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note]색다른 공감
며칠 전 퇴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콧노래를 흥얼거려본 적이 언제였던가?’ 콧노래란 몰래 스며든 흥겨운 마음의 무의식적인 표현입니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갓 태어난 자식을 안고 거실을 거닐 때, 기사 특종을 한 날 동료들과 축하주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도 모르게 흘러 나왔던 콧노래가 기억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점점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가 양쪽 어깨를 짓누르고, 책임져야 하는 일의 양이 많아지면서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다 보니 저의 콧노래도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여유가 없이 각박하게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중장년의 남자들이라면 상당수가 같은 처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경 머니가 2015년 11월호, 12월호에 각각 ‘fifty, my bravo’와 ‘나를 만나는 시간 12월’ 등 자신을 돌아보고 작은 행복을 누리자는 테마로 빅 스토리를 진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론 콧노래가 사라졌지만 한경 머니는 2015년 나름 행복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주·월간지 언론 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지만, 한경 머니는 오히려 예년에 비해 적잖은 폭의 성장을 했습니다. 그 비결은 하나입니다. ‘우리만의 길’, ‘제3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전통 미디어(paper media)’ 시장이 가파른 추락을 거듭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독과점의 붕괴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온라인 미디어들의 대거 등장으로 기존 주류 언론의 독과점 구조가 모래성처럼 무너졌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설명하면 한마디로 ‘공급 과잉’입니다. 사정이 이러면 일반 기업처럼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언어의 한계, 콘텐츠 역량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길’,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의 이름은 ‘색다른 공감’입니다. ‘색다름’과 ‘공감’이 만나는 길을 닦아 놓으면 사람들이 하나 둘 찾을 것이고, 그 사람들이 오솔길을 걷듯이 길을 걸으면서 고민을 해결하고 행복한 미소를 띨 수 있다면 한경 머니는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 되면 독자들이 돈을 내고 구입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구매 가치를 지닌 지식 제품으로 당당히 자리 잡으리라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결단했습니다.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하고 표지에 광고를 싣는 방식을 중단했습니다. 돈을 내고 한경 머니를 사는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재테크 위주의 자산관리 콘텐츠도 상속·증여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우리 독자들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잘 지키고, 제대로 물려주는 것이 더 큰 숙제라고 판단했습니다. 라이프 관련 콘텐츠에서는 ‘작은 행복’에 주목했습니다. 부부간의 행복, 문화생활에서의 행복, 패션 트렌드 리더로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누린다면 외로움, 스트레스 등이 쌓이기도 전에 녹아 버릴 것으로 봤습니다.

2016년에도 독자 여러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할 것입니다.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경 머니 편집장 권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