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혜민 라미화장품 온라인TF팀 팀장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 마켓이 화장품의 주요 유통 경로로 확장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탄탄한 제품력을 앞세워 젊은 고객층에 승부수를 건 화장품 기업들의 성장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올해로 창사 41년을 맞이한 라미화장품도 그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의 과감한 마케팅이 화제다. 김혜민 온라인TF팀 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귀할멈 빗자루·빨강앰플로 온라인 유통망을 뒤흔들다
라미화장품은 한마디로 사연 많은 회사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이었다. 그러나 쇠락의 길을 걸었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갔다. 대반전은 지난 2013년 일어났다. 박혜린 회장이 라미화장품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국내 시장에서 라미화장품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코리안 뷰티’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 회장은 라미화장품을 인수한 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사람에게서 찾았다. 기존 직원들이 과거의 경험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신입 영재’ 발굴이었다. 그 1호가 바로 김혜민(23) 온라인TF팀 팀장이다.

그의 프로필은 간단했다. 필리핀 라쌀대(La Salle University)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스펙은 없었다. 따라서 그와 인터뷰를 나누기 전 적잖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졸업 후 입사 1년 6개월 동안 내놓은 신제품의 연이은 성공은 박 회장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김 팀장의 첫 번째 공은 라미화장품이 자칫 놓칠 수 있었던 SNS 등 온라인 유통망을 개척해 1030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가 올해 3월과 4월에 론칭한 헤어오일 제품인 마귀할멈 빗자루와 토털 피부 보습 제품인 빨강앰플은 출시 직후 지속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올 하반기 350%, 내년에는 5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에는 신제품 붕대 비비·썬크림을 출시하며 또다시 라미화장품의 새 역사를 쓰고자 하는 당찬 20대 팀장의 반짝이는 제품 개발 노하우와 포부를 들어봤다.

‘마귀할멈 빗자루’, ‘빨강앰플’, ‘붕대 비비크림’ 같은 독특한 제품명을 사용한 동기가 궁금하군요.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있잖아요. 저도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피부 트러블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죠. 사실 원래부터 예뻤던 사람들은 뭘 발라도 예쁘잖아요.(웃음) 그러다 문득, 예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단어들을 떠올려봤어요. 마귀할멈처럼 푸석푸석한 머릿결도 저희 제품을 바르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주고 싶었어요.

일종의 공감대 형성이죠. 빨강앰플도 기존에 라미화장품이 보유한 레드 라인에서 좀 더 젊은 감성을 담아 ‘빨강’이라고 바꿨고, 가장 최근에 출시한 붕대 비비크림도 성형외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성형수술 직후 이미지를 생각하면 흔히 붕대를 푸는 모습이 떠오르잖아요. 붕대를 푸는 순간 예뻐진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처럼 저희 비비크림만으로도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첫째도, 둘째도 역시 품질이죠. 물론 가격과 마케팅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정보력도 뛰어나고 꼼꼼하게 구매 결정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저렴하고, 독특한 마케팅을 펼친다고 해도 제품 성분이나 질이 좋지 않으면 바로 외면해 버리죠.

어쩌면 제가 마음껏 제품 개발을 한 동력도 라미화장품이 가진 역사와 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많은 제품들을 소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하고, 어떤 가격대가 합리적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1030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어떤 마케팅을 펼쳤나요.
“각종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했어요. 이는 비단 저희 회사만의 트렌드는 아니죠. 거대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지닌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진입장벽이 낮은 온라인 소통 공간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마귀할멈 빗자루·빨강앰플로 온라인 유통망을 뒤흔들다
그동안은 주로 톡톡 튀는 텍스트 위주의 온라인 마케팅을 했다면 앞으로는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서 온라인 홍보 채널을 늘릴 예정입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중국은 이미 라미화장품 중국 공식 블로그 및 타오바오에 마귀할멈 제품들을 판매 중이고, 웨이보를 통해 리뷰 작성을 진행하면서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또한 각종 해외 전시회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해외 바이어들에게 홍보 중입니다.”

상당히 젊은 팀장이신데 입사 과정이 어땠나요.
“제가 좀 어리죠(웃음). 제가 라미화장품 역대 최연소 입사자, 최연소 팀장직 역임이 사실이지만 제 스스로 엄청난 스펙을 지녔거나 특별한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어린 시절부터 일종의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서 다이어트도 하고, 민감한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다 보니 화장품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죠.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부터 화장품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것저것 다 써보고 테스트해보곤 했어요.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에 대학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한국 대학에 가더라도 주입식 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부모님께 유학을 상의 드렸고, 필리핀의 라쌀대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게 됐어요.

학교 규정상, 졸업 요건에 6개월 이상 인턴 경험이 필요해서 필리핀 내 한국화장품 회사에서 인턴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라미화장품 채용 과정을 접했죠. 화장품업계에서 일하는 게 꿈이던 제겐 좋은 기회였고, 지난해 5월에 무역부로 발령받아 현재까지 미국, 중국, 홍콩 등 10여 개국 이상 출장을 다니면서 글로벌 시장을 배우고 있어요. 이후 박 회장님이 회사에서 가장 어린 제게 온라인TF팀 팀장을 한번 맡아보라고 제안하셨어요.”

한국 기업 특성상 최연소 팀장으로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솔직히 처음에는 적잖이 부담이 됐어요. 과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됐고, 무엇보다 아직은 사회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 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도 많죠.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고 상의하기’예요. 회사 생활이 한 부서가 잘해서만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보완해야 좋은 제품이 완성될 수 있어요. 따라서 저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부터 제품 연구, 가격 결정, 유통 라인 등 모든 방면에서 각 부서장님이나 사원들에게 꼼꼼히 여쭤보는 편이에요.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저 역시 발전하고, 제 제품에 더 큰 자부심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회사 분들 대부분 제게 아낌없이 조언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하죠.”

최근 국내외 화장품 시장의 상황은 어떤가요.
“우선 국내 화장품 시장은 보습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요. 동안 피부와 깨끗한 피부를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기초 보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과거와 달리 고가의 해외 유명 명품 화장품을 선호하기보다 똑똑한 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지닌 일명 ‘저렴이’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 유통망으로 온라인 시장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트렌드고요. 저희는 그 타깃에 맞춰 라미가 지닌 제품 경쟁력에 톡톡 튀는 SNS 마케팅으로 신제품들을 론칭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은 중국의 경우, 한국인 특유의 하얗고 투명한 화장법을 따라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은 반면, 미국, 유럽 등은 하얀 피부보다 본인의 피부 톤을 최대한 살린 브라이트닝 화장 트렌드가 강세입니다. 각 나라별로 시장 니즈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때론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접할 텐데요.
“간혹 그런 경우가 있긴 하죠. 댓글이나 전화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요, 초기엔 제가 직접 다 응대해드렸어요. 가령, 화장품이라는 게 한번만 써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고객들에게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알려드리고, 정확한 사용법을 일일이 설명해드렸죠. 물론, 지금은 저와 팀원들만으로는 수가 부족해서 외부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지만 꾸준히 소비자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보완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포부나 꿈이 있다면요.
“그동안 저희 상품들이 대부분 방문판매나 온라인을 통해 판매됐는데요, 9월부터 왓슨스 등 대형 오프라인 판매처에도 납품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저희 상품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더 많은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단기적인 포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미래에 라미화장품의 한 제품 라인이 아니라 ‘마귀할멈’, ‘빨강앰플’ 등 제 제품의 이름을 건 고유 브랜드로도 확장해보고 싶어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꼭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화장품이 곧 제 인생이니까요.”

글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