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우울 대처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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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요즘 불안·우울감으로 힘들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이와 관련해 자주 나오는 궁금증에 대해 정리해본다.

1. 불안과 우울은 병적인 감정인가?

불안과 우울은 그 자체로 병적인 감정이 전혀 아니다. 먼저, 불안은 생존과 연관된 감정 신호다. 위기가 다가온다고 느껴질 때 위기관리 행동을 촉진하기 하기 위해 불안감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시험 불안이다. 시험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는데 시험을 잘 보기는 어렵다. 이를 적정 스트레스 이론이라고 한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뇌 기능이 최대의 효율을 낸다는 것인데, 시험에 대해 적절히 불안이 있어야 성적도 잘 나온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이 불안 자체는 생존과 관련된 소중한 감정 신호지만 불안이 과도할 때는 문제가 된다.

우울감도 마찬가지다. 우울은 무언가 큰 결핍이 있을 때만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우울한 느낌이 찾아올 수 있다. 사람이 가만 있을 때 느껴지는 기본적인 감정이 우울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우리 삶 자체에 본질적으로 우울한 면이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면 언젠가는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우울하고, 더 나아가 늙고 병들고 언젠가는 내가 세상과 이별을 하는 것도 우울하다. 평소에 이성적 사고는 이런 생각을 하지만 속마음은 이런 본질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 것이다.

2. 정상 불안·우울과 과도한 불안·우울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가장 좋은 방법은 우울과 불안감이 내 삶의 여러 기능에 실제적인 저하를 지속적으로 가져오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인 경우, 며칠 정도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공부에 집중을 못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장기간 지속돼 학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의학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안 공포가 심해져 자동차 운전이 힘들어진 경우도 삶의 기능이 떨어진 예다.

3.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는 어떻게 다른가?

유명인들이 불안장애로 고생하거나 잠정 은퇴까지 선언하다 보니 불안장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일단 불안장애가 더 큰 이름이다. 불안장애란 가족 이름 안에 여러 식구들이 있는데 공황장애, 광장공포, 특정공포장애, 사회공포장애, 범불안장애들이다. 그래서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는 구분할 진단명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불안장애 중 하나가 공황장애인 것이다. 공황장애의 특징은 패닉이 찾아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공포와 불안이 엄습하는데 심장이 정신없이 뛰고 숨이 가쁘고 팔, 다리가 저리며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온다.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은 패닉이기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검사를 하면 신체적인 문제는 발견되지 않는다.
불안·우울 대처 가이드
4. 우울장애는 기분이 심하게 우울한 것인가?

우울장애란 용어에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우울한 감정보단 다른 증상들이 주로 나타나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는지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화불량 같은 신체 증상이다. 몸이 아픈데 검사상 특별한 문제가 보이지 않고 불면, 불안, 불면증 같은 스트레스 증상이 함께 있다면 우울증으로 인한 신체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5. 약물치료라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임시방편은 아닌지? 중독되거나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우울 증상이 심할 때 최선의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심리요법을 함께 하는 것이다. 불안·우울이 커지다 보면 부정적인 부분들이 더 크게 보이는데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치료법을 찾다 보면 약물 부작용이 눈에 더 크게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약물로 마음병이 치료될까 하는 효능에 대한 의심도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약물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커져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비해 효과도 효과지만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 부분이 현저히 개선됐으니 두려워 마라. 우울·불안 증상이 불편하다면 전문가와 약물 투여가 필요한지 충분히 상의할 것을 권한다.

6. 병원에 갈 정도가 아닌 다소 불편한 불안·우울 증상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불안·우울의 가장 좋은 대처법은 뇌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뇌는 지치면 불안·우울 정도가 올라간다. 이럴 땐 ‘뇌가 충전할 때가 됐구나’ 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뇌를 다시 에너지 넘치게 충전시킬 수 있을까. 보통 우리는 일을 줄이고 쉬면 된다고 생각하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충전은 뇌를 즐겁게 해줄 때 강력하게 일어나는데, 좋은 사람과 만나 마음을 나눌 때, 운동을 포함해 자연을 즐길 때, 그리고 문화적인 콘텐츠에 몰입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따뜻한 에너지가 다시 차오른다.

어찌 보면 뇌 충전은 잘 놀아주는 활동이다. 노는 것도 공부처럼 학습이 필요하고 일처럼 훈련이 필요해 자주 해야 익숙해지고 노련해진다. 잘 놀아야 뇌 안의 충전 장치도 잘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충전 장치가 성공의 필수 조건인 창조적 사고와 공감 소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잘 놀아야 성공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