)’로 보아 하자의 치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어떠한 형식상 실수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형식 요건을 충족했다고 본다는 의미에서 이것을 ‘무해한 하자의 법리(Harmless Error Rul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형식적 하자의 치유에 관한 대표적 이론이 ‘실질적 일치의 법리(Doctrine of Substantial Compliance)’와 ‘하자치유권(Dispensing Power)’이다.

이 중에서 우선 실질적 일치의 법리에 관해 알아본다. 유언검인법원(Probate Court)은 어떤 유언장이 설사 법령이 정하는 형식 요건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충족시키지는 못했을지라도 법령이 요구하는 형식과 실질적으로 일치한다면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을 실질적 일치의 법리라고 부른다.

이것은 원래 보통법(common law)의 원칙인데, 이 이론을 유언의 형식 요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설계한 사람은 존 H. 랑바인(John H. Langbein) 교수다. 그는 1975년에 ‘유언법 규정과 실질적으로 일치(Substantial Compliance with the Wills Act)’라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특히 인증 요건의 흠결에 관해 실질적 일치의 법리를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법리는 어떤 법정 형식 요건에 변화를 주지 않고도 법원에 의해 채택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입법자의 승인 없이 법원이 신속하게 그 법리를 적용하기를 주저할 위험도 상존한다.

이 법리는 모든 유언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조력 없이 작성된 유언장이 유언법령에서 요구하는 형식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이 법리는 유언자가 손수 만든 유언장(homemade wills)에 적용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이 법리로 인해 전문가의 조력 없이 유언자가 손수 유언장을 작성할 가능성이 높아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다.

이러한 법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정도로 유언검인 절차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러한 법리에 의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증인 서명 다른 곳에 한 유언장의 효력

실질적 일치 이론을 명시적으로 채택한 대표적인 판결이 래니의 유언사건(In re Will of Ranney, 뉴저지 대법원, 1991년)이다. 이 사건은 증인이 유언장이 아닌 선서진술서(affidavits)에만 서명을 한 경우에 이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피상속인인 러셀 래니(Russell Ranney)의 유언을 위해 두 사람이 증인이 됐는데, 그들은 유언장 그 자체에는 서명을 하지 않고 유언장에 첨부된 선서진술서에만 서명을 했다.

그런데 러셀이 사망하자 그의 아내인 베티(Betty)는 유언에 따른 상속분이 아닌 무유언상속분을 갖기로 결심하고, 그 유언은 유언장 자체에 증인들의 서명이 없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베티의 유일한 이의 사유는 그 유언장이 뉴저지주법에 따른 형식 요건의 문언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뉴저지주 먼마우스 카운티의 유언검인판사는 그 유언장에 대한 검인을 명했다. 베티가 이러한 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뉴저지주 1심법원은 유언검인판사의 명령을 번복해 그 유언장은 뉴저지주법이 요구하는 두 증인의 서명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유언검인을 거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뉴저지주 항소법원은 “선서진술서는 유언장의 일부이므로 증인들은 법이 요구하는 대로 유언장에 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1심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유언장 작성과 관련한 쟁점들(러셀이 이 문서를 자신의 유언장으로 삼기 위해 작성했는지, 증인들이 러셀로부터 증인이 돼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에 응해서 선서진술서에 서명한 것인지, 그 증인들이 러셀의 서명 또는 인정을 목격했는지 여부)에 대한 청문(plenary hearing)을 위해 사건을 환송시켰다.

이에 대해 뉴저지주 대법원은 비록 선서진술서에 행한 서명이 유언장에 행한 서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본 항소법원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유언장이 법정 요건과 ‘실질적으로 일치’한다면 유언검인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항소법원의 판결을 확정하고 ‘실질적 일치’ 여부를 조사토록 하기 위해 사건을 1심법원으로 환송시켰다.

뉴저지주 대법원은 “1심법원이 엄격한 방식으로 청문을 행한 후에 그 유언장의 작성이 법정 요건과 ‘실질적으로 일치’한다고 판단한다면, 1심법원은 그 유언장의 검인을 허용한 유언검인판사의 결정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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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9-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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