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150호 (2017년 11월)

대기업 편법 증여 정조준, 절세 플랜 시급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국세청이 대기업 및 대자산가의 탈세 및 편법 증여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과세 강화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과연 과세당국의 칼끝은 어디를 정조준하게 될까.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주요 기업들의 편법 증여 사례를 통해 향후 과세에 대해 전망해봤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후보 당시 핵심 공약이었던 ‘조세정의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 적폐 청산 중 하나로 재벌 개혁을 꼽고 있는 만큼, 재벌의 불법 경영 승계 및 부당 특혜 근절, 문어발식 확장 방지, 전면적인 지배구조 혁신, 주주권 강화 등을 약속했다. 공약 이행 움직임도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8월 17일 대기업·대재산가 변칙 상속·증여 검증 TF를 내년 2월 말까지 6개월간 운영하며 자녀 출자법인을 부당 지원하거나 변칙적 일감 몰아주기 등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TF는 대기업의 기업 자금 불법 유출,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국외 소득 이전, 계열 공익법인과 관련된 변칙 거래, 협력업체와 관련된 불공정행위의 탈세 관련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그야말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편법 증여 논란이 끊임없이 점화됐기 때문이다. 그중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들의 대표적인 편법 증여 유형으로 꼽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취임 이후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동일한 그룹 내 특정 계열사가 또 다른 계열사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해 해당 회사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차원에서 오너 일가를 위한 부의 대물림을 위해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준 후 외형을 키워 대주주에게 배당 등의 형태로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총수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매출이 12% 이상이거나 200억 원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친족 기업이라도 신고를 누락하거나 아예 독립경영 요건을 충족시켜 ‘친족분리’ 과정을 거쳐 계열사 자격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특히 1999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최근 1년간 회사별 매출입 상호의존도 50%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빠지면서 친족분리 문턱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지게 됐다.

즉, 친족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가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생긴 셈인데 이 같은 법의 테두리에서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증여 정황은 수없이 포착됐다. GS, 부영, 한화,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해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재계 서열 6위인 GS그룹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수차례 지적을 받아 왔다.

공정위가 지난 6월 공개한 ‘201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기업은 총 28곳으로, 이 중 GS그룹이 14곳을 차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GS그룹의 계열사 의존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3년 31.25%, 2014년 32.06%, 2015년 32.19%로 해마다 내부거래 규모가 증가했다. 이 중 GS칼텍스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가 정유 4사 중 가장 압도적인 38%의 증가율을 보였다.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6734억1000만 원 수준으로, 2015년 4868억4100만 원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GS그룹의 의혹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19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GS칼텍스와 GS아이티엠의 내부거래 규모가 매년 200억 원이 넘는다고 꼬집었다. GS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는 GS아이티엠은 GS그룹의 시스템 통합 회사다. 전체 매출의 78%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GS그룹의 오너 일가 17명이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열 GS칼텍스 사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필수불가결한 부분을 제외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겠다”며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양상이다.


















10대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금액·비중 일제 상승
  
부영그룹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질타를 받아 왔다. 부영그룹은 ‘201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에서 7곳의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율 대상에 포함돼 GS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1983년 설립된 부영은 올해 재계 15위까지 오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성장의 이면에는 위장 계열사를 통한 총수의 사익 편취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재계는 부영처럼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신세계와 하림,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짙은 현대자동차와 한화 등이 공정위 사정권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들이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활발한 셈이다. 공정위가 9월 21일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기업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1.4%였다.

지분율이 50% 이상이면 18.4%, 100%면 66.0%까지 증가했다. 이는 총수 2세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부의 이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9.4%였으나 50% 이상인 곳은 14.7%였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3년간 7.6%, 9.0%, 9.4%로 올랐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등 자산규모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전년보다 일제히 높아졌다. 내부거래 금액은 현대차(30조3000억 원)가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SK(29조4000억 원), 삼성(21조1000억 원) 순이었으며, 내부거래 비중은 SK(23.3%), 포스코(19.0%), 현대차(17.8%) 순이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특히 총수 2세 지분이 많은 회사일수록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당 내부거래와 사익 편취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칼 빼든 과세당국…촘촘한 절세 플랜 중요   
정부가 대기업의 편법 증여에 대해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자산가들도 관련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상속·증여세 강화, 가업승계 조건이 더욱 까다롭게 되는 건 아닌지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10월 13일 세종청사에서 실시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보고에서 “대기업, 대재산가의 변칙적인 탈세에 대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며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탈세 제보 등을 활용해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와 부동산 거래 과정의 양도소득세 탈루 및 변칙 증여 행위에 대해 정밀 검증 계획을 밝혔다. 또한 국세청은 또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과세하고, 이전가격 조작 및 사업구조 재편 등 공격적 조세회피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과세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관련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행보에 대해  ‘쓰나미급 증세 태풍’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는 않았다.

민경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업의 편법 증여에 대한 관세당국의 조사는 과거에도 진행돼 왔다”며 “다만 이번 정부에서 그 세무조사를 좀 더 심도 있게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예전에는 기업들이 명백한 탈세를 통해서 부를 이전해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FIU의 금융정보, 탈세 제보 등을 면밀히 보기 때문에 불법 증여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최대한 법의 테두리 망에서 상속·증여 절세 플랜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최소 5년 내지 10년 이상 준비, 주식평가·사전증여·가업승계 지원 세제 등의 조합을 통한 플랜을 마련해 지속적인 주식 가치평가 및 미래 주식 가치의 추정을 위한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세금 납부 및 지분 이전 등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준비, 상속인 간의 분쟁 최소화를 위한 배분 방식 및 규모 사전 협의, 가업승계 지원 제도 모니터링 및 전문가 조언을 통한 꼼꼼한 대비가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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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11-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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