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당뇨병 환자의 경우 초기에는 몸에 별다른 이상을 못 느껴 혈당 관리에 소홀하기 쉽다. 하지만 당뇨병 초기 혈당 관리는 상당히 중요하다.
당뇨병 초기 혈당 관리 A to Z
기존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당뇨병 초기에 집중적으로 혈당 관리를 한 환자들은 일반적 치료를 유지한 환자보다 합병증 발생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또 우리 몸은 고혈당 상태를 기억하고 있어서 나중에 혈당을 낮춰도 고혈당일 때와 같은 수준으로 합병증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를 ‘고혈당 기억효과’라고 한다. 혈당 관리는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으로 당뇨병이라 진단받은 경우는 물론 당뇨병으로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100~125mg/dL인 내당능장애인의 경우에도 필요하다.

1. 당지수 낮은 음식 섭취해야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지수(glycemic index)는 탄수화물의 질적 섭취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다. 특정 식품의 식후 혈당 반응 정도를 기준 식품(포도당 또는 흰 빵)과 비교해 수치화한 것이다. 기준 식품을 100으로 한다. 같은 양의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서로 다른 속도로 소화·흡수되기 때문에 인체 내에서의 혈당 반응은 식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혈당지수가 55 이하일 때 저혈당지수, 56~69이면 중혈당지수, 70 이상이면 고혈당지수 식품으로 분류한다.
저혈당지수 식품은 천천히 소화·흡수돼 혈당 반응이 낮아진다. 고혈당지수 식사에 비해 혈당의 평균 수치를 알 수 있는 당화혈색소(HbA1c)를 평균 0.5% 낮추게 된다. 또 저혈당지수 식품은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며 중성지방을 낮춰서 혈중 지질을 개선시킨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포만감을 증가시켜 섭취 열량이 감소해 체중 조절에도 효과가 있다.

2. 당분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음식은 당분이 많이 들어간 것이다. 몸에 좋다고 생각되는 과일에도 생각보다 많은 당분이 들어 있다. 바나나와 멜론, 복숭아 등은 당분이 많은 과일들이다. 따라서 블루베리, 사과 등을 비교적 당분 함량이 낮은 생과일로 섭취하는 게 좋다. 시중에 파는 과일주스에도 탄산음료만큼 칼로리와 당분이 들어 있다. 당분과 지방이 혼합된 커피는 혈당 수치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시럽이 들어간 커피보다는 블랙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3. 주식은 쌀밥 대신 잡곡밥 섭취
우리나라는 주로 쌀밥을 주식으로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도정이 많이 된 백미의 경우 소화효소에 대한 물리적 방벽 역할을 하는 외층의 손실로 소화가 잘되고 당의 흡수 속도가 높아진다. 이를 잡곡밥으로 대체하면 당지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정제하지 않은 곡물은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어 혈액 속으로 포도당을 천천히 흘려보내므로 혈당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잡곡밥을 섭취하면 소화가 천천히 되므로 쌀밥보다 다음 식사까지 공복감이 줄어들고 포만감이 증가해 과식을 예방하고 전체 섭취 열량도 낮출 수 있다.

4. 혈당지수 낮은 식품 선택
음식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비율도 중요하다. 아밀로펙틴은 분지를 많이 갖는 형태로 아밀로오스에 비해 쉽게 젤라틴화가 되므로 더 빠르게 소화된다. 찹쌀은 아밀로펙틴의 비율이 높고 메밀, 보리, 수수 등의 잡곡은 백미에 비해 아밀로오스의 비율이 높다. 과일의 혈당지수는 재배 지역과 수확 시기, 성숙 정도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당도가 높은 과일이 혈당지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당의 유형, 특히 포도당과 과당의 비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 과일에서 과당의 함량이 높을수록 혈당지수는 낮아지고 서당의 함량이 많을수록 혈당지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낸다. 저혈당지수 식품으로는 콩, 완두콩, 파스타, 통호밀, 보리, 귀리, 렌틸콩 등이 있다. 사과, 배, 오렌지, 복숭아, 자두, 살구, 체리류, 베리류 등 온대성 과일도 당지수가 낮다. 반면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흰 밀가루나 감자, 시리얼,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 멜론, 수박 등 열대과일이다.

5. 다양한 식품을 선택해 골고루 섭취한다
혈당지수는 함께 섭취한 식품의 종류도 영향을 받는다. 육류 및 가금류, 어패류, 채소류, 난류 등은 탄수화물을 거의 포함하지 않아 많은 양을 섭취해도 혈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통곡물, 콩, 생선, 해산물, 살코기와 저지방 유제품, 올리브유나 카놀라유, 오메가3 지방산 등의 불포화지방, 과일과 채소 등의 다양한 식품을 함께 먹으면 혈당지수를 낮추면서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식품 속에 함유된 단백질과 지방은 인슐린 반응을 증가시키고 위 배출을 지연시킴으로써 혈당 반응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섬유소는 충분히 섭취
수용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은 소장 내용물의 점도를 증가시켜 전분과 효소 사이의 상호작용이 천천히 일어나도록 하므로 식후 혈당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섬유소가 풍부한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7. 혈당지수 낮추는 조리 방법으로 요리
음식을 조리할 때는 조리 시간을 줄이고 가급적 식품의 크기를 크게 해 조리한다. 식품의 가열 처리 정도에 따라 소화 흡수 속도에 차이가 나고 입자 크기가 감소하면 표면적이 증가해 소화효소가 더 쉽게 작용해 빨리 흡수되므로 혈당지수를 증가시킨다. 찜보다 죽처럼 분쇄해 끓인 조리 방법에서 혈당지수가 더 높아진다. 조리 방법별로 비교했을 때 감자튀김, 감자전의 혈당지수가 찐 감자, 구운 감자의 혈당지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감자를 튀기는 동안 감자의 저항전분량을 증가시키고 전분 구조의 가수분해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튀김류 간식의 경우 혈당지수는 낮지만 고열량 식품으로 대사성질환의 위험률이 높으므로 자주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8. 식초 등 산을 첨가
식초를 고혈당지수 식사에 추가하면 식후 고혈당이 감소되고 위 배출 지연이 발생한다. 식초, 유제품, 콩과 탄수화물을 조합한 혼합 식사의 경우 흰쌀의 혈당지수가 20~40%가량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클로 된 식품이나 식초, 레몬주스 등 산이 포함된 식품의 경우에도 혈당지수가 더 낮다. 효모의 발효 과정으로 락토바실러스(젖산균)나 젖산 배양을 사용해 시큼한 맛이 나는 샤워도우빵은 흰 빵보다 혈당지수가 더 낮다. 따라서 레몬이나 식초를 드레싱으로 섭취하거나 채소, 생선 위에 직접 뿌려서 먹으면 혈당지수를 낮출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