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명화 속 '사랑과 성'의 비밀 소개

[BOOK]성 전문가의 색다른 그림 이야기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국내에서 손꼽히는 성 전문가인 배정원 박사는 신작 저서 <섹스 인 아트>에 대해 “그림을 글로 그렸다”는 표현을 썼다.

현란한 색채와 형상을 가진 그림들 속에 숨어 있는 격정적인 성(性)과 사랑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도 ‘그림 같은 글’의 색다른 매력 때문이다.

<섹스 인 아트>(336쪽, 1만8000원, 한언)는 색다른 그림 이야기다. ‘성 전문가가 풀어내는 그림 속 비밀스러운 성 이야기’라니. 책장을 넘겨보기도 전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지경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배정원 박사는 성 전문가이자 보건학 박사, 애정생활코치로서 한경 머니를 비롯해 다수의 언론 매체에 성 칼럼을 써 오고 있다. 또 제주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관장,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대한성학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로서 세종대 겸임교수,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초빙교수 등을 맡고 있다.

성학과 그림의 조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탄생, 살아가면서 거치게 되는 사랑, 섹스, 이별, 질투, 배신, 출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 모두가 바로 성(sex)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도판을 펼쳐 놓고 윤곽을 따라가며 데생을 하듯이 편안하게 그림을 읽어준다. 그림 속 모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상기시켜주고, 은밀하게 감춰 놓은 작가들의 속마음과 ‘사랑과 성의 이야기’를 특유의 맛깔스러운 문체로 풀어낸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첫째 파트 ‘빛’에서는 뜨거운 사랑의 비밀을, 둘째 파트 ‘그림자’에서는 사랑과 성의 어두운 이면을, 셋째 파트 ‘사랑, 그리고’에서는 꼭꼭 숨겨 놓은 성의 속살을 보여준다.

다소 민망한 단어로 들릴 수 있는 키스, 애무, 불륜, 동성애, 근친상간, 최음제, 자위 등의 주제들이 그림과 함께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경험은 신기할 정도다.

14세기 프랑스 궁정 화가 프랑수아 부셰의 그림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에서는 ‘사랑이 시작되면 키스가 찾아온다. 사랑이 사라지면 키스도 사라진다’라며 섹스와 키스에 대한 뜨거운 담론을 들려준다.

19세기 네덜란드 화가 아리 셰퍼의 그림 <단테와 비르질리우스 앞에 나타난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와 파올로 말라테스타의 영혼>에서는 정략결혼의 희생양이었던 프란체스카와 남편의 동생인 파올라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10년 전 호주 시드니 주립미술관에서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한 죄로 처참한 죽음을 당한 주인공들의 나신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림 속 성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 저자의 귀띔이다.

이외에도 아름답게 얽혀 있는 두 여자의 나체로 동성애를 표현한 <잠>(귀스타브 쿠르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무미건조해진 연인들의 사랑을 옮겨 놓은 <호텔방>(루치안 프로이트), 영혼의 조우가 없는 섹스의 비극을 담은 <롤라>(앙리 제르벡스) 등 29개의 색다른 그림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책 말미에 고해성사 같은 고백을 남긴다. “몸과 마음을 가진 성적인 존재인 개인이 또 다른 개인들을 만나 관계를 맺어 가는 이야기가 모두 성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명화들을 통해 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체득했는지도 모른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