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목표 계획과 작심삼일 극복법
Enjoy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새해 계획을 알차게 그려본 이들이 많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잘 실천이 되지 않으니
2월만 돼도 포기해야 하고 내년에 다시 해야 하나 하는 좌절감마저 들 수 있다. 그런 경험을 몇 년 하다 보면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마저 들 수 있다.

“새해 계획, 다짐 이런 거 꼭 세워야 하나요? 새해만 되면 다들 실천과 상관없이 계획을 세우고, 또 묻고, 다짐들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억지로라도 뭔가 계획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계획 없이 새해를 맞으면 무기력한 사람인 건가요. 도대체 어떤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워야 행복에 가까워질까요?”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에 짜증도 나고 생각만 해도 무기력해지는 것은 대체로 계획이 숙제처럼 삶을 무겁게 하는 내용들이 많고 또 그러다 보니 잘 지키기도 어려워 결국 실패 경험으로 끝나 자존감에 상처를 주기 쉽기 때문이다. 목표는 중요하다. 목표가 있어야 만족감도 찾아올 수 있다. 올해는 숙제 같은 자기계발 목표와 더불어 내 마음이 원하는 감성 목표도 함께 세우면 어떨까 싶다. 올해의 감성 목표 세우기와 작심삼일 극복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올해의 감성 목표 세우기

먼저 종이 2장을 좌우로 나란히 펼쳐 놓는다. 그리고 우선 왼쪽 종이에 5개 정도의 올해 목표를 정해본다. 일과 관련된 것도 있을 수 있고 운동이나 외국어 등 자기계발과 관련된 것도 있을 것이다. 다 적었으면 그다음엔 오른쪽 종이에 ‘2019년이 나의 마지막 해다’ 생각하고, 소망하는 일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올해의 버킷리스트라 할 수 있겠다. 죽음이란 단어를 이야기하면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끔 죽음이란 단어를 내 뇌의 감성에 던져보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유익이 있다. 내 마음, 내 감성이 정말 하고픈 일들이 머리에서 따다닥 떠오르기 때문이다.

다 썼으면 오른쪽과 왼쪽의 목표를 비교해본다. 하나도 겹치는 것이 없다면 나는 너무 건조한 이성적인 목표로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범생의 1년 목표인 셈인데 여기서 모범적인 삶이란 내 개인의 감성적 가치보다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에 더 충실하게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것도 훌륭하고 소중한 가치의 삶이다. 그러나 너무나 모범적으로만 살면 우리 감성은 질식하게 된다. 행복 과학에 대한 연구 결과는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지면 그 이후로는 소유보다는 심리적 자유감이 상승할 때 사람의 행복도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자유감은 개인적인 감성의 가치가 만족될 때 찾아온다.

버킷리스트에 적힌 일만 하며 살 순 없지만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내 감성이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한 개 정도는 올해 한 해 꼭 도전해보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목표 이상 행복을 가져다주는 감성의 목표도 중요하다.

작심삼일 극복법

강력하고 철저한 계획이 성공 경험에 가까운 듯하지만 목표가 처음에 너무 크면 오히려 작심삼일로 끝나 버리기 쉽다.

“선생님, 저 이제 술 끊고 매일 수영하려고요.” 목표는 크고 멋지지만 사흘 열심히 하다 하루 빠지다 보면 계획을 못 지킨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다시 하려니 기분이 나빠 아예 그만두어 버리게 된다. 자기가 만든 계획을 수행하지 못할 때 사람은 동기가 확 꺾여 버린다. 작심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필수적이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와 금연을 시작하려는 중년 남성이 필자에게 결심을 이야기한다. “오늘부터 담배도 끊고 하루 1시간씩 매일 운동하겠습니다.” 필자에게 칭찬을 바라는 눈빛이다. 훌륭한 계획이라고 말하고 답변을 이었다. “둘 중에 하나를 먼저 시작하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 담배를 갑자기 끊으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 일단 담배는 계속 태우시고 운동부터 할까요. 그리고 일단 운동 계획도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꼭 할 수 있다’는 수준에서 시작하면 어떨까요. 하루에 10분 정도로 주 2회도 좋습니다.”

이렇게 조언하니 이상한 의사란 눈빛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라니. 그리고 운동도 적게 하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 못 믿나’ 하는 섭섭한 눈빛도 보인다.

작심삼일을 막고 다이어트나 금연 같은 건강 행동을 생활에 한 부분으로 잘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심리학 요인을 자아 효능감(self-efficacy)이라 한다. 어떤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자아 효능감은 동기부여와 직결되기에 자아 효능감을 키울 때 건강 행동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자아 효능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것이 첫 성공 경험이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고 하지만 내 건강 행동 변화를 위한 심리 전략 측면에선 너무 큰 계획으로 인한 실패 경험은 자아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변화에 대한 동기를 앗아가 작심삼일이란 실패로 끝나 버리게 한다. 통증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다는 수준의 작은 계획부터 시작해 서서히 계획을 확장하는 것이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자아 효능감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주변의 정서적 지지, 긍정적 칭찬도 자아 효능감 증대에 매우 중요하다. 우린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할 마음에 다이어트나 금연 같은 노력을 숨어서 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주변 사람에게 소문을 내고 잘 하면 문자나 전화로 칭찬 많이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