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스코틀랜드 격언에 “훌륭한 대접이 최고의 요리”라는 말이 있다. 맛있는 요리만큼이나 상대를 위한 특별한 배려와 매너가 훌륭한 식사를 완성한다는 뜻일 터다. 그래서일까. 국내에서도 나날이 식생활의 품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롯이 한 팀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원테이블 레스토랑(one table restaurant)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 인뉴욕 제공
테이블은 하나, 낭만은 무한대, 원테이블 레스토랑
재벌과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영화나 TV 드라마 속 데이트 장면마다 으레 등장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여기에 한 가지 설정이 더 들어간다. 재벌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과의 로맨틱한 식사를 위해 통째로 그 레스토랑을 빌리는 것. 현실과의 괴리감은 차치하고라도 그 순간 두 사람이 마주한 식탁 속 피어나는 로맨스는 황홀하기만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소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 장면을 누구나 펼칠 수 있는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각광을 받고 있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란 말 그대로 레스토랑 내 오직 테이블을 하나만 두고 운영하는 소규모 프라이빗 레스토랑이다. 매장마다 운영 방식이나 메뉴, 가격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로 메뉴 가격을 낮춰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와는 정반대의 시스템을 고수하며, 소수의 특정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인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는 원하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메뉴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음악, 주변 장식, 특별한 이벤트까지 고객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100% 사전 예약이며 전화나 문자 등으로 예약할 수 있다. 대개 한 팀당 2시간 정도의 식사 시간이 제공된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 때문에 독립된 공간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원하는 가족, 커플, 비즈니스맨 등 다양한 고객이 즐겨 찾는다.

얼마 전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한 직장인 박 모(35) 씨는 “특별한 날, 여자친구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 고민하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선택했다”며 “원테이블 레스토랑은 오로지 우리 두 사람만이 오붓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미리 공지를 하면 아기자기한 이벤트도 가능하다. 내 경우, 그동안 여자친구와 찍은 1000장의 사진을 미리 보내 프러포즈 당시, 레스토랑 벽에 사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업계 사람들과 중요한 미팅은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 한다는 한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대표는 “광고주와의 식사 자리를 위해 자주 애용하는데, 좋은 음식은 물론, 상대방과 조용하게 대화할 수 있어 중요한 미팅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라고 전했다.

4060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인기
최근에는 젊은 층 외에 40~50대 중장년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날을 기념해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선발주자인 ‘인뉴욕’ 관계자는 “요즘은 40~50대 중년층에서도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개, 자녀들이 예약하는 사례가 많지만 종종 남편이 20~30여 년 이상 함께 동고동락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직접 예약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쎄뿌뜨와’ 관계자도 “60대 손님들 중 ‘이렇게 나이 든 사람도 오나요’라고 쑥스럽게 예약 문의를 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그래도 한번 오신 중장년층 손님들 상당수가 매해 결혼기념일마다 방문해주실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원테이블 레스토랑에도 불청객은 있기 마련이다. 이른바 ‘노쇼(no show: 식사 예약을 하고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나타나지 않는) 손님’이다. 특히, 원테이블의 경우, 하루 한정된 고객만을 100% 예약제로 받기 때문에 노쇼가 생기면 버리는 식재료 등 매출의 타격이 크다. 실제로 노쇼 고객들로 인해 오픈 초기 손해를 본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다른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관계자는 “예약 금액을 두는 것도 노쇼를 줄이는 데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멋진 식사를 향유하고자 하는 마음만큼 손님들 스스로도 성숙한 외식 문화 매너를 구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테이블은 하나, 낭만은 무한대, 원테이블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