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5월의 농부
[한경 머니= 한용섭 편집장]5월. 앙상했던 나무에 새싹이 돋아납니다. 4월 중순경에 파종한 고추, 고구마, 가지, 당근, 방울토마토, 호박 등 건강한 먹을거리들은 5월경 줄지어 수확을 기다리고, 명이나물이나 고사리 등 산나물들이 넘쳐납니다. 또 5월 중순경에는 자라난 모를 논에 옮겨 심을 준비를 하느라 농가마다 더욱 분주해질 테죠. 5월이 가을만큼이나 풍성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농작물이 아닌 삶의 씨앗을 열심히 심어 온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5월은 감사와 위로의 달이기도 합니다. 수고했다고(근로자의 날), 감사하다고(어버이의 날, 스승의 날), 사랑한다고(어린이날, 부부의 날) 말이죠.

개인적으로 5월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 동네 이발소마다 걸려 있던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입니다. 겨울의 잔 그림자들이 물러나고 완연하게 봄이 자리를 잡은 5월은 농부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는 감사의 달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경 머니는 5월호 빅 스토리로 ‘소농의 시대, 행복과 건강을 짓다’를 꺼내들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뜬금없이 소농 이야기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농은 획일화와 단순화로 대변되는 대자본 시대에서 다양성의 보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로 감자칩이나 감자튀김을 즐겨 먹는 우리에게 다양한 품종의 씨감자와 요리법들이 여전히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속도 경쟁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고집스럽게 소농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열차에 몸을 싣고 있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안락함을 주고 있지는 않다는 의아함 때문입니다. 그것이 행복이나 건강이라는 화두와 연결될 때는 더욱 고개가 저어집니다. 어찌 우리의 일상이 빠른 속도와 스마트한 편리함으로만 정의될 수 있겠습니까.

소일거리로 집 안에서 텃밭이나 화초들을 가꾸는 중년이 늘고, 가끔씩 짙푸르게 펼쳐진 전원의 풍경에 편안함을 느끼는 우리들을 볼 때면 정직하게 농사를 통해 무엇인가를 가꾸는 즐거움은 단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의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는 패스트 시대에 슬로가 안겨주는 행복한 여운일 테지요.

이에 한경 머니는 5월의 농부가 돼 ‘소농의 시대, 행복과 건강을 짓다’라는 화두를 통해 중년의 행복 조건을 되새김질해 보았습니다. 5월의 텃밭을 가꾸는 심정으로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삶의 땀 냄새가 물씬 나는 물도 뿌려주면서 말이죠.

그렇다고 현실의 문제들을 애써 외면하지는 않았습니다. ‘뜨는 4차 산업혁명株 알짜 투자법’이나 ‘잠 못 드는 중년을 위한 수면방정식’ 등을 5월 파종의 주요 레퍼토리로 넣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