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58호 (2018년 07월)

마음 피서법, ‘내 인생’ 영화처럼 감상하기


Enjoy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리는 모두 영화를 찍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내 인생’,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따로 연기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 정말 내 인생이기에 내 캐릭터에 깊이 몰입해 주인공 시점에서 매일을 살고 있다. 영화 주인공이 자신의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

영화를 찍을 때는 불가능하다. 주인공 시점이기에 당연히 주관적인 느낌에 더 사로잡히게 된다. 영화를 다 찍고 시사회 날에 관객의 위치에 섰을 때 보다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영화, 그리고 영화 속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는 시점을 갖게 된다. 관객의 시점인 셈이다.

시사회에 관객의 시점에서 자신의 영화를 바라보는 배우처럼, 우리도 가끔은 내 인생이란 영화를 주인공이 아닌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 꼭 필요한데 심리적인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즉, 관객의 시점을 가질 때 지쳤던 마음에 에너지가 훅 찾아 들어와 마음 충전이 일어나서다.

아무리 얼굴이 편해 보이는 사람도 몇 가지 고민을 갖고 있지 않은 이는 없다. 이번 고민만 해결하면 편한 세상이 오겠지 생각하지만 한 가지 고민을 해결하면 얼마 있다가 또 새로운 고민이 터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으로서 내 인생이란 영화의 삶이 다들 만만치가 않다. 밝은 영화가 아닌 힘들고 어두운 영화의 주인공으로 스스로를 느끼기 쉽다. ‘빡센 내 인생이여, 나는 왜 이렇게 힘든가’ 하는 독백이 흘러나오게 된다.

그런데 관객의 입장에서 내 인생을 바라보게 되면 조금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인생이 빡세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한 발짝 물러나보니 좋은 일도 많았네. 현재도 괜찮은 것들이 많이 보이네’ 하는 식으로 긍정적인 면들이 보이게 된다. 더 나아가 ‘내 인생만 힘든 줄 알았더니 원래 인생이 다 이렇구먼. 그래,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출렁거림이 있는 것이었어. 나만 힘들고 괴로웠던 것은 아니야. 힘을 내보자, 아자’ 같은 객관적 시각이 주는 철학적 사고의 성숙이 일어난다. 다르게 표현하면 도인 수준의 철학적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마음 측면에서 이야기하면 마음의 기대치가 쭉 떨어지는 소탈한 감성이 찾아오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지친 마음에 충전이 훅 일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관객의 위치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 자연, 문화와 만날 때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내 인생을 관객의 위치에서 보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 마음에는 영상을 비추어주는 빔 프로젝트가 한 대 장착돼 있다. 마음은 투사(projection)를 할 수 있다. 나를 저 먼 곳에서 쏘아 비칠 수 있는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때 조용히 하늘을 보고 걸으면 내가 하늘을 보는 것 같지만 하늘에 나를 비추어 하늘에서 나를 보는 현상이 무의식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 영화, 책, 음악, 미술을 즐기다 보면 내가 문화 콘텐츠를 보는 것 같지만 그 콘텐츠에 나를 투사해 그쪽에서 나를 보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기대치가 떨어지며 소탈한 감성이 찾아오게 된다.

힘들고 지쳤을 때 무작정 걷고픈 마음이 들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하늘과 주변을 보며 걷다 보면 고민거리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다소간의 충전이 일어나면서 ‘그래, 힘내서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힘든 것도 삶의 내용이야’라는 에너지와 철학적 성숙이 찾아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주변에 나를 비추어 관객으로 나를 보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다.

삶의 전환점에서 해외까지 나가 긴 구간을 걷는 동안 삶의 새로운 에너지와 관점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성숙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반면 ‘열심히 자연, 문화와 만났는데도 충전이 일어나지 않아요. 재미도 없고 피곤하기만 해요’라고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자연, 문화를 만나기는 했는데 마음 충전이 아닌 마인드 컨트롤, 즉 마음 조정이 일어나 버려서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충전을 목표로 삶고 자연, 문화를 만나면 마음 조정이 일어나 더 피곤해지기 쉽다. 마음 조정은 에너지를 써 일부러 인공적인 긍정성을 얻으려는 마음 관리 기술이다. 마음 충전은 결과여야지 목표로 삼으면 매우 어려운 목표가 돼 버린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문화를 만나는 소탈한 시간을 즐겨볼 테야’라는 소박한 목표로 접근해야 주인공으로 열심히 사는 마음 조정이 아닌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마음 충전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힐링도 숙제처럼, 자기개발처럼 접근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슬프다. 자연, 문화를 즐길 때 힐링이 찾아오는 것은 아마도 그것을 즐기는 것이 삶의 소중한 기쁨으로 느껴지도록 우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기쁨, 행복, 힐링, 마음 충전 모두 마음의 반응이다. 반응을 목표로 삼으면 인생이 다 숙제가 돼 버린다. 숙제처럼 열심히 인생을 살다가도 잠깐 짬을 내어 내 마음에 기쁨이란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을 줄 때 자연스럽게 행복과 힐링이 찾아오게 된다.

‘창조력을 고취하기 위해 음악을 듣고 미술을 감상하자.’ 참 슬픈 이야기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내 삶을 바라보고 즐기는 여유와 능력이 퇴화돼 버리지 않았나 싶다. 너무 마음 조정, 자기개발만 하다 보니.

이번 여름, 목적을 위해 달려온 삶의 스타일에서 잠시 벗어나 내 삶을 관객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마음 바캉스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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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7-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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