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령, 유언에 명시된 상속재산이 실제로는 소멸돼 있다면 과연 원래 유언의 내용은 계속해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유언, 명시된 상속재산 소멸 시 효력은?
미국 ‘유언법’에서는 유증을 다음 4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아래 구분은 증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처럼 유증을 구분하는 이유는 뒤에서 살펴볼 유증철회(ademption)와 실효(abatement)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특정유증(specific devise)은 유언자의 나머지 재산과 구별되는 특정한 재산의 유증을 말한다. 특정유증의 대상은 모든 다른 재산과 구별되는 특정물이다. 이러한 유증은 그 특정물이 인도돼야만 완성된다.

‘내 별장 주차장에 있는 2007년형 아우디 A4를 유증한다’ 또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시 401 사우스 번사이드 애비뉴에 소재한 파크라부레아 아파트 3907G를 유증한다’ 등이 그 예다.

일반유증(general devise)은 유언자의 일반 재산으로부터 지급할 수 있는 지분 또는 분량의 유증을 말한다. 이러한 유증은 어떤 특정 재산의 인도나 어떤 특정 재원으로부터의 지급을 요구하지 않는다. ‘10만 달러를 유증한다’와 같이 일정한 액수의 돈을 유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언, 명시된 상속재산 소멸 시 효력은?
제한적 일반유증(demonstrative devise)은 특정 재원으로부터 주로 지급되지만 필요하면 궁극적으로 일반 상속재산으로부터 지급되는 지분 또는 분량의 유증을 말한다. ‘나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저축예금 계좌로부터 10만 달러를 유증한다’와 같은 유증이 그 예다. 이러한 유증은 실제로는 희귀하다.

마지막으로 잔여유증(residuary devise)은 다른 모든 처분이 완성되고 난 후 남는 잔여 재산에 대한 유증을 말한다. 제한적 일반유증은 철회에 있어서는 일반유증처럼 취급되고, 실효에 있어서는 특정유증처럼 취급되는 특징이 있다.

소멸에 의한 유증철회
일반적으로 특정유증은 유증의 목적물이 상속재산의 일부로서 존재할 때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그 재산이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에 파괴되거나 처분될 경우에는 그 유증은 성공할 수 없다. 유언이 작용할 수 있는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리를 ‘소멸에 의한 유증철회(ademption by extinction)’ 또는 ‘유증철회의 원칙(doctrine of ademption)’이라고 부른다. 이 원칙은 오직 특정유증에만 적용된다. 유언자가 특정유증을 했는데 그 대상인 재산이 유언자의 재산 중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유증은 철회되고 결국 수증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된다.

특정유증에 대해 유증철회의 원칙을 적용한 대표적인 판결이 나코네츠니 유산 사건(In re Estate of Nakoneczny)이다. 마이클 나코네츠니(Michael Nakoneczny)는 그의 아들인 폴(Paul)에게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 프레블 애비뉴 3039에 소재한 부동산을 준다’고 유언했다. 그런데 이 부동산은 나중에 시에 의해 수용됐다. 그리고 마이클은 그 수용보상금으로 채권을 구입했다. 마이클이 사망하자 폴은 이 채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즉, 그는 “이 부동산은 유언자가 자발적으로 매도한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수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처분된 것이고(예상치 못한 처분), 그 부동산에 대한 수용보상금으로 구입한 채권은 추적 가능하기 때문에(추적 가능성) 이 채권은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974년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Pennsylvania)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유언자가 특정유증을 했는데 그의 사망 이후 유증 목적물인 재산이 존재하지 않거나 유언자에게 속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그 특정유증은 소멸한다는 것이 펜실베이니아주 법원의 일관된 결정이다. 어떤 유증이 특정유증이라고 결정되면, 수증자는 그 특정물에 대해서만 권리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 특정물이 상속재산 중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유증은 철회된다.

이 사건의 경우 수증자에게 그 특정물 대신 돈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원칙은 설사 그 특정물이 유언자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닌 법의 작용에 의해 소멸한 경우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유일한 쟁점은 이 사건 유언이 특정유증인지 여부다.

유언장을 살펴보면 유언자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 프레블 애비뉴 3039에 소재한 부동산’이라는 특정물을 유증한 것이지 그 부동산의 대가로 얻은 수익금을 유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유증은 특정유증이고, 유언자의 사망 당시 그 특정물이 상속재산 중에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유증은 철회됐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