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김수정 기자]올해도 여지없이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철 대표적인 서민 간식거리였던 빙수가 이제는 1인당 4만 원대를 호가하는 프리미엄 메뉴로 진화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프리미엄 빙수의 세계를 따라가 봤다.
'1일1빙시대' 프리미엄 빙수의 이유 있는 진화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가수 윤종신의 스테디 히트곡 <팥빙수>의 가사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8월. ‘1일 1빙수’라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거리마다 빙수 매장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최근에는 곱게 간 얼음 위에 팥과 떡, 통조림 과일과 연유로 화룡점정을 찍었던 기존의 팥빙수에서 탈피해 밀크빙수, 과일빙수, 홍차빙수, 샴페인빙수까지 그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고급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시장은 2013년 3000억 원에서 2015년 1조5000억 원으로 2년 사이 5배나 성장했으며 이 중 빙수가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내 빙수 시장의 매출 규모를 약 1500억 원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규모는 이를 크게 웃돈 2000억 원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2~3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빙수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입 속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사람들의 증가와 간단한 디저트로 맛있게 끼니를 때우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전문 디저트 카페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유명 백화점과 호텔에서도 독자적인 프리미엄 빙수 메뉴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빙수 마니아들의 ‘성지’로 꼽히는 ‘밀탑’은 한겨울에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모여드는 현대백화점 식당가의 명소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오픈 당시 생과일 주스코너로 입점했지만 우유와 연유가 들어간 얼음을 곱게 간 ‘눈꽃빙수’의 원조 격인 밀크팥빙수를 선보이면서 빙수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주말에는 대기번호표가 한 바퀴 돌 정도(999번까지)로 여전히 그 아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유동인구가 많은 압구정과 신촌 현대백화점들을 둘러본 결과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밀탑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0~50대 여성 고객들이 주를 이뤘지만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온 30~50대 남성들도 적잖이 발견할 수 있었다.

밀탑 신촌점에서 만난 50대 주부 이영숙 씨는 “10여 년 넘게 여름엔 밀탑의 밀크팥빙수를 먹기 위해 현대백화점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최근에는 밀탑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프리미엄 빙수들이 출시돼 선택의 폭이 늘어났지만 추억도 있고, 아직도 여름이면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밀탑 압구정본점 관계자는 “20년 전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왔던 고객들이 결혼한 뒤 자녀와 함께 찾기도 하고, 유학 가서도 이 맛을 못 잊어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이곳부터 찾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1인당 4만 원 빙수도 매출 상승세

밀탑 외에도 설빙, 투썸플레이스 등 각종 디저트 카페에서도 매해 다양한 럭셔리 빙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설빙은 애플망고와 자몽을 사용해 고급스럽고 신선한 맛을 강점으로 내세운 ‘망고썸자몽설빙’을 올해 새로운 메뉴로 내세웠고,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케이크를 활용한 ‘아이스박스 케이크 빙수’를 출시했다.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과 블랙 쿠키를 켜켜이 쌓은 형태의 케이크가 특징인 이 빙수는 2만 원을 훌쩍 넘지만 반응은 뜨겁다.

여기서 더 나아가 특급 호텔들도 초호화 빙수를 앞세워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최고가 빙수를 내놓았다. 수제 셔벗과 솜사탕 위에 장미꽃잎과 금가루를 장식하고 돔페리뇽 샴페인을 부어 마시는 ‘돔 빙수’ 가격은 8만 원의 고가이지만 고객들의 발길은 꾸준히 늘고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돔 빙수의 경우 약 50% 매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최근 2030 여성은 물론 중년층에서도 디저트 부문에 있어 스몰 럭셔리가 트렌드로, 이런 기조에 발맞춰 당분간 프리미엄 빙수의 인기도 지속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럴 땐, 이 빙수!
기분 따라 즐기는 프리미엄 빙수 3


◆빙수도 럭셔리하게 즐기고 싶다면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 ‘돔 빙수’

'1일1빙시대' 프리미엄 빙수의 이유 있는 진화
2년 연속 ‘럭셔리 빙수’로 화제를 모았던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의 ‘돔 빙수’를 올해에도 8월까지 만나볼 수 있다. 돔 빙수는 호텔의 총주방장인 스테파노 디 살보 주방장이 유럽 감성으로 디자인한 빙수로, 눈꽃 얼음 위에 레몬 껍질과 딸기 쿨리로 만든 진한 딸기 샐러드, 라즈베리 패션 프루트 셔벗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샴페인의 대명사인 2005년 산 돔 페리뇽이 곁들어지며, 구름 모양의 솜사탕, 식용 장미 잎, 그리고 금박이 장식되는 세계 유일의 샴페인 빙수다. 가격은 2인 기준 8만 원이며 이 가격에는 6만5000원 상당의 돔 페리뇽 샴페인 1잔이 포함된다.


◆이색적인 빙수를 느끼고 싶다면
TWG 티 ‘킬리만자로 스노우 밀크티 빙수’

'1일1빙시대' 프리미엄 빙수의 이유 있는 진화

동아프리카 최대 면접 소유국이자 킬리만자로 산으로 유명한 탄자니아. 이곳 해발 2200m 고지대에서만 재배되는 홍차 ‘킬리만자로 스노우’는 미세한 레몬과 오렌지 맛이 혀끝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홍차에 유기농 우유로 만든 밀크티를 얼린 후 곱게 간 얼음과, 떡 대신 쫀득한 식감의 브라우니를, 팥 대신 캐러멜을 입힌 아몬드와 달콤한 머랭쿠키를 얹어 내 TWG 티만의 풍미를 완성했다. 가격은 1만8000원.


◆부담 없이 ‘혼빙’이 하고 싶다면
설빙 ‘설빙고’

'1일1빙시대' 프리미엄 빙수의 이유 있는 진화

설빙고는 시원한 빙수를 한 컵에 담아낸 1인용 빙수로, 테이크아웃이 용이해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지난해 과일과 티라미수, 치즈케이크 등을 얹어내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 설빙고에 이어 올여름에는 설빙의 시그니처 메뉴인 인절미설빙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존 인절미설빙보다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춰 홀로 디저트를 즐기고자 하는 1인 소비자들에겐 안성맞춤. 가격은 3500원.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