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자들에게
[한경 머니 기고 =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남자들도 폐경기처럼 갱년기의 증상들이 찾아온다. 갱년기를 겪는 남자들은 외롭다.

서글프고 왜소한 느낌이 들어 더욱 우울해지고, 그것이 성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악순환이 된다.

얼마 전에 지인들과 ‘따뜻한 위안의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한 이들은 50대 주변의 중년 부부들이었는데, 잘 조리된 음식과 와인은 곧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초대된 지인들은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제가 어느새 나이든 남자들의 감성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선지 자꾸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아휴, 저도 그렇습니다. 전 또 왜 그리 눈물이 많아졌는지….”
한 남자가 그런 이야길 하자 곧이어 그의 부인이 깔깔거리며, “맞아요. 같이 영화를 보면 전 멀쩡한데 이이는 어느새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있더라고요”라며 맞장구를 친다.

“그뿐 아니라 심장도 갑자기 벌렁벌렁 뛰기도 하고,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열이 확 오르기도 해요”라고 다른 남자가 말하자, “아휴, 우리랑 똑같네. 그거 폐경기 증상이에요”라며 한 여자가 받는다. “남자가 무슨 폐경기냐”고 하니 “남자를 좀 불쌍히 여겨달라”며 맞받아쳐 이내 모임은 웃음이 넘쳤다.

사실 폐경기는 아닐지라도 남자에게도 갱년기 증상이 찾아온다. 폐경기를 모든 여자들이 심하게 겪는 것이 아니듯이 남자도 모두 갱년기에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남자나 여자의 생리는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 갱년기를 겪는 남자들의 외로움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거의 안 나오게 되는 여자와는 좀 달리 남자들은 40세가 넘어가면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매년 1~3%씩 감소한다.

이렇게 감소하는 남성호르몬은 남자의 노화와 맞물려 육체적, 정서적으로 불편함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남자에게 성적 노화현상은 발기가 전 같지 않고 성기의 민감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기에 시간이 더 걸리고, 과거에 비해 강직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또한 고환도 작아지고, 덜 단단해진다(과음을 계속하면 속도는 더 빨라진다). 게다가 남자의 삽입 시 윤활을 돕는 쿠퍼샘의 분비액이 줄어든다. 물론 이 윤활액이 줄어든다고 남자의 수행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어쨌든 남자의 자신감을 위축시킨다.

또 남자는 40대가 넘어가면서 정액의 양이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 사정액의 이 같은 감소는 사정 횟수가 줄어들고, 사정 시 ‘폭발적인’ 쾌감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주는데, 사정과 사정 사이의 불응기도 점점 길어진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는 근육량의 감소와 근력이 줄어들며, 골밀도도 낮아지고, 기분이 저조해지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갱년기를 겪는 남자들은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성적 기능의 감퇴는 남자의 자신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정서적, 사회적으로도 50대 이후의 남자들은 그전처럼 밖으로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집밥이 맛있다며 퇴근을 앞당기게 되고, 청소나 빨래 등 집안 살림에 참견하는 것으로 아내와 갈등을 빚게 되며, 아내에게 더 의존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은 여자와 달리 새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남자들의 친구는 직장동료인 경우가 많아 퇴직이라도 하게 되면 전처럼 자주 만나지도 않는다. 또 여자들보다 평균수명이 짧은 남자들은 그 소수의 친구들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돼 더욱 우울함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대개의 나이든 남자들은 점점 밖으로 외출하기보다 집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 반면 여자는 더 대담해지고, 활달해져서 나이가 들수록 교제 범위도 넓어지고, 외출이 잦아지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의 위치도 나이든 남자는 새삼 자식과 아내의 오래되고, 단단히 결속된 관계에 끼어들기가 어려워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그래서 갱년기를 겪는 남자들은 외롭다. 서글프고 왜소한 느낌이 들어 더욱 우울해지고 그것은 성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악순환이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든 남자들은 오르가슴의 쾌감이 좀 줄어드는 대신, 사정의 시간을 조절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것은 천천히 올라오는 아내의 오르가슴과 속도를 맞추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나이든 부부의 섹스는 강한 삽입과 피스톤 운동보다는 점점 친밀감의 표현과 확인에 가까워진다. 어쩌면 그것은 여자에게도 더 만족스런 성감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데, 오랜 애무는 폐경의 영향으로 윤활액이 적어진 여자의 성기능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또 의학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아그라를 포함한 발기부전 치료제와 함께 남성호르몬의 확실한 감소를 확인한다면(피검사로 간단히 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보충요법을 통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보충요법을 하게 되면 근육량도 보강되고, 골밀도도 높아지며, 내장 기능의 감소와 체지방이 증가하게 된다. 무엇보다 뭔가 하고 싶고 성취하고 싶고 섹스도 하고 싶어지는 남성적인 무드가 좋아진다.

게다가 기억력도 개선되고, 성기능이 회복된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으로 잃었던 남성성을 쉽게 되찾을 수 있다. 다만 전립선암 검사를 제때 받으며 체크해야 한다.

등산, 걷기, 수영, 체조 등의 유산소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성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갱년기 이후 건강한 성기능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섹스를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발기부전이 오기 쉽다.

아무래도 발기가 잘 된다는 것은 성 기관 끝의 미세혈관까지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고, 성 기관을 잘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유산소운동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영양가 높고 균형 잡힌 식사, 금연, 절주, 정기적인 건강검진,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노후의 건강한 성기능을 약속한다.

거기에 더해 아내와 자식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려 노력하고,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아내의 모임에 같이 동반하고 사소한 대화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노력이 남자를 갱년기의 우울함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