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고려대 스타트업 CEO 30

김건우 주식회사 스마트잭 대표(화학공학과 99학번)



[2020 고려대 스타트업 CEO 30] 라벨 이름을 자동 인식해  시약 라이프사이클 관리해주는 앱 ‘랩매니저’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약 7만개 연구실 중 5만개가 시약을 사용한다. 하지만 관리는 생각보다 철저하지 못하다. 라벨의 이름을 일일이 엑셀에 입력하는 곳이 태반이고 A4용지에 손으로 적는 곳도 상당수다. 아예 관리 자체를 못 하는 곳도 있다.


김건우(41) 대표의 스마트잭은 이 점을 개선한 ‘랩매니저’를 운영 중이다. 시약병 라벨에 있는 텍스트를 인식해서 바로 앱에 등록해주고 앱 안에서 등록, 사용, 폐기, 구매 등 시약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하도록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상품기획부서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2016년, 불현 듯 시대의 흐름을 좇아 애플리케이션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대학 3학년 아르바이트생를 구해 주말마다 안드로이드와 자바 과외를 받았다.


2년의 수학기간이 끝난 어느 날, 우연히 학과 선배인 한 교수님 가족 장례식에서 선배 친구인 윤성호 중앙대 교수를 소개받았다. 다음 약속 차 윤 교수의 연구실을 찾은 김 대표는 깜짝 놀랐다. 연구실이 20년 전 대학 때 모습 그대로였던 것.


“교수님이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서 관리하면 어떨까’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때 문득 회사에서 접했던 최첨단 연구실이 떠올랐어요.”


삼성맨 12년차이던 2017년 4월, 김건우 대표는 퇴사 후 99학번 동기인 김성훈, 전영재 이사와 연구실을 소재로 한 창업을 결심했다. 초기는 파일럿 형태의 ‘켐매니저’였다. 앱에 시약 등록과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해 8월, ‘중소기업기술대전’에서 입상해 인지도를 쌓았다. 의뢰 연구실도 100개 가까이 생겼다. 탄력을 받아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돌입했다. 라벨 자동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시약 라벨에 붙이는 QR코드를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 이름도 ‘랩매니저’로 수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듬해 4월,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스를 통해 6만 달러 외부 투자를 처음 유치했다. 덕분에 기업가치도 10배가 늘었다. 6월에는 데모데이 참가 기회가 주어졌고 연구실이 1000개로 늘었다.


사업이 잘 되면서 프로그램 권리를 매입하겠다는 제안뿐 아니라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왔다. 하지만 그 경우 임직원 교체가 불가피했다. 무엇보다 사업 모토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김 대표는 자립을 선택했다. 대가는 컸다.


“그때가 추석 직전이었어요. 직원이 12명이었는데 당장 월급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세 달 동안 이사들이 집담보 대출도 받고 만기된 투자자금도 쏟아 부었어요. 정말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세 달의 고비가 지나고, 기적처럼 상황은 역전됐다. 조금씩 그들의 뜻을 인정하는 고객들이 생겼고 계약도 잘 풀렸다. “직원들이 없었다면 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그리고 작년 11월까지 총 1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연구실과도 5년 전속 계약을 맺었다. 또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도 17명으로 늘었다.


“연구실은 상당히 폐쇄적이에요. 석박사하고 박사후과정까지 거쳐도 연구원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넓지 않죠. 랩매니저가 전 세계 연구원을 잇는 연구 플랫폼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저와 스마트잭의 최종 목표입니다.”


설립 연도 2017년 8월

주요 사업 연구실 관리 솔루션 ‘랩매니저’ 판매 및 운영

성과 매출 7천만원(2019년), 1억원(2020년 1월 한 달), 연구실 약 1300개 및 사용자 3000명 보유, 고용 17명


tuxi0123@hankyung.com