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생업 3인의 특별한 작가 입문기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최근 나만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글로 쓰는 사람들이 온·오프 공간에서 늘어나고 있다. 책은커녕 간단한 텍스트조차 문자보다는 동영상을 선호하는 이 시대에 그들은 왜 글쓰기에 몰입하게 됐을까. 사진 이승재 기자
[special]누구나 독자를 만나는 시대 온다
바야흐로 플랫폼 전쟁 시대다. 하지만 겉만 반지르르한 플랫폼은 매력이 없다. 핵심은 다양한 플랫폼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독창적인 콘텐츠 확보에 달렸다. 그래서일까. 수년째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들 사이에서 독자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은 21세기형 작가의 탄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흔히 작가라 하면 신춘문예나 권위 있는 문학잡지를 통해 등단하는 사람들을 지칭했다. 그만큼 작가로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문턱이 점점 낮아져 글을 쓰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의 ‘브런치’다.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비전을 가진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이다. 여기에서 유저는 ‘작가’라고 불리며 가입 후 일련의 심사를 거쳐야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에 따라 브런치에는 보다 양질의 콘텐츠가 쌓여 간다. 콘텐츠의 유형에는 글뿐만 아니라 웹툰, 일러스트 등이 있다. 분야 또한 에세이부터 커피, 경제, 정보기술(IT), 예술 등 다양하다.

이 콘텐츠들은 ‘브런치북 프로젝트’ 등을 거쳐 실제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도대체 어떤 글들이 사람들과 전문가들의 눈을 사로잡았을까. 그 해답을 찾아 만난 이 세 사람이 바로 김경욱(33)·강재상(44)·비오(48) 작가다. 이들은 지난 3월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낮에는 귤을 팔고 밤에는 글을 판다는 김경욱 작가는 대기업 정유사에 다니다가 ‘대기업병’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 이후 전북 군산에 ‘우리들마트’를 차린 뒤 <소상공인 탈선일기>를 브런치에 쓰고 있다.

<슬직살롱 슬기로운 직장생활>로 대상을 거머쥔 강재상 작가는 이력이 화려하다. ST유니타스 인사·비즈니스 담당자로 근무하던 중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초년생들이 입사 이후 알아 두면 좋을 태도·스킬’에 대한 부분을 창업으로 연결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커리어패스를 찾는 일을 돕는 기업(패스파인더넷)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글은 사회초년생들은 물론 구직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 되고 있다.

카페 사장, 프리랜서 브랜드 매니저, 디자이너 등 다재다능한 비오 작가도 현재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에 대한 방대한 지식들을 <커피여정>이란 코너에서 독자들에게 쉽고 다양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되, 그저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가로 불리는 건 여전히 어색하고, 자신들과 맞지 않는 옷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고, 꿈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는 그들만의 특별한 작가 입문기를 들어봤다.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부터 이야기해주시죠. 무엇보다 세 분 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썼어요. 요즘은 글보다 영상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세상이기도 한데 굳이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김경욱 작가(이하 김 작가)
저는 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로 글쓰기가 가장 경제적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동영상 제작, 편집도 학교 다닐 때 많이 해봤어요. 관련 공모전도 나가봤고요. 그런데 동영상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엄청 많이 소모돼요. 반면, 글쓰기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가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죠. 도구와 수정도 간편하고요. 무엇보다 모든 콘텐츠의 원형은 글이잖아요.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 때도 원고가 뒷받침이 돼야 하니까요.

강재상 작가(이하 강 작가) 처음에는 그저 취미생활로 글을 써봤어요. 그러다 문득 이게 제가 하는 일과 접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저는 교육업과 컨설팅,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주 고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채널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죠. 저희 메인 타깃 층은 주로 자기 일을 잘하고 싶어 하고, 자기 성장 욕구가 강한 사회초년생이나 5~6년 차 직장인데, 이분들이 브런치에서 본인들의 기호에 맞는 텍스트를 접하시더라고요. 물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있지만 거기에는 대개 긴 글을 담지 않거든요. 약간 진지함이 덜한 셈이죠.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잘 아는 것들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단, 당연한 이야기 말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힐링보다는 킬링 콘텐츠에 가깝습니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고 사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죠. 솔직히 돈만 생각하고 썼다면 내용(킬링 콘텐츠)을 가려 가면서 썼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100% 있는 그대로 다 써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쏟는 내용만큼 독자들의 피드백도 정확하고, 그것이 저희의 또 다른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special]누구나 독자를 만나는 시대 온다
[이름:비오(본명 염승선)직업:카페 <콘띠오> 사장수상 작품:<커피여정>]
비오 작가(이하 비오) 20년 전 저는 삼성SDS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했어요. 그러다 연세대에 브랜드매니저과정이 생겨서 그때부터 브랜드 컨설팅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때만 해도 그런 학문이 생소했기 때문에 대개 독학 형식으로 파고들었어요. 그런데 혼자서 공부하니 머릿속엔 정보들이 떠도는데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더군요. 그래서 평소 말하듯이 한 걸 글로 써보자 마음먹고 블로그에 제가 아는 걸 기록하기 시작했고, 브런치까지 넘어오게 됐죠. 글을 쓰면 좋은 게 좋은 글은 ‘원 소스 멀티 유스’가 될 수 있을뿐더러, 그저 제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글쓰기를 통해 또 다른 생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고의 확장, 뭐 그런 거죠. 무엇보다 저는 대개 제가 알고 싶은 내용을 글로 쓰거든요.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각자 본업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은데, 주로 언제, 어디서 글을 쓰나요. 애로사항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비오
생계수단으로 서울 양재동에서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은 주로 손님이 없을 때 써요. 당연히 손님이 오시면 손님에게 오롯이 집중하죠. 손님은 왕이니까요.(웃음) 글은 가게에서도 틈틈이 쓰지만 저는 주로 일이 끝나고 오후 11시부터 일주일에 2번 정도 새벽 3시까지 쭉 쓰는 편이에요. 제가 잠이 별로 없기도 하답니다. 단,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영화나 책, 유튜브 등을 보면서 노는 편입니다.

강 작가 저도 딱 언제 써야지 하고 정해 놓고 쓰는 편은 아니에요. 제 성격상 기준은 명확히 정하지만 그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걸 선호하거든요. 글도 마찬가지예요. 안 써지는데 억지로 쓰려고 하거나 하진 않고, 쓰고 싶을 때 쓰는 편입니다. 소위 ‘글신’과 접신할 때죠.(웃음) 다만,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어떤 글감이 떠오르면 어떻게든 메모를 남기죠. 그 메모들을 확장해서 글을 쓰는 경우도 많아요. 가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먼저 소재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경우도 있어요. 일단 페이스북에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썼을 때 반응이 좋으면 1차 검수는 확실하게 된 셈이니까요. 또한 제 글이 아무래도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주변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내용을 좀 더 보강하기도 한답니다.

김 작가 저도 마트에서 일하다 보니 평소에는 거길 벗어나기 힘들어요. 카페 같은 곳에 가서 고상하게 글을 쓰는 건 꿈도 못 꾼다니까요.(웃음) 대신 저 역시 손님이 없는 좀 한가한 시간을 활용해서 글을 쓰는 편이에요. 따로 시간을 정해서 쓰진 않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꼭 한 편 정도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글을 쓰는 방식들이 궁금해요. 소재를 정하는 것부터 글을 확장하는 나만의 방법들이 있나요.
비오
저는 일단 서고에서 책을 찾아요. 책을 통해 소재가 떠오르면 그다음에 구글링을 하죠. 아시다시피 구글의 정보가 너무 많죠. 그래서 효과적인 구글링을 위한 저만의 팁을 가르쳐드리자면 일단 찾고자 하는 키워드를 입력해요. 그리고 이미지를 살펴보세요. 제 경우, 주로 역사 관련 내용들을 찾다 보니 옛 이미지들을 클릭하면 그곳의 역사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있더라고요. 이 밖에도 위키피디아에서도 다양한 정보들을 찾고, 가공해서 잇다 보면 이게 하나의 이야기가 돼요. 물론, 다 써보고 제 내용에 근거들을 찾는 작업도 빠뜨리지 않고요. 그래야 글의 신뢰도가 높아지니까요.

강 작가 저는 반대로 요즘은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일부러 안 읽으려고 해요. 제가 다루는 주제가 아무래도 자기개발 관련된 내용이 많다 보니 다른 책들과 겹치는 이야기도 많고, 자칫 제 생각이 다른 생각과 얽혀 버릴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군대 때부터 일기를 쓰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요. 주제별로 메모해 둔 소재들을 맞춰 놓고, 언제든 글을 쓰고 싶을 때 확장해서 써요. 일단 스토리텔링이 완성되면 부족한 부분은 주위 전문가 등 네트워킹을 활용해요. 무엇보다 전 ‘카더라’ 식의 내용은 지양해요. 해석이나 분석 등은 제 생각으로 써야지 진짜 제 글이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작도 분명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만 저는 무엇보다 ‘목적’을 갖고 글을 쓰라고 권하고 싶어요. 목적 있는 글이 확실히 나만의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고, 스토리의 힘도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죠.
[special]누구나 독자를 만나는 시대 온다
[이름:김경욱 직업:우리들마트 사장 수상 작품:<소상공인 탈선일기>]
김 작가 저는 두 분의 경우가 반반 섞여 있어요. 글을 쓸 때 공부를 하기도 하고, 제 생각을 남기기도 하죠. 후자의 경우 대부분 제 삶과 연계돼 있죠. 제가 마트에서 일하면서 피부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 감정들을 풀어내요. 공부해서 쓰는 건 주로 제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일종의 기록이죠. 가령, 이성당이나 성심당에 대한 글도 저의 호기심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관련 책도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찾으면서 글을 썼죠. 가장 중요한 건 글로 쓰려는 의지 같아요. 당연히 저도 글을 쓰면서 좀 더 잘 써보려고 글쓰기 테크닉 관련 책도 많이 읽어봤는데, 그것보다는 끊임없이 자기 글을 퇴고하고, 더 자주 글을 쓰려는 노력이 제일 도움이 됐어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일종의 작가 직함을 얻은 셈인데, 이런 공간에서 글을 쓰면서 느낀 장단점이 있다면.
강 작가
온라인이나 모바일 글쓰기가 좋은 이유는 오프라인에 비해 확장성이 넓다는 것이죠.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책을 내면 보통 1쇄에 500~1000부를 인쇄해요. 10쇄는 돼야 1만 명의 독자를 찾게 되죠. 하지만 온라인은 적게는 수백 단위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제 글을 읽어요. 그만큼 온라인 모바일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거대해졌죠. 당연히 피드백도 빠르고요.

김 작가 제 생각에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 상당수가 자신의 이야길 전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관건은 그 메시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인데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은 사람들의 접근성도 높고, 그걸 다양한 경로로 퍼트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 같아요. 단점이 있다면 유튜브와 비교했을 때 온라인 글쓰기가 일부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죠. 앞으로 그 점이 좀 더 보충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오 제일 좋은 점은 역시 ‘내용’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거죠. 작가가 누구건, 뭘 하건 어떠한 선입견 없이 글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를 꿈꾸는 청년들만큼 중장년들도 많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만의 조언을 하신다면.
비오
일단 ‘자기정리(생각)’를 하시고, 글로 한번 써보세요. 아주 과거부터 쭉 써내려 가도 좋고, 생각나는 것부터 해도 좋아요. 굳이 꼭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글로 정리하면 재밌거든요. 또 이렇게 머릿속에 생각들을 글로 담으면 ‘아, 내가 이런 생각도 했구나’ 하며 새로운 발견들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김 작가 어떤 사람이든지 나름의 이야기는 분명 한 가지 이상씩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은퇴 후 대뜸 “작가가 되세요”라는 말은 아니에요. 앞서 말씀드렸듯 아직까지 온라인 글쓰기로 돈벌이를 하기가 마냥 녹록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글쓰기가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중장년들이라면 삶의 경험치도 상대적으로 많으시고, 인생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이 더 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내용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글로 써보셔도 좋지 않을까요. 요즘은 독립출판이나 개인이 원하는 원고를 맞춤 출간할 수 있는 주문형 출판(Print On Demand, POD) 시장도 열려 있으니 한번쯤 도전해보실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special]누구나 독자를 만나는 시대 온다
[이름:강재상 직업:마케터, (주)패스파인더넷 대표 수상 작품:<슬직살롱 슬기로운 직장생활>]
강 작가
일단 본인에 대해서 잘 알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저 유명세나 부(富)를 목적으로 글을 쓰고자 하면 글의 진실성이 빠지더라고요. 당연히 독자들의 공감도 얻기 힘들고 자기자신 역시 글쓰기에 흥미를 잃죠. 그건 좀 불행하지 않나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글 쓰는 즐거움 자체에 푹 빠져보세요. 그 과정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그때부터라도 이걸 인생 2막에 활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장년이 준비해야 할 제2·3인생을 위한 슬기로운 직장생활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고 그것을 ‘실행’하는 사고를 쳐보시라는 겁니다. 성공은 몰라도 행복할 수 있고 자기 인생을 이제라도 찾을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