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7일 런던 비즈니스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아트페어.
2019년 1월 17일 런던 비즈니스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아트페어.
[한경 머니 기고=김주미 주미김갤러리 대표│사진 이빙첸]영국 런던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미술 시장의 화수분이기도 합니다. 브렉시트와 관련된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영국 미술 시장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영국 브렉시트(Brexit)가 런던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를 두고 2년 전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술 시장 전문가들의 리서치에 따르면, 당장은 브렉시트가 런던 미술 시장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영역에 따라서 혹은 시기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이며, 현대미술 분야 또는 앤티크(anqitue), 모던아트(modern art), 20세기(20th century) 등 모든 분야에 하나의 이론을 적용하기란 불가능할 겁니다.

지난해에는 아트 전문가들이 있는 모임에만 가면 어디서나 아트마켓 중심이 런던에서 유럽의 다른 도시로 옮겨 갈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이는 토론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였죠. 어느 도시가 경제적으로 튼튼하고, 어떤 갤러리가 강하며, 어디에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몰려 있는지 말입니다. 흥미롭게도 몇몇 아티스트들과 갤러리, 아트 교육기관 종사자들은 제게
“브렉시트 때문에 15년 뒤쯤에는 파리나 베를린이 런던처럼 미술 시장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런던 아트페어에서는 열정적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런던 아트페어에서는 열정적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트 작품 수입세금 문제 어떻게

제일 민감한 부분은 당연히 경제적 부분입니다. 런던의 경우 금융시장(finance)뿐만 아니라 미술 시장도 경제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제일 말이 많은 부분은 수입세금(VAT import duty)입니다.

먼저 유럽에서 영국으로 수입해서 들어가는 아트 작품들은 수입세금이 없습니다(free port).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게 되면, 이 점 또한 달라지겠지요. 통상 유럽을 제외한 나라에서 영국으로 수입되는 아트 작품들은 보통 5% 수입세금이 붙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몇몇 아트 딜러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수입세금을 폐지하고, 국제시장이 더 많이 런던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는 예측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국에서 수입세금을 올리면 올렸지 폐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런던이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인 만큼 아티스트는 물론 유럽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많은 갤러리와 아트 딜러들이 활동을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욱더 많은 기회를 잡으려고 하겠지요. 런던은 그냥 런던이라는 말이 있으니까요.

런던 자체가 독립적으로 미술 시장을 강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즈 런던 아트페어(Frieze London Art Fairs)’는 매년 세계 각국 갤러리, 아트 딜러, 아티스트, 컬렉터가 모두 모이는 자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되는 VIP 오프닝에서 매진되는 아트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진행된 ‘2018 프리즈 런던 아트페어’는 브렉시트 이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었죠.

이와 관련해 2018년 말 ‘아트 뉴스페이퍼(www.theartnewspaper.com)’에 실린 아트 전문가의 인터뷰가 흥미롭습니다.
“저는 예술계가 오래전에 지리적·정치적 경계를 떠난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술가, 큐레이터, 컬렉터를 위한 정치와 국경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매우 특권층의 세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중요한 예술가들이 여전히 이곳 런던에 살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카데미와 박물관은 세계 최고입니다. 영국이 EU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있지만 예술 세계로서의 런던이 여전히 시장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당황할 것입니다.”

이에 반해 ‘아트택틱 글로벌 아트 마켓 리포트 2018(ArtTactic Global Art Market Report 2018)’은 조금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아트택틱은 분석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예측했습니다.
“브렉시트는 영국 미술 시장에서 계속 정서를 지배할 것입니다. 런던 예술 경매 시장이 2016년 최저치에서 반등한 가운데 전문가의 28%만이 긍정적인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전문가의 47%는 시장이 현재 수준으로 통합될 것으로 25%는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렇다면 브렉시트는 2019년 영국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런던은 이미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및 필립(Phillips), 본햄(Bonham) 등 크고 작은 경매 회사들과 미술관, 박물관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시스템이 예술교육으로도 이어져서 국제 학생들뿐 아니라 아트 딜러와 다른 나라 갤러리들이 런던에 자리 잡고 있죠.

또 국제적으로 아티스트들이 런던에 몰려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갤러리와 딜러들이 런던에 들어와 아티스트를 발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런던에는 세계적으로 미술을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 많고, 영국의 미술 교육은 이미 자리 잡힌 미술 시장에서 많은 해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런던은 이미 미술 시장의 중심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한번에 사라지지 않는 한 향후 몇 년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주미 주미김갤러리 대표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