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추리소설 바라기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어린 시절 책표지가 너덜해지도록 읽고 또 읽었던 애정도서 2권이 있었습니다. 바로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세계의 명탐정 44인>과 <세계의 위인은 명탐정>이라는 책이었죠.

성년이 된 후 이 책들이 일본의 ‘추리탐정걸작 시리즈’를 무단으로 베낀 해적판 도서였다는 걸 알고는 다소 허무했지만 ‘체조가 몸을 단련시켜주듯 추리는 두뇌를 단련시켜줍니다’라고 적은 추천사는 꽤나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드거 앨런 포의 최초 탐정 주인공 오귀스트 뒤팽,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스,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해낸 천재 탐정 에르퀼 푸아로와 미스 마플 등은 가만히 책을 펴든 저를 안개 자욱한 런던의 거리나 음산한 시골의 대저택, 비밀스러운 오리엔트 특급열차 등으로 상상 이동을 시켜줬습니다. 일상의 편견을 허물고 사건을 반전시키는 날카로운 통찰력, 역사와 화학, 그리고 해부학에 이르기까지 빈틈이 없는 명탐정들의 지식에 열광하던 그때의 제 모습이 생생하네요.

스마트폰만 열면 각종 동영상과 전 세계 뉴스들이 넘쳐나는 최근에도 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들인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 용의자 X의 헌신 등), 야쿠마루 가쿠(천사의 나이프,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등), 고바야시 야스미(앨리스 죽이기, 기억 파단자 등)가 최근까지도 국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걸 보면 장르물 추리소설의 인기는 아직까지 식지 않은 듯합니다.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사유하는 힘을 느낍니다. 생각의 고리들을 따라가며 어느 순간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는 희열 말이죠.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마치 식사를 하면서 음식의 색깔부터 시작해서 음식을 씹고, 냄새를 맡고, 몸 안으로 내려가는 것을 들여다보는 마음 챙김의 과정과도 비슷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경 머니는 4월호 빅 스토리 ‘생각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뇌섹 중년시대’에서 지나친 걱정과 집착의 생각이 아니라 마치 추리소설 속 명탐정처럼 생각의 힘으로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 가는 중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100세 시대 ‘창의적 중년’으로 거듭나는 성숙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또 스페셜 ‘2019 명불허전 베스트 PB센터’에서는 자산관리의 방향타가 돼줄 국내 최고의 은행, 증권, 보험사를 전문가 설문을 통해 선정해 소개하고, 스페셜 ‘골목길, 추억을 걷다’와
‘가볍게 떠나보는 동네 여행’에서는 우리들의 삶의 궤적이 그려져 있는 도심 속 골목길을 조명해 일상 속 소중한 추억들을 새록새록 소환하고, 동네에서 꿈꾸는 하룻밤 작은 여행의 즐거움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7호(2019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